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도 바지 두벌은 입지 않는다.
부자도 바지 두벌은 입지 않는다.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7.03.29 1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유형별로 보면 기부협찬, 공익사업, 사회 봉사활동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 기부 협찬은 기업이 직접 각종 사회공헌 활동에 나설 수 없으면 특정 기관이나 단체에 현금으로 지원하여 공익 목적에 사용하게 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여수 관광 1,300만 시대를 견인했던 여수 해상케이블카(주)는 지난 2014년 11월 임시 운행 허가를 앞두고 유료 입장권 매출액의 3%를 여수시에 공익기부하겠다는 약정을 하였고 운영 첫해인 2015년분 기부금 8억3379만 원을 여수시에 냈다. 그러나 정식 운행허가가 난 지난해 5월부터 갑자기 태도가 바뀌어 10월 공익기부 약정이 자발적인 의사로 체결된 것이 아니며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어 ‘100억 원 장학재단 설립’으로 기부금 납부를 대신하겠다고 통보한 후 법원에 공탁까지 했다.

여수시는 관광 진흥기금 설치 및 운영조례까지 제정하고 기탁금은 관광 진흥 기금으로 적립하여 지역관광 기반시설의 건설 및 개보수와 관광객 유치 지원 사업, 관광 상품 개발 및 홍보사업 등에 활용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발생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수차례 독촉하다 결국 법원에 판결을 구했다. 광주지법 순천지청은 여수 해상케이블카(주)에 지난해 1분기부터 4분기까지 유료 입장권 매출액의 3%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부금으로 내야 한다고 결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매일 100만 원씩을 더해 지급해야 한다는 주문까지 덧붙였다. 여수시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특히 이 기업은 주차타워의 주차장 기부채납을 놓고도 여수시와 마찰을 빚은 전력이 있어 더 많은 비판에 직면해있다. 주차장 기부채납 문제는 2015년 11월, 오동도 입구 시유지에 건립한 주차타워(3층 규모 250대)를 시에 기부 채납기로 하였으나 부지를 사들여 소유권을 이전해야겠다고 버티는 통에 여수시가 토지사용 허가취소와 원상복구명령을 검토하는 등 팽팽히 맞서다 결국 주차장법에 따라 공공시설인 공용주차장(노외주차장)이라는 국토교통부 유권해석으로 일단락된 바 있다. 이 내용은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된 주차장은 공공을 위한 주차장으로 개인이 소유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외에도 정상적인 운행을 하는 데까진 지역사회와 수 없는 마찰을 빚었다. 오·폐수 무단방출, 부실토목공사로 인해 추락 및 안전사고 위험문제, 심각한 교통체증, 주차타워 승강기 작동 정지, 탑승객 14명이 공중에 매달려 긴급 구조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빈번했다. 고교생 부당해고로 인한 친화 기업 이미지에 손상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장학재단 설립, 기부금이라는 뜻 있는 기여에도 시민들의 공감을 사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런데도 애초 합의대로 이루어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시중에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우리 속담처럼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개통된 해상케이블카가 자기에게 이로우면 취하고 이롭지 않으면 버리는 야누스 같은 기업의 행태라면서 기부금 3%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재정 상태나 소비자 만족도 기술력 등과 함께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지출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더불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사회공헌 활동을 통한 기업 제고를 위해 더욱 다양한 유형의 공헌활동이 수행되고 있는데 이 기업만 도리어 역진(逆進)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이다. 관광 진흥기금은 관광도시 여수의 관광발전에 기여하게 되므로 관련 기업도 함께 시너지 효과를 보게 된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사업의 더 나은 성취를 위해서라도 관·민간의 동반자 관계를 더욱 공고히 했으면 한다.

낭자야심(狼子野心). 이리의 새끼는 아무리 길을 들이려 해도 야수의 성질을 버리지 못한다 함이니 신의가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이런 기업 이미지로는 지역사회와 기업 간의 공존공생의 아름다운 여행을 할 수가 없다. 높이 올라야 넓게 본다. 공중에 높이 뜬 케이블카에서 넓은 다도해를 볼 수 있듯이 여수 지역을 넓게 보고 시민과 정겨운 동행을 당부하고 싶다.

35년 동안 약 9조 원을 익명으로 기부해 온 아일랜드계 미국 갑부 찰스 F 피니(86)는 지난해 말 700만 달러(약 83억 원)를 모교인 코넬대학에 기부함으로써 마지막 재산까지 사회에 환원했다. 그가 남긴 말. “아무리 돈이 많아도 바지 두벌은 입지 않는다.”는 명언이 새삼스럽게 귓가를 때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