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사현정(破邪顯正)은 적폐청산을
파사현정(破邪顯正)은 적폐청산을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8.01.30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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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율 주필.
이상율 주필.

촛불 정신을 바탕으로 새롭게 출발한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積弊 淸算)을 표방하고 국가와 사회의 쇄신 작업에 들어갔다. 민주시민의 권리 증진, 국민을 위한 생활 정치, 경제 정의를 실현을 위한 정책의 개발, 국방 개혁, 부정부패의 청산, 합리적인 교육정책, 언론 자유와 공정화, 4차 산업 육성, 지방분권의 향상, 서민 지원 정책 등 총체적 개혁을 위한 고삐를 쥐고 달리고 있지만, 기득권층의 도전과 방해로 여의치 않아 보인다.

적폐(積弊)는 오랫동안 쌓여 온 폐단(弊端)을 말한다. 인허가를 내줄 때마다 웃돈을 받는 것, 법의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 등 자신의 직위를 이용하여 국민에게 정직한 봉사를 하지 않고 자신의 영달만을 위해 사회적 규율을 깨는 모든 행위를 적폐라 하고 이를 청산하겠다는 것이 적폐청산이다. 그런데도 이를 마치 특정 개인이나 세력을 탄압하고 정치 보복이라고 어쭙잖은 주장을 하면서 이를 방해하는 것이야말로 우선 청산대상이다.

초유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한 박근혜 전임 대통령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재판에서 보듯 진실을 은폐하려는 기득권층의 반발과 공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정원과 국방부의 미온적 태도, 법꾸라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우병우가 이를 반증하고 있다. 정치권의 발목잡기는 극에 달하고 있고 도리어 적폐청산을 정치 보복으로 오도하여 국민의 경악과 분노를 더욱 이글거리게 하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양식 있는 국민을 졸로 본 것인가. 평창올림픽을 평양 올림픽이라는 말장난으로 국민을 오도하고 제천 밀양의 화제사건도 정부의 탓이라면서 정쟁에 혈안이 되고 있다. 소방법 개정이나 소방관 처우에 대한 법률을 손질하는데 반대하고 심지어 소방관 처우개선에 대한 예산까지 삭감 시키는 우를 범했던 자신들의 잘못은 감추고 남의 탓만 하는 후안무치한 행위가 바로 적폐청산의 1호 대상이 아니고 무엇인가.

19924월에 창간한 교수신문은 국내 주요사건을 바탕으로 시의 적절한 사자성어를 발표하기 시작 2001년도 오리무중(五里霧中)을 시작으로 2017년 파사현정(破邪顯正)에 까지 이르기까지 모두 16개에 달한다.

2008225일 제17대 대통령에 이명박이 취임했다. 그해 사자성어는 호질기의(護疾忌醫)로 병이 있는데도 의사한테 보여 치료를 꺼린다는 말로 과실이 있으면서도 남에게 충고받기를 싫어함을 비유한 말이다. 2009년 방기곡경(旁岐曲逕), 일을 순리대로 하지 않고, 부당한 방법으로 억지로 함을 이른다. 대표적으로 4대강 사업 등을 지적한 것이다. 2010년 장두노미(藏頭露尾), 머리는 겨우 숨겼으나 꼬리는 들어나 보인다는 뜻이다. 2011년 엄이도종(掩耳盜鐘), 자기가 한 일이 잘못됐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비난을 두려워해 귀를 막지만, 소용이 없다는 뜻. 2012년 거세개탁(擧世皆濁), 온 세상이 혼탁하다는 뜻이다. 재임기간에 치세의 모습이 확연하게 반추된다.

2013225일은 18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했다. 여성 대통령 취임은 처음이어서 내심 기대한 국민도 많았다. 그러나 재임 중 교수들은 사자성어로 2013년 도행역시(倒行逆施), 2014년 지록위마(指鹿爲馬) 2015년 혼용무도(昏庸無道) 2016년 군주민수(君主民水)를 추천했다. 도행역시는 차례를 바꾸어 행함, 지록위마는 말을 가리켜 사슴이라고 했다는 뜻으로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제 마음대로 휘두르는 짓, 혼용무도는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무도한다는 뜻이며 군주민수는 임금은 배, 백성은 물로 무도한 왕은 백성이 밀어낼 수 있다는 촛불 탄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절묘한 부합이다.

교수신문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四字成語)가 파사현정(破邪顯正)이다. 이 말은 사견(邪見)과 사도(邪道)를 깨고 정법(正法)을 드러낸다는 의미라고 한다. 올 한해 세상을 움직였고 달구었던 적폐청산이라는 이슈 때문에 등장한 것이 아닐까.

파사현정이란 사자성어를 추천한 영남대학교 철학과 최재목 교수는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지도층, 엘리트 집단, 기득권층의 갑질, 그런 독점의 민낯이 드러났는가 하면 정치·경제·교육··역사·제도·문화·도덕, 그런 기획과 실천까지 장악해버렸고, 끼리끼리 몰아주고, 또 그런 배분의 방법과 룰과 도덕성, 심지어는 아름다운 이미지, 또 그런 세습까지 독점해버렸다. 그런 광신적 패거리들로 바깥에서는 세월 호처럼 엉망진창으로 사회가 침몰하고 있다.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적폐청산이라는 절대정신을 다르게 표현해본 것이 파사현정이다.라고 절규했다. 우리 사회의 참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으로 곱씹어볼 대목이다.

파사현정, 적폐청산과 개혁은 끝이 없다. 만약 이번 정권에서 적폐를 청산 하지 못할 경우 우리의 미래는 담보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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