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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산소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산소입니다.”
  • 남해안신문
  • 승인 2018.11.0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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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완규 포럼동행 공동대표
박완규 공동대표.
박완규 공동대표.

 

‘전기’가 끊어지면 생활이 불편해집니다. 밥 짓기도 어렵고, 추운 방을 덥히고 무더운 공기를 식히고 어둠을 밝히는 등 많은 일이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당장 죽지는 않습니다.

허기야 다른 것으로 달래도 되고, 추위 또한 두꺼운 이불로 가릴 수 있고, 삼복더위야 부채로도 쫓을 수 있으며, 어둠이야 밀렸던 잠 몰아 자며 오히려 즐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산소’가 끊어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생존이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산소 결핍은 뇌기능에 심각한 문제로 이어집니다. 머리가 아프고 토하고 판단력이 흐려지고 의식을 잃고 급기야 죽음에 이릅니다.

고생대에는 대기 중의 산소 농도가 35%에 이르렀지만 현재는 2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이런저런 공해와 환경오염으로 산소 결핍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요즘 저는 사람 만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해서 하루를 마칩니다. 살기가 갈수록 팍팍하다고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그분들을 지탱하게 하는 것은 거의 예외 없이 ‘자식에 대한 희망’이었습니다.

그런데 뼈 빠지게 일해 자식 뒷바라지해도 원하는 대학 보내기가 힘들고, 대학 보내 놓고 다시 뼈가 부서지게 뒷바라지해도 제대로 된 직장 찾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하였습니다. 우리 사회의 ‘공해와 환경오염’은 다른 것이 아니었습니다.

세상 사는 게 아무리 힘들어도 자식 보면 살맛이 난다는 그분들에게서, 세상은 그 살맛마저 점차 앗아가고 있다는 끔찍함을 발견하였습니다.

“나는 험한 밥 먹고도 견딜 수 있으니 내 새끼만큼은 세 끼 밥 제대로 먹고 사람답게 사는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것은 그분들의 열망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열망을 누군가 파먹어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분들에게 끊어진 건 ‘전기’가 아니라 ‘산소’였던 것입니다.

지난 11월 3일 학생의 날에 <포럼 동행>에서 ‘교육, 여수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라는 제목으로 박용성 선생님 초청 강연회가 있었습니다. 요즘은 수능으로 좋은 대학 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든 상황이라면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야말로 지역의 학생들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구체적 자료로 보여주었습니다.

더욱이 학종은 공부를 하면 할수록 비인간화되는 어두운 입시 터널에서 벗어나, 공부를 하면 할수록 생각도 깊어지고 마음도 넓어지며 행동도 발라지는 그런 빛나는 삶으로 우리 아이들을 걸어가게 할 수 있는 전형이라고 그 실전적 사례로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면서 밖에서는 진보교육을 말하다가, 집에서는 입시교육을 챙기는 것은 위선이거나 기만이라고 질타하였습니다. 내 자식 성적을 걱정하듯이 남의 자식 성적도 걱정하는 것이 올바른 진보교육의 내용이고 혁신학교의 방향이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진보가 실용과 결합하지 않으면 허상이라는 비판은 날카로웠습니다. 이제 지역이 중앙에 목소리를 내고, 더 이상 지역은 중앙의 식민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공감하는 바가 컸습니다.

그 강연회가 끝나고 정말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아니 생각이 다듬어졌습니다.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라는 다짐을 했습니다. 유치원 비리에 대하여 수많은 시민들이 폭발적으로 반응한 것을 보면, 그동안 사람들이 얼마나 숨 막혀 죽을 것 같은 삶을 견디어 왔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제 <포럼 동행>은 이 일에 나서기로 하였습니다.

지역이 중앙에 목소리를 내고, 교육부나 교육청에도 지역의 목소리를 내기로 하였습니다.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고 가만히 있다가 우리 아이들을 또 그렇게 떠나보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세월호의 아이들이 우리에게 명령하고 있습니다.

흡입하는 공기 중의 산소농도가 낮으면 산소결핍증에 빠지고,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이 적으면 산소결핍증에 빠집니다. <포럼 동행>은 우리 사회의 산소농도를 높이는 일에 앞장서고, 우리 스스로 사회에서 부족해진 헤모글로빈 노릇을 하겠다고, 이미 다짐한 바 있습니다.

<포럼 동행 설립 취지문>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포럼 동행>이 가는 길에 동행하여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넷째, 여수는 ‘교육이 아름다운 도시’로 거듭나야 합니다.

아직도 교육은 신분상승의 사닥다리입니다. 우리는 비록 고단하게 살지만 우리 자식만은 좀 더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람은 시민들의 열망입니다. 대학입시를 둘러싸고 정시(수학능력시험)와 수시(학생부종합전형)의 논쟁이 뜨거울 때, 과연 중소도시의 입장에서 무엇이 더 유리한가에 대한 논의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입시제도도 중앙으로 대변되는 가진 자의 요구가 그대로 관철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의 이해와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 정책을 토론하고 실천하는 공론장을 <포럼 동행>은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박완규 포럼 동행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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