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인류애' 필리핀에서 꽃 피다
'여수의 인류애' 필리핀에서 꽃 피다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7.11.17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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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사랑나눔회 18번째 해외봉사 동행기 - 2]
▲ 여수 지구촌 사랑나눔회 회원들이 필리핀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에 이어 담배와의 전쟁도 선포 했다. 지난 7월 23일부터 대중교통시설, 정부시설, 학교, 음식점, 길거리 등 흡연지정구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을 금연구역이다.

유스호스텔, 오락시설 등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의 100m 이내에서의 담배판매도 금지되었다.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적발되면 500~1만 페소로 우리 돈 약 1만원에서 22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팔면 5천 페소 약 13만원의 벌금 및 최장 30일 구류 처분이다. 식당, 카페 등 모든 영업장 문 앞에는 “NO SMOKING” 붉은 글씨로 쓴 표시가 붙어있고 중심가 길가는 담배꽁초 하나 발견 할 수 없이 깨끗하다. 그러나 빈민가의 뒷골목을 들어서면 담배꽁초가 이곳저곳에 즐비하게 흩어져있다.

28일 진료 두 번째 날은 꾸얍이다. 이곳은 란다안 바랑가이 지역 보다는 낮은 지역이지만 어려운 사람이 많은 변두리라는 것은 별반 다를 게 없다. 진료는 이곳의 스포츠 센터에서 치과를 제외하고는 진료과목이 한곳에 모여 수월했다. 1천여 명의 환자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지만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 됐다.

학교 옆 좁은 광장에서 아동들을 상대로 우리 민속놀이 한마당이 펼쳐졌다. 제기차기, 연날리기, 풍선놀이를 진행했다. 미리 마련해간 방패연, 제기, 고무풍선으로 경기를 하고 참여 어린이에게 축구공과 학용품을 나누어 주고 사용했던 놀이 기구는 갖도록 한 놀이 판이다.

▲ 지구촌 사랑나눔회 회원들이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이 몰려와 다투어 신청하고 제기차기를 하느라 법석이다. 하나라도 더 차기 위하여 신고 있던 샌들을 발등으로 올려 평평하게 하여 차보지만 번번이 실패 하는 모습에 폭소가 터지고 어쩌다 세 번만 넘겨도 탄성이 넘친다.

고무풍선에 공기를 넣다 “펑”하고 터져 제풀에 놀라는 모습엔 온통 웃음 마당이 된다. 방패연의 아름다운 모습에 서로 달라고 채근하며 손을 내미는 어린이의 순진무구한 모습은 우리 아이들과 다를 바 없다.

민속놀이 인기는 어린이들은 물론 구경하는 어른들도 자리를 뜨지 못했다. 대부분의 학생이 약국을 지원 하는 바람에 김성은 군과 통역사 홍의현이 현지 동장과 함께 민속놀이를 진행하면서 이들과 함께 되는 모습이 대견하다.

오늘은 잔치도 열었다. 참석자 모두에게 점심을 대접하기로 했다. 어제는 진료 장소가 산재해 있는 등 환경이 열악하여 미루었던 식사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필리핀에서는 피딩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결식 자들을 돕기도 한다. 피딩은 무료급식이다. 이들에게 루가오를 대접했다. 루가오는 필리핀 사람들이 즐겨 먹는 닭죽이다.

정천섭 단원과 이곳의 자원봉사자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직접 그릇에 떠 건넨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반기면서 맛있게 먹는 모습에 보람을 느끼게 한다. 잔치 집 같다. 이 푸딩은 선 듯 나서지 않는 회원이 500만원을 투척해 이루어진 일이다.

▲ 지구촌 사랑나눔회 회원들이 의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29일 봉사 사흘 째, 마지막 날이다. 비얀 바얀으로 향했다. 이곳은 필리핀에서 가장 큰 베아호 옆에 자리하고 있다.

세 곳 진료지역 가운데 도심과 가장 가까운 지역이라고 했지만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좁은 골목은 어느 지역이나 다를 바 없다.

길가에 빽빽 하게 들어찬 집들 사이로 좁은 골목이 있고 이 길을 깊숙하게 들어가면 의외에도 겨우 지붕만 가린 판자 집들이 즐비하다. 밀집도가 매우 높다.

도대체 어떻게 집을 찾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그런데 골목마다 우리처럼 도로 명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 입구에 도로명이 쓰여 있는 판자나 골판지만 달려 있을 뿐 집 마다 사용하는 집 번호는 찾을 수 없다.

이곳에서도 1천여 명의 환자가 몰렸지만 환자 진료와 푸딩, 민속놀이는 여유롭게 진행 됐다. 치과와 산부인과만 인근 지역에 두고 모든 진료와 약국이 한군데로 모여 훨씬 편리해진 듯하다. 환자가 대기하고 있는 옆 빈터에서 제기차기, 풍선놀이를 했다.

바람이 들어있는 막대 풍선을 꼬아 모자 등 갖가지 모형을 만들어 나누어 주기도 했다. 파랑, 노랑, 빨강 풍선이 이곳저곳을 누비고 하늘로 솟구쳐 소아과에 걸려있는 스마일 풍선과 조화를 이루면서 마치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런 여유 때문이었을까. 필자는 주택가를 방문 했다. 쓰러질 듯 허름한 판자 집 옆에 안쪽은 붉은빛이 갓 쪽은 노란 색으로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꽃이 눈에 띈다. 마치 우리 나라꽃 무궁화를 닮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구마 멜라”라고 한다.

나라꽃이 생각나 가까이 다가섰다. 그때 한 노파가 여섯 살 가량의 아이를 가리키며 “코리안” “코리안”을 몇 번이고 반복 한다. 이어 집안에 있던 딸을 불러낸다. 무슨 사연이 있는 듯했다.

이름 밝히는 것을 망설이던 30대 안팎의 젊은 여인은 6년 전 40대 한국남성과 사랑을 했고 아들을 낳았다고 askfans을 열었다.

▲ 지구촌 사랑나눔회 회원들이 필리핀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산후 3개월쯤 아버지가 아이의 이름을 한국 이름 김명곤, 필리핀 이름으로는 Anton Michael F Kim이라고 지어주기 까지 했다는데 이제는 연락을 끊어 버렸다는 것. 여인은 “이 아이만이라도 좋은 환경에서 자랐으면 바랄 것이 없다”는 말로 하소연 했다. ‘코피 안’이다.

한국의 ‘코’ 필리핀의 ‘피’를 합성한 용어로 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여성 간에 태어난 아이들은 이렇게 불린다. 함께한 통역이 이런 사생아는 한국인의 필리핀 진출이 늘어나면서 더욱 많아지고 있다는 설명에 문득 사죄하는 마음으로 미화 50달러를 아이의 손에 살그머니 쥐어주고 무겁게 돌아서는데 가슴이 울컥 해진다.

마지막 진료는 예정 시간보다 일찍 끝났다. 로데스 시장이 진료 현장까지 찾아와 주민들을 위로하고 봉사단에 고마움을 표시한다. 심병수 원장과 박승원 과장은 부부가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 했다. 심병수 원장은 봉사기간 중 지방종양 환자를 여덟 명이나 수술했다.

스물 한 살의 청년 아이니바는 일하다 입은 엉덩이 상처를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했다. 감염으로 증세는 더욱 악화돼 고통을 받고 있다가 심원장의 수술로 치료가 되자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고 건넨다.

수술할 때마다 부인 김소현 씨가 곁에서 전문 간호사 이상으로 보조를 맞춰 수술을 도왔다. 박승원 과장의 부인 김다영 씨는 어린이를 위한 사탕과 고무풍선을 사비로 마련하여 가져와 진료가 끝난 어린이 환자들에게 나누어 주워 기쁨과 즐거움을 안긴다.

이날은 우리가 머무는 호텔에서 가까운 알라방의 한국 식당에서 그간의 이야기들을 나누고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으로 포만감을 만끽 했다.

귀국 하루 앞둔 30일 문화탐방은 따가이따이 화산섬 투어였다. 따가이따이 화산은 활화산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화산으로 알려져 있다. 마닐라 남동쪽에 위치한 따가이따이 분화구는1 977년 화산 폭발로 분화구 안에 또 하나의 분화구가 있는 매우 특이한 화산이다.

면적 234.2㎢, 평균 수심 100m로 필리핀에서 세 번째로 큰 호수로 마치 다도해에 섬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망대에 오르면 따알 호수의 경치를 즐길 수 있다. 높은 곳에서 화구호를 바라보는 것이 장관이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정상에 오르려면 말을 타고 간다.

▲ 지구촌 사랑나눔회 회원들이 컴퓨터를 기증하고 있다.

산 아래 부락에는 말과 마부가 있다. 이들이 이끌고 타는 말이지만 서툴고 불안하다. 울창한 수림 속의 비탈진 길을 따라 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지막 밤의 만찬도 전임 시장 카타쿠즈가 준비하고 초청했다. 따알 호수의 인근지역 셔틀 루프 홀을 석별의 정을 나눌 곳으로 정한 것이다.

자신이 청년시절 허허벌판이었으나 도시 개발을 추진하여 지금의 유명 관광지역으로 만든 추억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성찬이었다.

처음 보는 음식도 많고 특히 발롯(달걀) 하나씩을 모두에게 나누어주고 먹기를 권한다. 발롯은 부화 직전의 달걀로 병아리 형태가 이루어진 달걀을 삶은 것이다. 위를 약간 따내고 적당량의 소금을 뿌리고 입으로 힘껏 빨아대면 머리 부분이 싹둑 잘리면서 입안으로 들어온다.

이를 서너 차례 반복하면 병아리 한 마리를 다 먹게 된다. 먹기 전 들여다보면 막상 삼킬 수 없으니 보지 말고 빨리 먹으라고 성화다. 일행은 다투어 삼키고 나서 표정들이 다채롭다.

만찬이 끝나자 시장을 대신하여 모두에게 일일이 감사장을 수여하고 봉사단의 활동을 촬영한 사진 커피 한 통, 샤쓰 한 벌, 망고 포 등이 들어있는 소담한 보따리를 선물하고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다시 만남을 약속했다.

여수 지구촌 사랑나눔회의 인류애를 실천하기 위한 필리핀 마닐라 산 페드로의 의료봉사는 이렇게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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