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청소년은?
#그런데 청소년은?
  • 남해안신문
  • 승인 2016.11.0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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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이상훈 여수YMCA사무총장

‘사회 구성원의 공통된 가치나 도덕적 규범이 상실된 혼돈상태, 그래서 사회해체로 나아가는 상태’를 아노미현상이라고 한다. 목하 딱 그 현상이 우리나라를 휘감고 있다.

어지간한 부정비리에도, 400명 아이들이 수장되어도 어느덧 덤덤해져버린 우리사회가 다시 시험에 들었다. ‘아바타대통령’ ‘주술정치’로 국가 가치와 규범은 무너지고 분노할 힘마저 잃은 우리는 망연자실, 끝없는 아노미의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

더불어 역대 최악의 지저분한 선거라는 평을 받으며 진행되고 있는 미국대통령선거가 불과 사나흘 만에 우리의 관심 밖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래도 현대 민주주의 원조국인데 권력 앞에서는 어쩔 수 없구나싶어 미국의 민낯에 쓴 웃음을 날리고 있던 참이다.

남의 집 불구경하듯 보고 있자니 우리나라만 막장인 것이 아니네 하면서 내심 희미한 위안까지 생기던 참이다.

그런 참에 우리가 지난 4년간 봐왔던 대통령이 실체가 없는 꼭두각시였으며 세금내고 위임했던 공권력은 허수아비였고, 민주주의라 믿었던 제도가 주술공화국이었다니 황당하다는 것 말고 더 적절한 표현 또 없을까.

양파껍질처럼 끝없이 벗겨지고 있는 이 난국은 차라리 전쟁보다도 더 처참하고 난망하다.

이 아노미의 끝자락에 닿으면 이제 국민들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져 일어날 것이다. 이미 퇴진요구 여론이 70%를 넘어섰다. 버틴들 식물대통령이상 가망이 없는 박근혜대통령은 스스로 하야하는 것이 맞다.

이쯤하고 이 칸을 채우기 위해 나흘 전 써두었던 칼럼으로 되돌아가 여백을 채우고자 한다.

미국대선이 끝나고 나면 우리나라 차례다. 미국 못잖은 난장판을 우리 대선판도 벌써 예약해놓았다.

다 큰 어른들이야 프로야구 자기편 응원하듯 하면 되겠지만 문제는 민주주의와 미래사회를 공부하며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이 난장판이 어떻게 비쳐질 것인가이다. 정치라는 포장으로 버젓이 공중파방송을 타고 고스란히 노출돼도 괜찮을 저 19금 막장드라마인지 정말 걱정이다.

애들은 공부만 하면 된다고 눈 가리고 귀 막게 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 청소년들은 볼 것 다보고 들을 것 들은 다음 자기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세대다.

막장정치인에 대해 내리는 판단과 심판의 기준은 기성세대보다 훨씬 날카롭고 단호하다. 그러니 ‘어른들 일’에 기웃거리지 말고 공부나 하라는 차단막은 가당치 않은 처사다.

그래서다. 우리 아이들도 선거에 정당하게 참여시키자. 접근금지 또는 구경꾼이 아닌 투표로 의사를 표현토록 선거권을 주자.

그러면 정치판도 이들 눈치 보느라 그렇게까지 막가지는 못하리라. 아이들도 자기권리 앞에 당당해지기 위해 학습과 사고를 하면서 교과서 밖의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체화해갈 것이다.

사실 현재의 19세 선거권은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다. 전 세계 232개국 중 92.7%인 215개국 선거연령이 18세다. OECD로 좁히면 19세인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굳이 다른 나라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우리 청소년들은 18세가 되면 병역 및 납세, 근로의 의무를 지고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발급이 되어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는다.

이렇게 의무와 책임을 부여받으면서도 가장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 선거권을 갖지 못한다는 것은 불합리한 모순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선거관리위원회가 연령을 낮추도록 국회에 권장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고등학교 3학년 또는 대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18세에 선거권을 갖게 되면 이들의 학습권이나 급식, 대학등록금과 같은 교육복지제도들이 훨씬 발달하게 될 것이다.

청년실업이라든지 청소년아르바이트환경, 청소년문화와 같은 삶의 질,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보완이 더욱 강화되어 우리 사회의 청년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어갈 것이다.

대선에서 이보다 더 긴요하고 의미 있는 어젠다와 이슈가 또 있을까? 투표권 18세 인하를 약속하는 정당과 후보에게 투표하리라 마음먹는다.

이상훈(여수YMCA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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