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 투어리즘과 여수관광
오버 투어리즘과 여수관광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7.10.19 22: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여수 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여수 관광이 지속적인 성장세에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여수 시민협은 지난 8월 실시한 시민 설문 조사 결과를 들어 여수시민의 실제 소득 증가는 미미하고, 물가 상승과 차량 정체, 불법주차 등으로 시민들이 겪는 생활 불편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여수 관광 1,300만 시대를 맞으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오버 투어리즘의 시작일까? 너무 성급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견도 많지만, 관광객 유치에만 급급했던 당국이 이를 예상하고 장기적 대안을 내놓아야 할 시기임에는 분명하다.

오버 투어리즘을 우리말로는 과잉관광으로 해석하면 무난하다. 특정 관광지에 수용력을 넘어서는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일으키는 다양한 문제로 지역주민이 관광객과 관광에 분노하는 현상을 뜻한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관광지인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주민들이 크루즈 선박 입항을 막고 벌인 선상 시위에서 “우리는 당신들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펼친 주민들의 민낯이 공개되고 전 세계 언론이 대서특필하면서 오버 투어리즘 즉 과잉관광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런 갈등은 유럽 유명 관광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 스페인 마요르카섬에서 3,000여 명의 시민이 ‘관광객은 집으로 돌아가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고 바르셀로나에서는 한 시민 활동가가 관광버스를 공격했고, 빌바오의 관광국 본부에는 페인트가 뿌려졌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도 오버 투어리즘은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매사에 과하면 문제가 되는 가보다. 막대한 돈을 쓰고 가는 관광객을 환영하기는커녕 내쫓으려고 하다니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너무 많은 관광객이 몰려와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교통 혼잡과 소음, 쓰레기 문제는 기본이고 건물, 지가 상승, 물가 인상으로 지역주민의 삶은 피폐해진다.

그런데도 관광 수입 대부분은 고통과 대가를 치른 주민이 아닌 관광 관련 업소나 다국적 거대자본의 차지가 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오버 투어리즘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도시에서 문제만은 아니다. 가까운 제주도의 경우 도민들이 제주 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근본적 이유는 과잉관광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제주가 처음으로 500만 명을 넘어섰던 2005년 제주 인구는 55만 명으로 일상생활에 관광객이 미친 영향은 7%에 불과했으나 1,000만 명을 돌파한 2013년에는 그 영향력이 14%, 1,500만 명을 넘긴 2016년은 약 30%의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했다.

더불어 같은 기간 제주 인구도 20%가량이나 증가함으로써 제주도가 혼잡해지고 생활이 불편해졌다고 도민들이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연간 200만 명이 방문하는 우도의 경우 여름철에는 지역주민의 약 5배까지 달하는 바람에 급기야 지난 8월부터는 렌터카 출입을 금지하는 대책이 실행에 옮겨졌다. 이 조치를 놓고 관광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과 지역주민 간에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한다.

올해 관광객 1,400만 명 시대를 전망하는 여수도 벌써 관광으로 인한 시민들의 피로감이 절정에 달하고 있다. 난개발에 따른 개발업자와의 마찰, 관광지의 차량 정체, 물가인상, 집값 상승, 쓰레기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호소다.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던 시민들이 어떤 논의나 토론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신들의 도시에 주민보다 관광객이 많아지는 것을 깨닫는 순간, 관광은 '점령'으로 느껴지고, 그로 인해 야기된 모든 문제에 대한 분노가 찾아와 관광에 대한 공포증이 드러나는 일도 머지않을 것 같다.

행복한 도시, 살고 싶은 도시가 되려면 타 도시보다 정주 여건이 좋아야 한다. 관광도시 건설에만 매달리다 보면 시민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고 도리어 인구가 줄어드는 기현상을 불러들일지 모른다.

한때 30만에 달했던 베네치아 인구는 이제 6만 명 선도 무너져 4만 8천 명까지 내려섰다. 살아있는 도시가 아니라 사람이 없는 유령의 도시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야겠다.

시는 관광산업의 성취를 숫자로 가늠하는 관행부터 버리고 내실 있는 정책 개발에 나서야 한다. 여수의 관광객 수용력은 어디까지이며, 이 지역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시민들이 관광객들에 의해 저변으로 밀려나는 현상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그 대안은 무엇일지 고민하고 점검하는 것을 관광정책의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먼 장래의 일일지 모르지만 오버 투어리즘을 경계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