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 묻는다...3천명 작은섬에 50만 관광객 몰리는 이유
여수에 묻는다...3천명 작은섬에 50만 관광객 몰리는 이유
  • 남해안신문
  • 승인 2018.02.07 09: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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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일본 예술의 섬 나오시마를 가다]
예술가들과 주민의 참여가 만들어 낸 '예술섬'
인구 3천여명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예술섬으로 알려지면서 세계적 관광지로 탈바꿈한 일본 나오시마.
인구 3천여명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예술섬으로 알려지면서 세계적 관광지로 탈바꿈한 일본 나오시마.

 

지난 12월 제주대학교 김경호교수와 필자는 오카야마를 거쳐 나오시마를 방문하였다. 몇 년 전부터 꼭 한번 다녀오자고 한 약속을 이제야 실천한 것이다.

눈이 내리던 오카야마 그리고 나오시마에서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김 교수와 필자는 나오시마를 방문하여 국제해양관광도시를 지향하는 여수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하고 어떻게 여수의 환경과 접목시킬 수 있을 것인지를 탐닉하기 위해서 예술의 섬 나오시마를 다녀오게 된 것이다.

나오시마 섬을 들어가는 초입부터 우리는 나오시마의 국제적 유명세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현지인은 물론이거니와 한국인, 외국인 등 너나 할 것 없이 나오시마를 눈과 가슴에 담기위해 애쓰는 모습들을 역력히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세토 내해(內海)의 예술의 섬은 나오시마를 필두로 테시마, 이누시마 이렇게 3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에 나오시마를 체험하였기에 나오시마에 대해서만 말할 수밖에 없음을 아쉽게 생각하는 바이다.

일본의 지중해라고 불리는 세토내해의 대표적인 예술의 섬 나오시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행 잡지인 콘데 나스트 트레블러(Conde Nast Traveler)가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7대 명소로 꼽은 유명한 관광지이다.

우리는 오카야마에서 전철을 타고 또 갈아타고 약 50여분 정도 달렸고 나오시마에는 대형 차도선를 타고 입도하였다. 나오시마 미야노우라 선착장에 도착하니 쿠사마 야요이의 붉고 검은 “호박”이 시야에 들어 왔다.

이 붉은 호박은 마지막에 경험하기로 하고 우리는 마을버스를 타고 섬 가장 안쪽에 있는 지추미술관(地中美術館)부터 관람하기로 계획하였다.

도중에 내려서 미술관행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10분여를 달려가니 나타난 지추미술관.

이 곳 지추미술관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건물을 설계하고 끌로드 모네의 작품과 미국의 현대 화가 월터 드 마리아와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지추 미술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땅 속에 묻혀있는 미술관이다. 지하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전시관이 자연채광으로 조명 처리되어 있었다. 작년 초에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만난 르코르뷔지에의 작품보다 더 황홀한 숨 막힘을 느낄 수 있었다.

나오시마의 지중미술관.
나오시마의 지중미술관.

 

건축과 자연을 절묘하게 연결한 안도 타다오의 톡특한 건축세계를 느낄 수 있었다. 모네의 ‘수련 연못’ 이라는 작품을 전시한 방은 하얀 벽면에 부드러운 자연 채광이 쏟아지고 있었고 바닥은 직경 2㎝의 대리석 큐브로 촘촘히 깔려있었다. 발란스인 듯 언발란스인 듯, 모네와 안도의 만남, 미술과 건축에 문외한(門外漢)인 나를 새로운 세상으로 이끄는 듯 했다.

월터 드 마리아의 작품 <시간/영원/시간 없음>은 안도가 설계한 콘크리트 벽면에 드 마리아의 둥근 모양의 큰 화강암 구체(球體)가 놓여있는 두 작가의 콜라보레이션이라고 한다.

자연 채광을 받고 있던 그 전시실이 아직도 눈에 아른 거린다. 공간이 주는 엄청난 감동이었다. 2,060엔의 입장료가 아깝지 않았다.

다음은 이우환 이술관이다. 아티스트 이우환이 2007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후쿠다케 소이치로 이사장의 제안과 안도 타다오의 권유로 미술관을 건립하였다고 한다.

이우환의 다양한 작품과 만날 수 있는 만남의 방은 신발을 벗고 들어갈 수 있었다. 이 역시 새로운 세계였다.

침묵의 방, 명상의 방, 마지막으로 그림자의 방 특히, 그림자의 방은 단순이 돌을 가져다 놓은 걸로 착각 할 수 있을지 모르나 뭔지 모를 단순함과 심오함이 숨어 있었다.

걸어서 마을버스 타는 곳까지 내려오면서 마주친 수많은 예술작품들의 숨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즐겁고 멋진 하루를 보냈다. 유명작가의 작품과 아마추어의 작품들이 안데 어울려 관광객을 손짓하고 있는 듯 보였다.

인구 3,000여명에 불과한 작은 섬에 연간 5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이유가 있었다.

미쓰비시 중공업이 구리제련소를 용도 폐기한 나오시마섬을 자연과 인간, 예술이 함께하는 문화의 섬으로 만든 안도 타다오의 열정이 현재의 나오시마를 있게 만든 것이다.

일본 최초로 에코타운으로 지정받고, 문화예술을 활용한 도시재생사례로 손꼽히고 있는 나오시마. 안도가 가지고 있는 건축의 가치, 그리고 그와 생각을 같이하는 예술가들과 주민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가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감히

바람 불고 눈 내리던 나오시마.

강한 인상으로 내게 다가온 나오시마.

나오시마에 가기 전 우연히 만난 어떤 공무원 나리의 ‘볼 것 없는 곳에 왜 가느냐’는 비아냥거림에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던 나. 그에게 의문의 1패를 안겨준 또 다른 나.

365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천혜의 조건을 가진 관광도시 여수.

젊은이들은 떠나고 나이 드신 어른들이 주로 생활하는 이 곳에 젊은이를 다시 돌아오게 하는 묘책을 세우고 돌아온 우리 두 사람.

여수가 나오시마보다 입지조건은 더 훌륭하다는 결론을 내린 우리 두 사람은 과연 정상일까요? 비정상일까요?

배병우 작가의 소나무사진 전시실, 허영만 화백의 만화 전시실, 손상기 미술관, 배동신 화백의 작품전시관 그리고 여수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무명, 유명의 수많은 예술가의 미술관을 꿈꾸는 한 시민의 소리 없는 외침.

지금 당장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먼 미래를 보는 혜안을 갖는다면 여수를 찾는 관광객의 재방문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나오시마를 다녀온 기행문을 여기서 마칠까 한다.

김지호 [본지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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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호 2018-03-02 14:34:51
나오시마
보고 배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