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특별법 “지역내 갈등 표출되는 순간, 쉽지 않아”
여순사건 특별법 “지역내 갈등 표출되는 순간, 쉽지 않아”
  • 강성훈
  • 승인 2018.10.22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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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만에 한자리 모였지만, 여전한 갈등 단면 드러나
"특별법 제정 계기로 역사적성격 규정·진상규명 이뤄야"
여순사건 70주기를 맞아 합동추념식이 열렸다. 시민추진위원들이 함께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분향을 하고 있다.
여순사건 70주기를 맞아 합동추념식이 열렸다. 시민추진위원들이 함께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분향을 하고 있다.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위해 국회에서 노력한들 각자가 서운한 이견을 표출하는 순간 국회에서 통과하기 어렵다”

여순사건 70주기를 맞아 70년만에 처음으로 열린 합동 추념식에서 이용주 의원이 이같이 밝혔다.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지역의 목소리가 높지만, 지역내 갈등 상황에서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음을 호소한 발언이다.

여수시(시장 권오봉)와 여순사건 70주년 기념 추모사업 시민추진위원회(이하 시민추진위)는 19일 이순신광장에서 ‘여순사건 70주기 희생자합동추념식'을 거행했다.

이번 추념식은 70년만에 처음으로 여순사건희생자유족회와 보훈·안보 단체가 합동으로 추진했다. 천주교와 불교, 원불교, 기독교 등 4개 종교단체도 함께 했다.

그동안 합동 추념식은 시민추진위를 중심으로 준비돼 왔다. 시민추진위는 민간인 희생자 유족과 순직한 경찰관 유족, 경우회 여수지회 등 22명의 각계각층의 대표가 참여해 구성됐다.

3차례의 실행위 논의과정을 거치며 ‘여순사건'으로 명명키로 하고, ‘항쟁이나 반란'처럼 민감한 용어는 사용을 자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정작 이날 추념식은 애초 약속과 달리 경찰 유족·경우회 여수지회 회원들이 불참을 통보해 결국 따로 추모행사를 가졌다.

여기에 추념식 진행중 경과보고를 맡았던 고효주 대한민국 월남전참전자회 전남지부장이 “여순사건은 반란이며 내란"이라고 발언하자 유가족들이 반발하며 발언 중단을 요구하는 등 합동추념식은 일시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고효주 집행위원장의 경과보고 발언에 유가족이 항의하며 추념식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고효주 집행위원장의 경과보고 발언에 유가족이 항의하며 추념식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결국 70년만에 마련한 합동추념식이었지만, 깊은 갈등을 다시 한번 드러내는 모습을 연출하고 말았다.

이에 이용주 의원은 “반드시 진상규명을 이뤄서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의 아픈 넋을 기려야 하기에 여순사건 특별법이 제정돼야 하지만, 저와 주승용 부의장이 아무리 열심히 한들 법 통과가 쉽지 않다”며 특별법 제정의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한뜻으로 모여야만 국회에서 여든 야든 설득할 수 있는데, 모두가 각자 입장에 따라 이견을 표출하는 순간 국회에서 통과하기 어렵다”며 이날 표출된 갈등 양상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70년 전 사건에 대해 어떤 분들은 ‘반란이다’. 또 ‘항쟁이다’며 개인적 입장을 주장할 수 있지만, 그 부분은 특별법 제정을 통해 역사적 성격이나 진상규명 이후에 명명백백히 역사적으로 밝혀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함께 참석한 주승용 국회 부의장도 이날 상황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특별법 제정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호소했다.

주 부의장은 “부의장 되고 나서 어떻게든 임기중에 특별법 제정하겠다는 의지 가지고 동부지역 민간인 유가족, 군경유가족, 국방부 행안부 관계자들 만나 여순사건 특별법 초안 가지고 관계부처 조율중에 있다”며 “특별법이 문재인 정부 임기내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러기 위해 우리끼리 갈등하고 대립하는 양상에서 벗어나서 서로 힘을 모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별법 제정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으로 그분들의 원한을 풀어드리는 것이 우리들의 사명이자 책임이다”며 “이날 합동추념식이 화합과 상생의 길로 나가는 기폭제가 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권오봉 시장이 여순사건 희생자들에게 헌화하고 있다.
권오봉 시장이 여순사건 희생자들에게 헌화하고 있다.

 

권오봉 시장은 “합동추념식은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용서와 화해를 통해 우리시대의 귀한 교훈을 공감하고 전하는 기회라 생각한다”며 “이번 추념식을 계기로 여순사건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제정을 반드시 이뤄내야겠다”고 밝혔다.

김영록 도지사도 추모사를 통해 “이제 미래를 향하여 화해와 상생의 길로 가자”며, “오늘 이 자리가 잘못을 용서하고 아픔을 치유함으로써 국민통합과 남북화해 및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70년만에 마련된 합동추념식 행사장에서도 해묵은 갈등 양상이 표출됐지만,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촉구 움직임은 여느 때보다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수차례 발의와 폐기를 반복되며, 20여년간 표류하고 있는 ‘여순사건 특별법’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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