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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은 무슨...멧돼지 새끼들 좋은 일만 시켜부렀구만”
[르포] 옥수수 수확철 전쟁터로 변한 화양면 일원을 찾아
멧돼지 잦은 출몰에 움막에서 밤을 지새우는 농민들
2017년 06월 30일 (금) 09:34:30 서선택 기자 sst@nhanews.com
   
▲ 맷돼지 습격에 쑥대밭이 된 화양면 옥수수밭.

올해는 유난히도 비가 내리지 않아 농민들의 시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밭작물은 오랜 가뭄으로 채 여물도 못하고 타 들어가고 있고, 이를 바라보는 농민들의 마음도 함께 타 들어가고 있다.

농민들은 엎친데 덮친격으로 저녁이면 야생동물 피해로 밤잠을 이기지 못하는 날이 이어지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랠 길이 없다.

여수시 기동포획단은 오늘도 화양면 김모 할머니의 출동요청을 받고 긴급히 지구대에서 총기를 들고 나와 저마다 차에 나눠 타고 현장으로 향한다.

멧돼지가 출몰했다는 신고지역은 도심에서 불과 10여분 거리. 화양면 옥적마을로 들어서자자 풍성하게 자란 옥수수들이 탐스럽게 익어 이빨을 드러내고 반긴다.

하지만, 농촌마을의 여유로운 풍경도 잠시. 할머니 한분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포획단 일행을 반긴다.

“엊저녁에 돼지들이 옥수수밭을 쑥대밭을 만들어 부렀당께” 사실상 광장으로 변해버린 옥수수밭을 보고 망연자실해 하는 김 할머니(71)의 안내에 따라 옥수수밭을 헤치며 밭 한가운데로 향했다.

멧돼지가 훓고 지나간 200여평 남짓한 밭은 말이 옥수수밭이지 이미 수확이 끝난 듯 처참한 몰골을 드러내고 있었다.

돼지가 먹다 남은 옥수수 찌꺼기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김 할머니는 깊은 한숨만 내쉬며 하소연을 쏟아놓는다.

“화양면에서 고구마 심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어요. 작년에 돼지새끼들이 싹쓸이하는 바람에 올해는 아예 고구마를 심지도 않했당께”

“엊저녁에는 돼지들이 다 왔는디 우락부락 소리가 나는대요 3일동안 잠을 못자서 도무지 일어날 수 있어야제. 그랬등마 그 놈의 돼지들이 밭을 이 사단을 내고 도망쳤당께”

   
▲ 맷돼지로부터 옥수수밭을 지키기 위해 한 어르신이 불을 피우고 있다.
   
▲ 맷돼지로부터 옥수수밭을 지키기 위해 할머님이 나와 연기를 피우고 있다.

피해건수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

화양면 농민들에게 옥수수 농사는 사실상 1년 농사다.

여수지역 농산물로는 처음으로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을 획득하는 등 지역 특산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 온화한 기후 덕택에 일선 농가에서 옥수수를 두 번 수확하거나 옥수수 수확 후 콩, 조, 양파 등을 후작하는 방식으로 재배하고 있다.

특히, 여수지역에서 생산된 옥수수는 해풍을 맞고 자라 일반옥수수보다 미네랄 함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타지 소비자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수확시기를 즈음해 멧돼지의 출몰이 잦으면서 농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피해규모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여수지역에 멧돼지 등 유해조수의 출현에 따른 민원은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2015년 114건이던 것이 지난해 196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벌써 103건에 이른다. 여수시에 이들 피해 농민들에게 피해보상을 하고 있지만 지난해의 경우 6건 260여만에 불과하다.

실제 농작물 피해 상황을 보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 여수시 차원에서 전기 울타리 설치를 지원하고 있지만, 피해를 막는데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 농민들이 맷돼지로부터 옥수수밭을 지키기 위해 움막을 짓고 매일 보초를 서고 있다.

낮에는 논농사 밤에는 밭지킴이 고달픈 농민들

“아이고, 없는 기력에 애써 농새 다 지어놨드만 돼지새끼들만 좋은일 시켜 부렀구만. 내년부터는 아예 농사 안 지을라요”

쑥대밭이 된 옥수수밭을 쳐다보며 망연자실하는 할머니의 공허한 하소연을 뒤로 한 채 발걸음을 옮겼다.

또다른 멧돼지 출몰이 신고접수된 세포지역에 도착했다.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으려는 찰나다. 옥수수밭 한가운데 모닥불을 피워놓고, 깡통을 두드리며 농작물을 지키고 있는 노부부의 모습이 처량하기 그지없다.

“어서오시오. 고생들허요. 근데 오메 미치겠어. 모기는 달려들제 잠은 오는데 여기서 나갈 수가 있어야제. 그 돼지들이 새복에 내려와서 밭을 아수라장을 만들어 분당께. 할 수 없이 여기고 이러고 밤을 세우요”라며 한숨을 내쉬는 이모(69) 할머니다.

이 할머니처럼 멧돼지를 좇기 위해 밭 한가운데 움막을 치고 밤을 지새우는 이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혹여 멧돼지의 공격을 받을세라 아예 경운기 위에서 밭지키기에 나선다.

경운기로 마을을 순찰하며 자율방범대 처럼 밤새 밭을 지키는 이색적인 풍경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옥수수 수확철이 다가오면서 화양면 일대는 멧돼지들과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하지만, 대부분 농민들이 연로한데다 낮에는 논농사를 챙겨야 하는 이들에게 이만한 곤욕이 없다.

“낮에는 논에서 쌔빠지게 일하고 저녁에는 모여서 솥이랑 몽둥이 들고 이렇게 돼지를 지켜야 한당께. 제발 좀 나라에서 돼지 좀 싹 잡아줬으면 좋겄소. 진짜 이러다가 이도저도 못하고 굶어죽게 생겼당께”

어르신의 한숨섞인 하소연을 듣노라니 또다시 전화벨이 급히 울린다. 장수지역에 멧돼지가 옥수수밭에 들어 왔다는 내용이다.

고생하시라는 인사와 함께 다음 출동지역으로 이동키 위해 자리를 털고 일어서려는 찰나 할머니의 하소연이 포획단의 귓전을 때린다.

“평생 자석들 먹여 살린다고 고생고생했는디, 늘그막에는 돼지새끼들을 먹여 살린다고 이 고생이니 한숨밖에 안 나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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