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丁酉年) 새해 새로운 변화를
정유년(丁酉年) 새해 새로운 변화를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7.01.18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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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에서 정유는 육십 간지(六十 干支) 중 34번째의 해이고, 정(丁)은 빨갛다. 유(酉)는 닭을 뜻해 빨간 닭의 해로 풀이한다. 십이지 가운데 열 번째 동물인 닭은 예로부터 봉황을 뜻하기도 하며 “꼬끼오” 라는 크고 우렁찬 울음소리는 어둠 속에서 새벽을 알리는 전령사로 여겨 때를 알려주고 미래를 예측하게 해준다. 2017년 닭 해는 그간의 어려움을 쫓고 희망의 붉은 기운이 용솟음치는 한 해가 되고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가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2016년, 병신년이라는 이름값을 제대로 했다.

메르스 사태, 울산, 경주 지진, 정부 개성공단 전면 중단, 한국사 국정교과서 논란, 일본 위안부 졸속합의, 주한미군 사드 배치, AI 조류독감 사태,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박근혜 탄핵 등 국민의 갈등을 부추기는 정책들이 온통 나라를 분열과 극한투쟁의 소용돌이로 만들어 갔으며 급기야 탄핵정국으로 국가의 위상은 끝없이 추락하고 말았다.

특히 20대 국회가 야당의 승리로 16년 만에 여소야대가 실현되고 28년 만에 4당 체제가 되었음에도 불통정부와 여당은 중요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방황하고 말았다. 급기야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국정농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많은 국민이 촛불을 들었다.

2016년 12월 9일 오후 4시 10분, 헌정사상 두 번째의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총투표수 299표 중 가 234표, 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로 가결됐다. 지난해 교수들이 선정한 사자성어처럼 군주민수(君舟民水)가 된 것이다. 임금 배 백성은 물을 의미하는데,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도 하지만 강물이 화나면 배를 뒤집을 수 있다는 뜻이다.

촛불은 10월 29일 1차 2만 명으로 시작 6차 132만 명이 결국 1천만 명이 서울과 전국을 누볐다. 박근혜 퇴진 외침이 온 강산을 울렸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 하지 않는다.”는 떼창이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촛불은 우리 국민의 위대함을 세계만방에 떨쳤다. 1분간의 어둠과 빛. 카운트다운 끝나고 1분간 촛불이 꺼지자 주변은 암흑으로 변하고 촛불을 켜라는 구령에 일제히 불이 켜지면서 대명천지처럼 밝아지고 이 모습을 지켜본 세계는 우리의 평화 시위에 놀라움과 찬탄을 보였다. 어둠의 1분이 끝나고 다시 희망의 불을 밝힌 참가자들은 이번에는 촛불 파도타기라는 또 한 편의 장관을 연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였다. 현장에는 시민 간의 유대가 끈끈했다. 집회 중 누군가의 돌발행동 기미만 보이면 "비폭력"을 외치며 너나 할 것 없이 평화집회를 유도했고, 매주 최대 참가자 수를 갱신하기도 했지만, 경찰 연행자 '0'이라는 경이로운 장면을 연출했다. 일부 가게들은 시민들에게 무료로 커피를 나눠주기도 하고 자신들을 막아선 경찰에게 핫팩 또는 음료수를 건네거나 집회 후 자발적으로 거리 청소에 나서기도 했으며 현장에 동참하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SNS에 '인증샷'을 올리며 촛불 민심을 대신했다. 국민을 무시하고 우롱한 권력자는 결국 국민의 힘으로 주저앉게 된다는 대의 민주주의의 진리를 되새기게 한 한 편의 대하 드라마였다. 헌재의 탄핵 소추 심리가 시급하게 이루어지길 바라는 민심이다.

정유년은 정유재란이 시작된 해이기도 하다.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함선을 이끌고 명량해전에서 300여척의 일본 수군을 대파, 승기를 잡고 조선 수군이 제해권을 장악했다. 통치자나 권력자가 아닌 국민이 승리하는 역사를 기록하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 닭대가리는 기억력이 좋지 못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닭은 흔히 다섯 가지 덕(德)을 지녔다고 한다. 벼슬은 문(文)을 날카로운 발톱은 무(武)를 적을 보고 물러서지 않은 성격은 용(勇), 먹이를 보고 꼭꼭 거려 무리를 부르는 것은 인(仁), 새벽을 알리는 꼬끼오는 신(信)이라 한다. 국민의 철저한 검증을 통해 오덕을 두루 갖춘 통치자와 정치인의 출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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