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창작은 마음을 보살피는 일이다
시 창작은 마음을 보살피는 일이다
  • 남해안신문
  • 승인 2016.11.21 0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병은 시인의 시 줍는 법, 시 먹는 법 18

시를 쓴다는 것은 늘 보아오던 대상과 현상에 대해 전혀 다른 세계가 있음을 발견해 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첫 경험’을 위해 지도 없이 떠나는 새로운 여행과 같다고도 했다.
서로 다른 것들의 닮은 점을 발견하고, 서로 닮은 것들의 다른 점을 발견해 가는 것이다. 

창가에 놓인 움미나리 
추스르고 일어선다 
목을 버린 지 사흘, 다시 목을 꽂는다 
피맺힌 자리 푸릇푸릇 피가 돈다 
한 움큼의 뿌리가 거뜬히 중심을 들어 올린다 

한 잎의 귀를 열고 두근대는 움미나리 
사발에 발을 묻고 빠끔, 귀가 돋는다 
호기심 한 사발 파랗게 돋는다 
쪽쪽 물 마시는 소리 
사발이 마르기 전 실컷 물배를 채우는 미나리는 
물소리를 따라 발을 뻗는 가장 목마른 식물 

에구, 요 귀여운 것. 
지나가던 봄햇살이 미나리 귀를 살짝 잡아당긴다 
어린것들의 목이 쭈욱 늘어난다                      -마경덕 <미나리는 숨겨둔 목이 많다>


그냥 지나치지 않고 바라본 시의 마음은 이렇게 맑고 따뜻하다. 
봄미나리는 뿌리채 다발로 묶어 파는 경우가 많다. 미나리 뿌리를 다시 수반에 올려두면 다시 움이 자라는 현상을 유년에 어른들이 볼이며 귀를 살짝 살짝 당기는 체험이 합성된 시다. 유년체험이 미나리에 옮겨지는 순간 새롭게 거듭난다.  
‘지나가던 봄햇살이 미나리의 귀를 살짝 당기자 어린 미나리의 목이 쭈욱 늘어난다’는 어릴적 경험이 밑자리된 화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가능하게 한다. 

세상의 처음에 대한 관심, 그것은 누구도 보지 않았던  ‘처음’이라는 화두, 그것은 호기심이고 설렘이다. 
모든 호기심과 낯선 만남에서 오는 설렘이 바로 시가 아닐까.

그래서 시는 자기가 맨 처음이고 싶은 것이다. 
언어의 처음, 감정의 처음, 인식의 처음…… 그래서 시는 자기가 첫 세상이고 싶은 것이다 
첫사랑, 첫눈, 첫걸음, 첫물은 다 시입니다. 그 속에 물론 모두 설렘이 들어 있다. 

새롭게 보려는 것은 다르게 보려는 데서 가능하다,
처음부터 새롭게 보려하면 그 속에 담긴 참 모습을 발견하는데 제약이 따르지만, 다르게 보려는 것은 쉽다. 왜냐하면 새로운 것은 하나지만 다른 것은 여럿이고, 또 새로운 것의 시야는 좁지만 다른 것의 시야는 넓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것이 새로운 것이다.

새롭게 본다는 것은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고 삶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작업이다.
같다고 생각하는 관념에도 또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다는 인식이 바로 시창작의 첫걸음이다. 


궁금해서 미칠지경이었어

너의 안쪽으로 날아간 바람의 말이 
너의 안쪽에 가 닿은 햇살의 말이 

너 혹시 아니, 
봄 앞에 서면 우리 모두 꽃이란 것을

내 안쪽에 날아온 바람의 말
내 안쪽에 닿은 햇살의 말이

너도 궁금해 미칠지경이지              -신병은 <개화>


늘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집중’ 또한 중요하다. 집중은 돋보기로 종이에 불을 붙이는 것과 같이 내 능력을 하나로 모으는, 생각을 하나로 모으는 돋보기다.
성공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지극한 정성을 다한 사람들이고, 정성을 다한 사람만이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
정성은 집중의 다른 표현인 셈이다.
정성은 온갖 힘을 다하려는 참되고 성실한 마음이다.
집중하는 법을 배우려면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목적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집중에 이른 방법은 평범한 일상의 ‘작은 일’들에 최선을 다하는 데서 시작된다.

사람들이 자신이 아끼던 물건이 없어지면 애서 찾으려 하고, 기분을 언짢아 한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잃어버리면 되찾으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마음이 사라진 것에 대한 인지력이 없다는 사실이다. 
시 쓰는 것은 놓아버린 마음을 되찾는 일이기도 하다.

적어도 잃어버린 마음을 확인하고 되찾고자하는 마음  자체가 곧 시다.
마음공부를 해야한다
시는 ‘마음’ 속에 들어 있는 생각을 꺼집어내 어떤 사물에 기대어 표현하는 마음의 예술이다.
보고 느끼고 나아가서는 고요한 시간을 가져서 모든 게 잘 비치는 마음을 잘 유지하고 보살펴야 한다.시를 쓰고 읽는 것은 다름 아니라 마음을 보살피는 일이다. 
시 쓰기와 읽기는 마음을 새롭게 하는 일, 마음을 보살피는 일이다.
마음을 새롭게 하여 세상을 새롭게 읽는 일이다.

나를 바라보는 너도 한 송이 꽃이야
너도 하나의 우주야
나를 봐, 우주는 이렇게 작은 거야

힘들었지 
오늘 밤 푹 자고 나면 내일은 분명 활짝 피어날 거야
당신, 도대체 어디에서 온 거냐고  
누군가 너에게 말을 걸어 올 거야

지더라도 피어야 꽃이야
꽃이 되는 일은
세상 속으로 나를 꺼내 놓은 일이야
세상의 중심에 나를 세우는 일이야

햇살에 마음 내려놓는 
뒤태 환한 꽃들의 어록, 

나를 기억해 줄 누군가가 없어도
웃음을 말해 줄 누군가가 없어도
사랑을 증언해 줄 누군가가 없어도
한번이라도 꽃을 피운 생은 지더라도 영원히 꽃이야      -신병은 <꽃들이 어록>

마음공부를 해야 한다.
해인삼매(海印三昧)’라는 말이 있다.
마음이 무디거나 거칠어지지 않고, 항상 밝고 맑게 보려하고 더 나아가 고요한 시간을 잘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시를 쓰고 읽는 것은 다름 아니라 마음을 새롭게 하는 일이면서 나아가 나 아닌 누군가의 마음을 품어 다독여 주는 일이다. 

그래서 시는 인간을 담는 그릇이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