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하면서 코끝을 찡하게 때리는 알싸한 맛. 살아 있네”
“아삭하면서 코끝을 찡하게 때리는 알싸한 맛. 살아 있네”
  • 강성훈 기자
  • 승인 2017.03.30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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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여수맛을 살리기 위해 뭉친 40년지기 동창생
▲ 여수의 숨은 맛을 살리기 위해 40년지기인 김여자(사진 왼쪽)와 심창숙씨가 의기투합해 '청산푸드시스템'을 창업했다.

“아삭하면서 코끝을 찡하게 하는 알싸한 맛. 이제야 제대로 된 여수돌산갓김치를 맛을 볼 수 있게 돼 부렀구만”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통할 ‘여수의 깊은 속맛’을 찾기 위해 40년지기 초등학교 동창 둘이 뭉쳤다.

여수가 지닌 맑고 청정한 이미지를 ‘갓김치’에 담아내겠다는 의지를 담아 ‘청산푸드시스템’을 창업한 심창숙, 김여자 두 친구들이 주인공.

수도권에서 수조원대 복합쇼핑몰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고, 수년간을 건설사 임원으로 근무하기도 한 유통전문가인 심창숙 대표와 여수에서만 평생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펼치며 여수토박이로 살아온 김여자 대표가 ‘여수맛’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새로운 미래사업을 구상중이던 심 대표에게 먼저 김치사업을 제안한 것은 김 대표였다.

“고향 여수는 맛을 통해 관광산업을 일으키고 있고, 여수를 대표하는 갓김치 시장은 현재도 활성화돼 있지만, 앞으로의 확장성도 충분하다고 봤죠”

이렇게 김 대표가 심 대표를 설득했고, 20여년을 유통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심 대표 역시 쉽사리 손을 잡았다.

“김치를 담그지는 못해도 맛을 볼 줄 안다고 자부했어요. 김 대표의 제안에 최근 뜨고 있는 여수관광의 촉매제가 ‘맛’이라는 데 공감하고, 향후 먹을거리 사업 역시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충분히 가치있는 아이템이라 생각했죠”

이후 새로운 사업을 향한 두사람은 손길은 일사천리로 움직였다.

“유통에는 자신있었고, 제품은 이미 김 대표의 손으로 검증이 끝났으니 망설일 것 없었어요”

김 대표는 이미 수년전부터 지인들에게 김치를 선물하며 맛을 인정받은 터였다.

심 대표 역시 이미 그 맛의 검증을 끝낸 터였다. “가끔 여수에 내려올 때면 친구의 김치맛을 보긴 했죠. 그러다 한번은 재경여수고 동문체육대회를 개최하는데 친구가 음식을 마련하겠다 해서 모두 여수 음식으로 대접했어요 ‘이런 갓김치가 있었어’ 대박이었죠”

▲ 김여자씨가 갓김치를 담그고 있다.

하지만 이미 수백여개 업체가 하루에도 수백킬로그램의 갓김치를 담궈내고 있는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가장 좋은 재료를 고르는 것은 기본. 갓김치의 맛을 가장 잘 살려낼 체계화된 레시피를 준비했어요. 무엇보다 좋은 맛을 내기 위해서 만큼은 비용에 얽매이지 않기로 했어요”

“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을 것, 국내산 재료만을 지킬 것, 내 입맛에 맞는 김치가 아닌 김치를 받아 들 고객의 입맛에 맞는 김치를 담글 것...꼭 지켜야 할 것”들이었다.

이렇게 시작한 청산푸드시스템은 기존 제품과 차별화 된 맛으로 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주문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통통하게 잘 자란 갓만을 사용해 조금 삭히더라도 아삭함이 고스란히 살아 있고, 맵고 짠 김치맛이 아닌 갓이 지닌 특유의 알싸한 맛을 살리면서도 깔끔한 뒤 끝.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는 ‘여자네’ 갓김치예요”

물론 시행착오도 겪었다.

무턱대고 너무 매운 고춧가루를 사용했다가 처음 제품을 보낸 지인들의 신통치 않은 반응에 처음부터 계획이 어그러진 것 아닌가 염려도 했다.

너무 매운 맛에 길들여진 남도사람들의 입맛을 그대로 반영한 탓이었다.

이후 수차례 거래처를 바꿔가며 최적의 재료를 찾아냈다. 물론 비싼 비용은 감내해야 했다.

“직접 빛깔이 고우면서도 감칠맛을 내는 고춧가루를 찾아 헤맸죠. 일부에서는 고운 빛깔을 내기 위해 ‘수입산을 섞어 사용할 것’을 권하기도 했지만, 이내 거절했어요. 오래 지켜야 할 ‘정직’인데 처음부터 쉽게 갈 수는 없었습니다”

청산푸드시스템은 또하나의 차별화에 나섰다. 갓담근 갓김치와 함께 적당히 숙성된 갓을 적절한 비율로 함께 보낸다.

또 하나, 갓김치 뿐 아니라 배추김치, 알타리김치 등 고객입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김치를 함께 조금씩 담아 보낸다.

“판촉 차원에서 고객들의 성향을 파악해 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판단해 함께 보내는 거죠”

두 초등학교 동창생은 “김치만을 생각하면 이 사업을 생각하지 않았을 거예요. 여수에서 나는 멸치며 거문도 갈치 등 여수를 특징지을 수 있는 몇가지 아이템을 가지고, 갓김치와 곁들여 종합식품회사로 발전시켜 나갈 겁니다”

인생 이모작의 길목에서 큰 꿈을 품은 이들에게 끊임없이 이어지는 주문쇄도의 고단함은 더 큰 꿈을 향한 시행착오(?)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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