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茶道)', 차는 마음을 다잡기 위한 수행 도구
'다도(茶道)', 차는 마음을 다잡기 위한 수행 도구
  • 임현철 여행칼럼니스트
  • 승인 2016.10.1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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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로 가기] 장흥 가지산 보림사 '선차일여'와 '청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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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도, 차를 통한 도 수행법입니다. 은은한 향이 코를 간질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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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차의 향기는 비에 젖지 않습니다."
"…."

찻잔을 사에 두고, 전남 장흥 가지산 보림사 주지 일선 스님과 앉았습니다. 차를 따르던 스님, 선문답처럼 한 마디 툭 던졌습니다. 이는 화접향생(花霑香生)과 같은 말로 '꽃은 진종일 비에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합니다. 

물론, 향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비에 젖을 리 없지요. 하물며 선차(禪茶)의 향기가 눈에 보일 리 만무하지요. 그러니까 스님께선 수행과 차가 둘이 아니라는 '선차일여(禪茶一如)'를 내세우신 겁니다. 즉, 가슴으로 차 향기를 맡으며 그 맛을 즐기길 바란다는 주문이었습니다. 대답 대신 살짝 웃었습니다. 사람이 본래 부처였으니.

'선차일여', 차 수행을 통한 선정으로 해탈 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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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흥 보림사 야생 녹차 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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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차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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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차밭 둘러본 소감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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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스님 권유에 따라 보림사 뒤편의 야생 녹차 밭을 둘러보았습니다. 녹차 밭에는 비자나무와 소나무 등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야생 차밭을 겨우 10여 분 돌아보고 무슨 감회가 있겠습니까마는 눈에 한 가득 들어 왔던 녹차 꽃 이야기는 할 수 있었습니다. "하얀 녹차 꽃이 참하고 탐스러웠습니다"고. 그러자 스님은 녹차 꽃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하얀 녹차 꽃은 일체 경계와 망념 속에서도 물들지 않는 청정무구한 성품이 홀로 드러난 참으로 고절한 모습입니다."

일선 스님에 따르면 녹차는 "달마대사께서 정진하다 졸음을 쫒기 위해 마신 차가 선과 결합해 내려왔다"고 합니다. 선과 차가 하나인 건 "수행하면서 나타나는 선병인 상기와 졸음을 다스려 맑은 정신을 일깨우는 최상의 방편"이었기 때문이랍니다. 차를 권하는 건 "도반에게 차를 올리고, 찾아오는 구도자들과 법담을 나누면 서로 도가 상승하는 귀한 인연이 되기에" 그렇답니다. 다음은 일선 스님의 '선차일여' 정신입니다.

"찻물이 끓는 소리를 듣고 회광반조하면 이근이 맑아지고, 차의 색깔을 보고 물들지 않아 눈이 깨끗하여 문수의 지혜가 열립니다. 또한 차의 냄새를 맡으며 따라가지 않으면 코로써 차의 향기를 듣게 됩니다. 또한 차 수행을 통한 선정과 지혜를 쌍수하게 되면 일체 번뇌와 근심이 곰삭아서 결국에는 해탈에 이르게 됩니다."

'다도(茶道)', 차는 마음을 다잡기 위한 수행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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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흥 보림사 일선 스님 뒤로 발효 중인 청태전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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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흥 보림사 입구에 선 청태전 안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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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태전을 아십니까?"
"아내에게 장흥에서 만든 녹차의 일종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청태전은 발효과정에서 파란 이끼처럼 변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녹차를 틀에 박아내서 만든 덩어리 차며, 동전 모양과 유사하여 전자 혹은 돈차라고도 불립니다. 장흥 청태전은 우리 고유의 차로 삼국시대부터 근세까지 장흥, 남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존재했던 차입니다."

보림사 입구에 세워져 있던 청태전을 떠올렸습니다. 보림사 등에서 전해지던 청태전은 장흥군의 전통 발효차로 거듭났습니다. 이 청태전은 스님 말을 빌리면 "2014년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에서 87개 제품이 선보인 세계녹차콘테스트에서 최고 금상을 받은, 1200년 역사를 품은 명품 차"였습니다. 청태전이 녹차와 다른 점은 "녹차는 불에 덖는데 반해, 청태전은 불에 삶아낸다"는 점입니다.

"스님 뒤에 걸려 있는 건 무엇입니까?"
"이게 바로 청태전입니다."

"청태전 맛은 어떤가요?"
"녹차와 거의 비슷합니다. 단지, 조금 더 고소하지요."

"청태전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마셔야 제 맛인가요?
"수확한 찻잎은 물에 씻어 물기를 뺀 후, 적당히 말려 가마솥에 쪄냅니다. 쪄낸 찻잎은 절구통에 찧어 떡처럼 만든 뒤 말려, 엽전처럼 찍어 낸 다음, 중앙에 구멍을 냅니다. 그리고 종이끈에 꿰어 처마 밑 등에서 건조해 한지에 싸 항아리에 최소 1년 이상 숙성시킨 것입니다. 마시는 법은 약한 불에 노릇하게 구워, 습기나 잡냄새를 없앤 후 1개당 끓는 물 500~600㎖을 붓고 2시간 정도 천천히 우려서 마시면 됩니다." 

스님과 마주앉은 선방에 은은한 차향이 가득합니다. 차 냄새를 애써 맡으려 하지 않아도 차향이 절로 코에 묻어납니다. 마시면 마실수록 마음이 차분하고 편안해 집니다. 차가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 도구임을 절감합니다. "선차의 향기는 비에 젖지 않는다"고 허나, 스님과 차를 마시다 보니, 선차의 향기에 푹 젖었습니다. '다도(茶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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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태전과 차. 수행과 차가 둘이 아니라는 ‘선차일여(禪茶一如)’의 시작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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