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을 넘어 새로운 6월로
6월을 넘어 새로운 6월로
  • 남해안신문
  • 승인 2018.03.0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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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이상훈 여수YMCA 사무총장
이상훈 총장.
이상훈 총장.

 

촛불혁명, 새 민주정부수립, 적폐청산, ‘평화올림픽’, 남북긴장해빙조짐,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숨 가쁜 지난 1년이었다. 무서운 것이 역사라지만 공교롭게도 이 일들이 87년 6.10항쟁 30주년이 되는 해에 한꺼번에 일어났다. 마치 지난 30년 쌓인 둑이 터지듯 거침없는 물살에 사뭇 숙연해질 따름이다.

하긴 그 30년 세월이 녹녹치 않았다. 군사정권을 무너뜨리고 김대중 노무현 민주정부 10년을 세웠으나 일찍이 경험치 못해 어설픈 민주사회분위기에 도취한 결과 이명박 박근혜 수구퇴행정권을 자초하기도 했다.

지방자치권력은 개발동맹의 몫이 되었고 지역공동체는 갈등과 반목, 분열로 얼룩진 비싼 대가를 지불해야했다. 진보와 보수의 가치는 물질지상주의와 경쟁우선의 사회구조에 파묻히고 극우정치가 ‘콘크리트지지’를 바탕으로 득세하였다.

새벽이 다가올수록 어둠이 더 짙어진다던가, 이러다 박정희 신화까지 부활하는 것 아닌가할 정도로 박근혜 권력이 절정에 달하던 그 때 둑이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30년 제 수명을 다한 87년 체제가 새로운 시대를 부르는 용틀임으로 둑을 터트린 것이다.

둑을 트고 나온 물결은 이제 새로운 사회체제로의 진보를 요구하고 있다. 그 기제와 시점은 오는 6.13지방선거다.

이 선거를 통해 지난 30년 적폐를 일소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새로운 정치지도력을 세우고, 그 위에 향후 한 세대 30년을 담아낼 새 헌법을 만들어내라는 것이 시대요구다.

시대의 변곡점마다 선구적 역할을 했거나 떠맡아온 호남은 이번 6월에도 어김없이 그 중심에 서게 됐다. 특히 역대 지방선거 최초로 양당경쟁구도가 생겨나 결과에 따라 매우 많은 정국변수를 불러올 것이다.

정당지지도로만 보면 민주당 일당 싹쓸이겠지만 바닥 인맥과 인지도가 좌우하는 지방선거에서 현역의 상당부분을 점하고 있는 민주평화당도 만만치 않다.

어쨌든 큰 틀에서 경쟁이 있는 판은 바람직하다. 그것만이 고질적인 막대기선거를 끝낼 유일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막대기가 그 막대기여서는 곤란하다. 그래서 호남정치가 정말 변화해서 시대요구를 담기 위해서는 양당의 두 가지 실천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첫째는 개혁공천이요, 둘째는 기초선거구를 2인 아닌 3~4인 선거구로 획정하는 것이다.

양당은 최소한 호남에서만이라도 호남적폐청산을 위한 엄격한 공천기준을 세우고 그에 맞는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

촛불민주주의정신, 자치분권, 인권가치, 보편복지철학, 실천력이 절대기준이어야 한다. 대개 당선가능성을 앞세우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이 기준이 충족된 후보라면 당선가능성도 충분한 호남 표심이다.

더불어 이 기준을 객관적이고 엄격히 적용할 수 있는 공정한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중앙당이든 도당이든 이미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기득권이 구성한 공심위라면 아무리 훌륭한 공천기준이 있더라도 쓸모없게 될 것이다.

거기에 이미 선관위에서도 권고하고 있고 시민사회와 학계에서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3~4인 선거구획정에 양당이 동의, 아니 먼저 자청해야한다. 막대기선거, 싹쓸이정치판을 극복할 3~4인 선거구제로 소수신생정당과 정치인들이 진입하면 경쟁구도가 생겨 민주당, 민평당의 발전에도 바람직하다.

이를 모르지 않으면서도 그간 기득권의 아성에 막혀 실행하지 못했던 선거구획정 개혁을 촛불민심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지금에도 이런저런 핑계로 하지 않는다면 한국정치, 호남정치개혁은 요원해지고 말 것이다. 그리고 그 역풍과 심판은 고스란히 양당의 몫이 될 것이다.

지난 촛불혁명이 남긴 많은 유산 가운데 가장 소중한 것의 하나가 국민직접참여민주주의 시대를 열었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적당히 싸우는 척, 적당히 타협해가면서 각자의 이해에만 몰두하는 행태를 이제 촛불시민들은 더 이상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반면 이 두 가지 개혁을 양당이 충실히 실천해낸다면, 또는 실천할 수밖에 없도록 호남민심이 강제해낸다면 감히 예단컨대 새로운 한국사회체제가 오는 6월에 열릴 것이다. 

이상훈 여수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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