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그루의 나무가 되어
한그루의 나무가 되어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7.11.0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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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 인생”이라는 노래가 인기다. 노래를 부른 가수 이 애란이 이 노래 한 곡으로 오랜 무명을 벗고 인기 가수로 발돋움했다. 경쾌한 리듬뿐이 아니라 가사가 희망적이기 때문이다. 가사는 육십 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고, 시작하여 칠십 세는 할 일이 아직 남아. 팔십 세는 아직 쓸 만해서, 구십 세는 알아서 갈 테니 재촉하지 말라고, 백 세는 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 로 오래 살기를 소망하는 사람들에게 환영받을 만하다.

백세 인생이 결코 꿈만은 아닌 것 같다. 의학과 과학문명이 발달되면서 인간의 평균수명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백세 인생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닐 것 같다.

풍족한 재원과 건강한 사람에게나 반가운 일이지 나이 60을 넘겨 가진 것도 일자리도 없는 사람에게는 삶이 너무 지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만성적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은 오랫동안 고통을 받아야 함으로 도리어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인생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 아무리 오래 산다 해도 결국 살아있던 동안 가졌던 모든 영욕을 묻고 이승을 등지게 되어있다. 그렇지만 떠나는 길도 빈부가 엇갈린다. 장례방식의 규모나 방식이 빈부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가문의 영예를 과시하기 위하여 조상 묘역을 만들어 2대∼ 4대까지 한꺼번에 매장하거나 납골당을 만들어 함께 모시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화장하여 봉안당(奉安堂)에 안치하는 때도 많다.

매장은 좁은 국토를 더욱 줄이는 부작용이 있어 화장을 권장해왔지만 납골묘지도 못지않게 많은 면적을 차지함으로써 그 대안으로 수목장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후손들이 성묘도 제대로 가지 않는 풍토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장례 풍속에도 조용한 변화가 감지된다.

세계적인 장례 풍습은 나라의 환경과 신앙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티베트에서는 시신을 독수리 먹이로 준다. 기후가 삭막하고 생활터전 대부분 토양이 부족하고 암반지대여서 매장이 거의 불가능하다. 불교도들은 죽은 자의 몸을 갈라서 독수리와 같은 맹금류가 먹도록 한다. 

이를 천장이라고 한다. 

영혼이 빠져나간 시체는 빈껍데기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다니족은 가까운 가족이 사망하면 손가락 한 마디를 절단하는 풍습이 있다. 토라자족은 배우자가 죽으면 수개월 함께 지낸 뒤에 묻는다. 이는 조상의 넋을 기리기 위해서란다.

아마존의 야모나모 족은 30-40일간 싸두었다가 바나나 수프에 넣어 먹는다. 이는 망자의 영혼이 극락으로 들어가도록 바라는 풍습이란다.

세계적으로 선호하는 장례 풍습은 매장이다.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이슬람권 나라에서 지금도 행해지고 있다. 한국은 조선 말기 근대화의 물결을 타고 일본의 화장법이 전래하여 병행되고 있다.

최근 들어 수목 장이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다. 입지가 좋은 곳에 나무를 심어 가꾸고 그 뿌리 부분에 화장한 고인의 뼛가루를 묻는 방법이다. 면적을 적게 차지하고 방법도 간편한 데다 늘 푸른 나무가 환경을 아름답게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록에 의하면 수목 장의 원조는 스위스 윌리 자우터 씨다. 영국인 친구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내가 죽으면 너와 함께할 수 있도록 나를 스위스에 묻어다오”라고 한 친구의 부탁을 위해 나무 아래 분골을 묻는 방법을 생각해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동행을 널리 알리기 위해 1993년 현대의 수목장(樹木葬)을 창안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수목 장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지역 주민의 반발도 있었지만 지금은 스위스 26개 주 가운데 25개 주에서 수목 장을 실시하고 있다 한다.

여수시 소라면 봉두리 시립 공원묘원에도 수목장이 등장했다. 지난 2016년 완공된 수목 장 묘역은 1블록에 6기를 안치할 수 있는 블록이 64개소로 모두 374기를 안치 할 수 있는 면적이다.

입구에는 제단이 있어 제사를 지낼 수 있으며 묘역에는 명패나 사진을 색인도 가능하고 고인을 추모할 수 있도록 단장되어있다.

2016년 7월 5일 첫 기가 안치된 것을 비롯하여 현재 1년여 만에 50기를 넘겼다. 여수시의 평균 사망률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면 살다가 수명이 다 하면 죽기 마련이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는데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 자연으로 온전히 돌아가는 수목 장은 인생 최고의 “엔딩”이 아니겠는가. 수목 장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싶은 이유다. 한그루의 나무로...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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