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년 침묵하고 지낸 세월의 한을 풀어낼 것”
“70여년 침묵하고 지낸 세월의 한을 풀어낼 것”
  • 강성훈
  • 승인 2018.10.10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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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 창작오페라 ‘1948년 침묵’ 기획자 문정숙 대표
지역의 아픈 역사 ‘여순사건’, 오페라로 무대에 올려
여순사건 이야기를 담은 오페라 작품이 무대로 올려질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페라를 기획한 문정숙 대표.
여순사건 이야기를 담은 오페라 작품이 무대로 올려질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페라를 기획한 문정숙 대표.

 

여순사건 70주기를 맞아 정치권의 특별법 제정촉구 움직임과 함께 다양한 문화컨텐츠를 통한 추모행사가 열리거나 기획중이다.

지역 음악인들이 오페라를 통해 여순사건의 아픔을 공유하고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감대 형성에 나선다.

창작오페라 ‘1948년 침묵’은 오는 20일부터 21일까지 예울마루 대극장에서 2차례 무대에 올려진다.

오페라를 준비중인 여수심포니오케스트라 문정숙 대표를 만나 공연 기획과 준비과정들을 들었다.

 

- 오페라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난해 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제주4.3의 공연과 전시를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제주에 머무르는 동안 행사장에서 내내 마음이 아팠다.

우리 고장의 여순 10.19 행사를 생각하며, 예술인의 한사람으로서 내가 몸담고 있는 여수심포니오케스트라를 통해서 문화예술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는 소명에 오페라를 만들게 됐다.

 

- 오페라가 담아낼 내용을 간략히 설명해 달라.

평범한 양민의 가족이 여순사건을 겪으며 몰살되어 버린 아픔을 담았다.

빨갱이 자식이라는 오명을 달고 자식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숨죽이고 침묵하고 지낸 세월의 한을 이야기한다.

참혹하고 암울했던 그 역사를 잊지 않고 살아있는 제2세대에게 바른 역사관을 심어주려 노력했다.

이 극 속에서도 작은 화해와 용서가 담겨져 있다.

 

- 지역에서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는 것은 현실적인 여건에서 쉽지 않을 텐테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

사실이다.

지방에서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오페라를 만들기에는 민간단체로서 쉽지 않았다.

여순사건은 여수, 순천 등 전남동부권에서 사건이다.

그래서 국비, 도비를 가지고 오면 지방자치단체가 당연 도와줄 줄 알았다.

1년 전부터 예술위원회, 전남문화관광재단에 사업공모를 해서 1억원의 국가보조금을 받아서 준비해 왔다.

지자체의 조그마한 도움이 있었다면 더 많은 지역 분들에게 무료공연을 계획했는데 그렇지 못함이 마음 아프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제작비 때문에 티켓 발매를 하게 됨을 죄송하게 생각한다.

총 출연자 106명의 섭외부터 스케즐 조정하며 준비 한다 것은 힘든 작업이었다. 하지만 우리지역의 현대사의 비극을 오페라로 만들었다는 소명감에 모든 것을 감수하며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 이번 오페라를 통해 보여줄 ‘여순사건’은 무엇인가?

70년 전 우리 고장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아픈 역사를 경험했던 유가족 분들을 위로하고 바른 역사조명과 진상파악, 명예회복과 과거사청산문제와 더불어 여순1019의 특별법을 만드는데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숨쉬기조차 힘들었던 무섭고 참혹했던 현실을 재현하고 그 아픔을 서로 이해하고 위로하는 마당의 장이 되길 소망한다.

 

- 그동안 여순사건을 다룬 다양한 예술장르의 시도가 있었다. 이번 오페라가 이전 장르들과 어떤 차별성을 갖는가?

오페라는 한마디로 종합예술이다.

오케스트라의 음악과 오페라가수의 아리아와 전문연극인들의 연기에 무대,조명 음향 문장 등 각 분야의 예술인들이 호흡을 합쳐서 만드는 작업이다.

많은 비용과 인원, 긴 준비기간이 제작자를 지치게 만든다.

그래서 보통 한번 무대에 올리면 3회 이상 공연해야 제작비라도 건질 수 있는 힘든 공연이다. 지방 여건상 2회 공연을 하게 됨을 시민 여러분께 죄송하게 생각한다.

 

- 이번 공연의 주축이 되고 있는 여수심포니오케스트라단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달라.

여수심포니오케스트라는 2012년 창단한 순수 민간 오케스트라로 수준 높은 연주를 지향할 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공연에서 멀리 있는 대중들에게 예술적 아름다움을 전하고, 지역 음악 꿈나무를 교육 및 후원하여 지역사회의 문화예술 발전에 이바지 하고 있다.

매년 5회 이상의 공연과 지역사회의 중요 행사에 참여하고 있으며, 취약계층 자녀에 대한 악기강습과 일반인을 위한 퍼블릭 프로그램 운영, 공공시설 및 산업현장 및 소외계층으로 찾아가는 연주 및 강좌 지역 내 외의 예술단체 간의 교류 협력을 통해 지역사회 문화예술의 산실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올해는 전라남도 공연장 상주단체에 선정 되여 활동하고 있다.

 

- 끝으로 지역 문화예술발전을 위해 제언한마디 한다면?

100년 전 괴테가 말하길 “인생은 속도가 문제가 아니라 방향이 문제”라고 했다.

지방예술인들을 위하여 시정부의 적극적인 예산지원과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세계적인 문화행사도 중요하지만 우리만의 지방문화를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여수가 관광 도시로 성장하려면 여수만의 문화예술콘텐츠도 만들어가는 색깔 있는 지역문화가 필요하다 본다.

시드니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관광객이 공연을 보기 위해 여행스케줄에 포함해서 방문한다.

지역예술인들의 지방 정착도 인구유출을 막고 멋진 예술도시로 승화 시키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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