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국가 산단 지역의 계륵(鷄肋)인가?
여수 국가 산단 지역의 계륵(鷄肋)인가?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8.11.0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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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율 주필.
이상율 주필.

 

여수 국가 산단이 예사롭지 않다. 잦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1LG화학 공장의 합성고무 유출 사고가 있었고 104일에는 2건이나 발생했다. 한화케미칼 폴리실리콘 제조공장에서 가스 누출로 화재가, 남동발전소에서는 집진설비 필터 교체 작업 중 맨홀을 여는 순간 화염이 분출하여 협력업체 노동자 1명이 숨지고, 4명이 크게 다쳤다.

올해 들어 총 11(일반 3, 누출 3, 화재 5)이 발생 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했다.

여수 국가산단은 1967년 호남정유, 1974년 남해화학, 을 시작으로 1976년 한양화학, 호남석유 등 4개 석유화학 관련 공장이 세워지면서 한국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은 석유화학 63개 공장을 비롯하여 관련 기계, 비금속, 전기·전자 업체 등 약 2백 개 업체로 확장되면서 해마다 각종 사고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산단 가동 이후 총 344건의 사고가 발생, 138명이 사망했고 258명이 부상, 3,071명이 대피 또는 오염사고로 피해를 보았다. 사고 원인은 대부분 운전 부주의, 시설관리 소홀, 부주의 등으로 나타나 안전 불감증에 의한 인재였음을 짐작케 한다. ‘하인리1 : 29 : 300 현상은 아닐까 염려마저 든다.

하인리히 법칙은 1931년 미국 보험회사 관리감독관이었던 하인리히가 소개한 것으로 오늘날 산업재해 예방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이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고는 예측하지 못하는 한순간에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여러 번 경고성 징후를 보낸다.'고 주장하며 이를 1 : 29 : 300의 법칙으로 정립했다.

통계적으로 볼 때 심각한 안전사고가 1건 일어나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가벼운 사고가 29, 위험에 노출되는 경험이 300건 정도가 이미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징후들을 제대로 파악해서 대비책을 철저히 세우면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사전 예방을 최고의 선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수 국가 산단은 여수지역의 계륵(鷄肋)과 같은 존재다. 여수시의 지방세 고액 원()이고 신설, 정비 공사로 여수 경제의 큰 축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지역에 장학금 지급, 독거노인, 어린이 가장 돕기 등 생활 밀착형 사회 공헌 활동을 늘려가고 있고 자체 봉사단까지 조직하여 지속적인 대민 봉사를 하고 있지만, 기업에 대한 시민 호감 도는 높지 않다.

늘 제자리다. 각 업체의 천문학적인 수익에 비해 매우 인색하다는 생각이 팽배할 뿐 아니라 잦은 안전사고로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여수시와 여수 산단 공동발전협의회가 여수 국가 산단 입주 반세기를 맞아 산단 관련한 여수시민 만족도 조사에서 석유화학이 지역의 대표 산업인가라는 물음에 5점 척도에서 3.91점의 만족도를 나타내지만, 안전, 환경 보전 정도에서 2.74점과 2.76점으로 매우 낮게 나타나 이를 웅변하고 있다.

기업 활동 적합도 조사에서는 긍정 응답이 61.3%, 보통 응답 43.4%, 부정 응답 5.2%로서 긍정 응답이 상당히 많았다. 이어 산단과 지역사회와의 상호협력 관계를 묻는 말에 긍정 응답 42.2%, 보통 응답 50.1%, 부정 응답 7.7%로 보통 응답이 긍정 응답보다 7.9%p 높게 나타나 대체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환경 보전 정도에 대한 설문에서는 긍정 응답 21.2%, 보통 응답 38.7%, 부정 응답 40.2%로 나타나 환경 보전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들은 석유화학산업이 여수의 대표산업이며, 여수 국가 산단이 지역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환경 보전이나 안전재해 보전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가 강해 산단은 안전과 환경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운영하여야 할 필요성이 제고된다.

화학제품은 우리 생활에 아주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그만큼 취급과 제조 공정에서의 주의도 기울여야 한다. 1984123일 발생한 인도 보팔 사건은 농약과 살충제 제조에 사용되는 아이소사이안화 메틸 독가스가 공장 인근 지역을 덮쳐 죽은 사람이 1만 명을 넘는다.

이 사고는 원료 탱크의 균열이 생겨 가스가 누출되는 것을 사전에 발견하지 못하고 방치했기 때문이었다. 제조 과정에서 예방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 사고였다.

돌이켜보면 여수가 2012 세계박람회를 유치하려던 2007년은 단 한 건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진기록을 세운 바 있다. 박람회 유치 과정에서 4월 여수 현지 실사, 후보지 결정을 위한 12월 총회를 눈앞에 두고 있을 때였다. 국가적인 중대한 행사를 앞두고 모두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하인리히 법칙을 근간으로 사전 예방에 심혈을 기울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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