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여수선언’
두 개의 ‘여수선언’
  • 남해안신문
  • 승인 2017.12.2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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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여수YMCA사무총장)
이상훈 총장.

 

2012년8월12일 여수세계박람회 폐막식에서 ‘여수선언’이 채택되었다. ‘살아있는 바다와 연안’이라는 여수박람회 주제와 정신을 바탕으로 해양을 인류문명의 중요한 자원으로 계승 발전시켜야한다는 것이 선언의 핵심 내용이다.

더불어 기후변화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연구투자증진 및 정부와 시민사회의 공동노력, 국제사회의 실천을 다짐하였다.

비록 정부의 의지부족으로 흐지부지되어가고 있지만 세계와 유엔에 내놓은 이 약속은 어떻게든 지켜가야 한다. 약속도 약속이지만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의 미래비전은 해양에 있으며, 점점 심각하게 다가오는 기후변화대응은 선택이 아닌 숙명과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2017년 올해 10월26일 또 하나의 ‘여수선언’이 채택되었다. 제5회 대한민국지방자치박람회가 열린 그때 그 자리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이다. 지방 4대 협의체장, 즉 시도지사, 시도의회의장, 시장·군수·구청장과 시군구의회의장들이 공동으로 ‘자치분권 여수선언’을 발표한 것이다.

이 ‘여수선언’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구체적 실현을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등한 동반자적 관계형성, 보충성과 독립성의 원칙에 근거한 사무구분, 국가의 지자체에 대한 충분한 재원확보보장요구, 주민들의 참여기회 확대를 통한 풀뿌리민주주의실현을 다짐하는 내용이다.

이 선언은 동판으로 제작돼 여수시가 영구 보존할 계획이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국정핵심과제로 건 문재인정부답게 처음으로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에서 지방자치박람회를 개최하고, 선언까지 그 도시이름을 걸어 채택하였으니 그 의미가 사뭇 깊다.

이 선언에 더해 문재인대통령은 기념식에서 내년 개헌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다’라는 조항을 넣고,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개칭하고,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대폭 이양해 연방제수준의 지방분권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만일 대통령의 약속대로, 그리고 국회의 협력으로 내년에 지방분권개헌이 이뤄진다면 대한민국의 역사는 새로운 전기를 맞는 것이며, 그 한 가운데 여수가 분권자치의 상징도시로 자리매겨지게 된다.

그러나 마냥 설레지만은 않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첫 번째 여수선언이 떠올라서다. 문장 속에 갇혀 아무런 실효를 내지 못한다면 그 선언은 안 하니만 못하다. 자치분권 여수선언은 여수에 기회를 준 것일 뿐, 그 기회를 살리고 죽이고는 여수에 달려있다.

여수시장이 ‘자치분권 여수네트워크' 구성을 시의회, 시민사회단체, 정치권을 아우르는 범 지역사회에 제안한 것은 일단 고무적이다. 이 네트워크에서 머리를 맞대고 ’여수형 지방자치모델‘을 만들고 실현하는 일을 여수에서부터 만들자는 취지에도 공감한다.

이 네트워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지역의 자치역량을 키우는 일이다. 주민자치기구로는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주민자치센터가 취미교양활동의 장 정도로 머물러 있어서는 곤란하다.

시 또는 읍면동의 정책과 행정, 주민복지정책에 대해 모니터하고 목소리를 내는 기능이 주민자치센터의 본질이다.

몇몇 위원들에 의해서가 아닌 주민들이 참여하고 이끌어갈 수 있도록 운영의 민주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도모해야한다.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실질적으로 시행해 주민 눈높이의 예산집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고 싶어도 주민들의 수준이 이에 닿지 않아 안 된다는 핑계를 대는 공직자가 혹여 있다면 고 노무현대통령의 '며느리론'을 들려주고 싶다.

“며느리에게 밥할 기회를 주지도 않고 밥을 잘 하느니 못 하느니 하면 안 된다” 우리 지방자치 역사가 짧아 주민들의 자치역량이 미흡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역량강화의 기회마저 주지 않는다면 자치는 요원하기만 할 것이다.

차제에 첫 번째 여수선언도 곰곰 생각해보면 자치분권정신으로 실현해갈 소지가 충분하다. 두 개의 여수선언을 양 날개 삼아 멀리 비상하는 여수를 꿈꿔본다.

이상훈 (여수YMCA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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