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칙 성 박리다매(薄利多賣)
변칙 성 박리다매(薄利多賣)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6.11.2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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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 눈]

박리다매(薄利多賣)는 상품가격을 저가로 하여 대량판매해서 이익을 보는 상술이다. 이익률은 낮게 정하는 대신 상품의 회전율을 높여 많은 이익을 내는 것으로 대형마트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서민 경제를 공략할 때 자주 쓰인다.

1+1 같은 이벤트가 그중 하나이지만 실제 소비자 기만으로 도리어 바가지라고 비난받는 사례도 적잖다. 후리소매(厚利小賣)는 반대말이다. 유대인의 경영법칙으로 물건을 적게 팔고 이익을 많이 남긴다는 말이다. 부자들이 선호한다.

여수에 박리다매가 도입된 것은 6, 25 당시 여수로 피난 온 북한 사람들에 의해 시작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1951년 1월 12일 함경남북도 강원도 피난민 3천 6백여 명이 여수도착 여수시 남산동 1244번지 일대 시유지에 천막을 치고 머물게 했다. 9월 8일에는 황해도민 5천 6백여 명을 함께 수용했다. 1962년 세계종교단체의 지원으로 판잣집을 지어 집단수용을 했지만, 모두는 불가능해 상당수가 여수 곳곳에 자리 잡고 피난살이를 했다. 이들은 정부에서 매일 일정량의 구호양곡, 부식비, 의류, 의약품, 생활필수품 공급 지원을 했지만 많은 식구를 부양하기에는 어려워 어린이 어른 가릴 것 없이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어린이는 구두닦이, 담배 팔이, 껌팔이 등으로 어른들은 궂은일 가리지 않았고 특히 아녀자들은 행상이나 좌판 장사에 나섰다. 당시 상인들은 박리다매를 몰랐다.

아침나절부터 물건 값을 한번 정하면 해가 질 때까지도 에누리는 없고 그 가격을 고집했다. 그러나 하루살이가 버거운 피난민들은 저녁나절이면 어김없이 가격을 낮춰 팔았다. 박리다매다.

결국,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여수의 상권을 휘어잡았고 대상으로 성장하여 고향과 가까운 서울, 경기 등지로 진출하면서 여수가 박리다매의 상술을 전수 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

2012 여수 세계박람회 이후 여수는 몇 년 사이에 해양관광 중심 도시로 자리 잡았다. 박람회를 위한 인프라 확충, KTX 운행, 아쿠아플라넷 건립, 스카이타워, 빅오쇼 등과 다이내믹한 해양레포츠 프로그램, 바다와 맞닿은 수변공원이 조성됐다. 또한, 앰블, 히든베이 호텔 등 다양한 숙박 시설과 해상케이블카, 레일 바이크, 관광유람선이 등장하고 여수 밤바다의 버스커버스커가 낭만을 불러오고 오동도, 향일암의 자연관광 명소까지 시너지 효과를 보이면서 한 해 1,3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해양관광 으뜸 도시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런 성장 뒤안길에는 여수 시민의 고통이 묻어 있다. “여러분 살림 좀 나아지셨습니까?” 하고 물어보면 “아니요. 살기 팍팍 합니다.” 라고 되돌아온다. 관광도시 물가고 때문이다. 그뿐인가 관광도시 여수를 찾는 지인이나 친척들 때문에 적잖은 부담도 지고 있다. 귀한 손님이 찾아오면 만만찮은 목돈을 써야 하고 생활필수품까지도 비싸게 사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엠블호텔에서 여수시민 35∼40% 숙박료 할인, 뷔페 특별 이벤트를 비롯하여 관광시설에서 30% 미만의 활인 행사로 특혜(?)를 주지만 조족지혈이다. 시민의 허리만 휜다.

그뿐만이 아니다. 관광업계가 박리다매를 선택했다. 단체관광객을 받는 식당이나, 관광선, 어물전 등 관광 관련 업체는 사례비로 요금의 10%에서 30%까지를 관광버스 운전자에게 건넨다.

결코, 소비자나 시민에게는 아무런 혜택도 없는 박리다매인 셈이다. 이로 인해 식당의 경우는 음식이 부실해지고 관광업계는 불친절로 점철된다. 이런 악순환을 시민 모두가 떠안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시 당국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한 획기적인 전략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단순히 음식점이나 관광업계의 불친절, 위생 상태에 대한 점검으로만 일관하지 말고 식당의 경우 음식 값도 비싸지만, 음식의 양이 너무 많다. 양을 줄이고 가격을 낮추는 것도 지도의 한 방편이다.

물가 대책 상황실을 설치하고 농·축·수산물과 개인서비스요금 등에 대한 지도 단속에도 나서고 농수산물의 유통구조 개선, 생산 활동의 지원, 직거래장터를 확대 운영하고 제반 물가 안정 대책을 시정의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때인 것 같다. 특히 연말이 다가옴에 따라 다양한 요인으로 물가상승이 예상되고 있어 분야별 가격 안정 계획을 마련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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