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라는 도시,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여수’라는 도시,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 남해안신문
  • 승인 2018.02.27 1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간이 생각이다 - 미래의 문화 곳간 ‘쌈지’를 고민할 때]
여수를 대표하는 문화예술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예울마루.
여수를 대표하는 문화예술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예울마루.

 

현대는 공간이 생각이고 공간이 바로 품격이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냐도 중요하지만 그 프로그램을 어디에서 하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무용을 지하철역에서 만날 수 있고, 시를 만날 수 있고, 골목에서 아름다운 그림을 만날 수 있다. 공간과 사람이 연출의 키워드가 된다

우리시는 문화예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들 한다.

그렇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요즘은 큰 문화예술 공간 보다는 작은 공간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고, 큰 규모의 미술관, 박물관, 문학관 등도 필요하지만 먼저 공간을 채울 컬렉션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해결되어야 하고, 또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쌈지스페이스가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한다.

다른 지자체의 경우를 보면 미술관, 박물관 등이 역할에 비해 예산만 낭비하는 현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여수시는 지난해 박람회장내 엑스포갤러리, 고소동 달빛갤러리 등의 상설전시관이 새로이 마련되었고, 올해 완공될 장도 상설 다목적 전시실도 있다. 무엇보다 우리시의 문화예술의 자존을 챙겨주는 ‘예울마루’가 있다.

특히 이순신광장에서 종포해양공원에 이르기 까지 조성된 여수밤바다 낭만 버스킹의 무대가 있다.

문화예술을 화두로 꺼내면 우선 두 가지 주요 키워드가 바로 ‘공간’과 ‘사람’이다. 두 가지 키워드 중에 공간 연출 즉 쌈지공간연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고소동에 위치한 작은 문화공간 달빛갤러리
고소동에 위치한 작은 문화공간 달빛갤러리

 

왜 쌈지인가

우리는 공간 그 자체가 생각이 되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간의 개념이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전의 미술관, 공연장이 아니라 골목으로, 광장으로, 지하철로, 거리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춤과 연극이 지하철로 광장으로 나가고, 미술관이 거리로 골목으로 나가고 있는 추세다.

좀 더 삶의 현장 가까이 가고자 하는 것이다. 버스커의 성공요인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그래서 쌈지문화공간의 확충이 대세다.

접근성이 좋은 쌈지공간은 대다수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생활공간 속의 예술 공간이다.

없는 것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기존한 공간을 재구성하고 편집하여 새로운 공간을 모색하는 일이다.

 

쌈지 복합문화공간 연출 사례

고소동 벽화 골목이 있지만 화가나 전문가들이 만든 것보다는 이제는 주민들의 동참이 바람직하다. 주민들이 직접 만든 골목갤러리, 전시, 공연만이 아닌 아이과 함께 하면서 창의력 생산 공장으로서 교육공간으로도 자리매김 되어 가고 있다.

요즘은 프로보다는 오히려 아마추어가 더 시선과 흥미를 끌고 있다.

‘나도 작가다’라는 화두의 아마추어의 ‘뻔뻔한 갤러리’가 각광받는 시대다.

아울러 자칫 무계획, 무분별한 조성으로 오히려 환경을 오염시키는 결과를 초해할 수 있다. 그래서 이제 벽화도 주제가 분명히 제시되는 벽화골목 조성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어린왕자, 리모, 아홉 살 인생, 마당을 나온 암탉 등 주제가 있고 스토리가 분명한 벽화골목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골목을 한바퀴 돌아나오면 동화책 혹은 소설을 한편 읽은 느낌이거나 영화를 한편 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벽화골목이면 좋을 것이다.

고소동 ‘달빛 갤러리’와 같은 발상을 통한 공간 확충이 필요하다.

한점 갤러리, 한평 갤러리 등의 발상 전환도 필요할 것이다. 때로는 전시공간은 넓이 보다는 어떤 작품을 전시하느냐하는 컬렉션이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에 몇 분 미술수집가들의 소장품을 보면 웬만한 미술관에서 가진 컬렉션보다 더한 작품을 소장한 분들이 있다. 그분들의 작품을 활용한 상설전시관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아파트 건축시 101동 101호 쌈지문화공간으로 운용하는 방안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지역 건축조례를 만들어서라도 마을 갤러리, 작은 도서관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시청로비를 리모델링하여 카페같은 공간 연출, 민원인 서비스 공간으로 연출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예술의 선순환기능 확충하는 것과도 상통한다.

‘시청을 시청답지 않게, 병원을 병원답지 않게, 학교를 학교답지 않게‘의 컨셉이다. 고지식함에서 탈피하여 시청, 병원, 학교를 예술공간과 접목하는 크로스오버도 하나의 대안이다.

점심시간 활용하여 문학, 미술, 음악, 연극, 춤이 한곳에서 어울리는 복합문화공간 연출이 가능할 수 있다.

그리고 도심에는 자투리 공간이 많다. 그 공간을 활용하여 전통꽃밭과 함께 ‘시가 있는 장독대’ 조성도 하나의 대안이다. 옛 시골마을의 장독대 풍경을 도시 군데군데에 조성하여 옛 향수에 젖는 감성의 공간이 될 수 있다. 맨드라미, 채송화, 분꽃 등을 함께 심으면 좋을 것이다.

또한 게스트하우스에 하우스 콘서트 기능을 접목하는 방법도 쌈지문화공간을 확충하는 일이 된다.

여수의 옛 가게를 활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22만권 헌책 보유 형설책방, 중앙동의 선미당 제과점, 옛 얼음 창고 등을 활용한 문화프리마켓도 필요하다.

 

상설 공연장 등이 마련된 세계박람회장 전경.
상설 공연장 등이 마련된 세계박람회장 전경.

 

품격있는 쌈지 공연 연출

현대는 공간이 언어고 공간이 생각인 시대를 살고 있다

여수공항, 엑스포역 등에서 작은 공연을 확충할 이유가 있다.

10분 20분의 짦은 공연이지만 문화예술도시 여수의 품격을 인상지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곳에 그랜드 피아노를 비치하는 것만으로도 품격있는 도시의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시립예술단과 지역예술인의 동참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다.

오동도의 동요가 있는 숲속의 작은 음악회는 자연과 문화와 인간이 함께 하는 힐링의 섬공연이 될 수 있다. 섬집 아기, 엄나야 누나야, 나뭇잎배, 과꽃 등의 동요를 부르는 인상적인 공연을 마련할 수 있다.

엑스포장 내에 쌈지 상설공연장 마련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여수에 가면 만날 수 있는 명품 프로그램 상설 공연이 가능해진다.

여수의 밤은 밤바다와 빅오쇼, 낭만버스커 들이 있다면 엑스포장 내에 상설공연장을 마련하여 여수의 낮에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나게 한다.

이를 위해 엑스포장 관광객 대상으로 브랜드화된 예술단 운영(예술단, 객원)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는 엑스포장의 상설전시장과 함께 50석 내외 규모 쌈지 공연장이면 족할 것이다.

 

느낌 좋은 쌈지길 재발견 - 도심 속 슬로워킹

도시 둘레길 로드맵 작성은 골목이 있는 풍경, 하늘길이 있는 풍경 등 우리시의 사생활 들여다보기와 접맥할 수 있는 장치다. 연등1길에서 중앙여고까지의 윗길, 벽화마을 둘레길 등을 활용할 수 있고, 옛마을풍경이 남아 있는 도심속 풍경과 연계하면 좋을 것이다.

형설책방, 다방, 선미당 빵집 등 역사가 있는 상점과 연계하는 것도 필요하고 맛집과 투어길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더불어 예술인 작업실 로드맵 제작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우두리의 손차영 작업실, 강종래작업실, 진모지구에 있는 이존립작업실, 평사에 있는 강종열작업실, 임호상시인별장 등으로 연결되는 쌈집예술인 길도 제안할 수 있다.

 

기억의 원형- 원형적인 도시의 매력 연출

여수밤바다문화의 세계적인 명품화를 위한 터닝포인터가 필요하다.

여수밤바다 하면 버스커 버스커의 ‘여수밤바다’가 떠오르고, 여수를 찾는 사람들은 노랫말에 있는 여수밤바다의 원형성을 만나고 싶어한다. 그런데 고요하고 적막이 감도는 밤바다의 원형적 이미지는 온데 간데 없어 실망감을 드러내곤 한다.

노랫말에 맞는 분위기 연출을 위해 주민이 동참하는 매주 토요일 10시를 기해 10분 암전 상황을 연출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촛불집회 때 광화문 시민들이 동참하여 암전한 사례가 있기에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는 주민 동참으로 주민과 함께 하는 밤바다 연출이라는 이색적인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고요와 정적의 밤바다 원형체험은 ‘기억의 원형’에 대한 의미부여도 가능해진다.

아울러 버스커의 도시 여수를 자리매김하기 위한 장치도 필요하다. 즉 버스커 학교, 버스커 예술아카데미, 버스커 토크 콘스터, 버스커대회 등도 고려해볼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 버스커의 1번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에필로그. 도시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그 도시가 살아있는가?(Life city) 죽어있는가?(Dead city)

이 질문의 내용요소가 사람, 경제, 문화예술이다. 살아 숨 쉬는 도시는 무엇보다 문화예술이 살아있는 도시다. 도시는 하나의 생명체다. 생명체이기 때문에 그 먹이가 있다.

과연 도시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문화다. 문화예술이다.

문화예술은 도시의 미래경제를 준비하고 시민들을 통합하는 핵심적인 요소다.

여수도 마찬가지다.

관광객 1500만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것도 알고 보면 노래 한곡의 힘이 작용했다. 버스커의 여수밤바다가 그 출발점이었다는 것을 보면 문화예술이 도시의 먹이면서 도시가 살아가는 에네르기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결국 오늘날 도시가 추구하는 과제는 문화로 행복한 삶이다. 오늘날 문화예술의 가치요소는 ‘행복한 삶의 선순환’이다. 여수의 문화예술은 여수의 삶을 행복하게 한다.

지역 홍보는 삶을 홍보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삶의 풍경이 아름다워야 한다. 아무리 자연적 지리적 풍경이 좋아도 인심이 안 좋으면 끝장이다.

문화예술은 인간의 삶을 선순환 하게 하는 틀이자 삶을 공유하고 지역을 재발견하는 장이 된다.

그래서, 문화예술은 도시생존전략의 비전이자 주요 먹이가 되고 있다.

골목갤러리와 같은 주민이 함께 누리는 참여, 삶을 공유하고 지역을 재발견하는 장으로서 역할, 예술인 키우기 프로젝트, 지역예술인 재발견 및 재평가 등의 키워드다.

아울러 이러한 키워드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것이 메세나운동이다. 기업과 예술의 협업은 다소 굳어있는 이공현장에 인문학적 접근을 위한 출발이 된다. 이러한 예술과 기업간의 협업은 선순환의 구조를 구축하게 된다.

국내 한 기업은 6인의 신진 미술가를 섭외하여 1년 작업으로 공장의 이미지를 변화함으로써 행복한 기분으로 창의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고 또한 작은 룸갤러리도 만들었다.

결국 이 기업의 연구실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게 되고, 고객은 마트에서 좋은 상품을 만나게 되고 우리에게 다시 좋은 영향으로 돌아온다. 이게 바로 기업과 예술문화의 선순환이다.

결국 문화예술은 그 도시의 시책목록이 아니라, 시민의 삶과 삶의 질과 관계된 모든 요소에 통합되어 있다. 단일 항목 하나만 볼 것이 아니라 경제와 사회, 시민의 삶의 성숙 등과 함께 하는 통합적 안목으로 바라볼 때 미래예측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신병은(시인/ 본지 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