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비우고 온 덕분에 마음이 무척 편해졌다!"
"모든 걸 비우고 온 덕분에 마음이 무척 편해졌다!"
  • 임현철 시민기자
  • 승인 2016.09.0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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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답 여행] 순천 조계산 선암사 - 부처님의 출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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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암사, 길 위에 서면 즐거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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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선다는 건 즐거움입니다. 또 어떤 배움이 기다릴지 설렘을 동반하니까. 여행은 동행자가 누구냐에 따라 대상을 보는 깊이와 내공이 생기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대개 여행 목적지를 잘 아는 사람과 함께일 경우 깊은 내막까지 둘러볼 기회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순천 조계산 선암사, 더 이상 여행자로 대강 훑는 나그네이길 거부했습니다.

부처님, 온 세상 만류에도 두 번 출가한 이유는?

"스님, 선암사 가서 차 한 잔 마셔요? 그래야 선암사를 제대로 볼 거 같아서요."
 

 

지난 26일, 여수 용월사 원일 스님과 선암사 선문답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스님은 가던 중 "스님 교육 중인 행자들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잖아도 승려 되려는 사람이 줄어 걱정이라던데 상황을 살필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출가, 참 어렵습니다. 사전적 의미는 "세속의 집을 떠나 불문(佛門)에 듦"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스님이 생각하는 출가란 무슨 의미일까? 종문 스님 의견입니다.

"부처님께 귀의하는 겁니다. 가출이 하나씩 차근차근 버리는 것이라면 출가는 모든 것을 한 번에 끊는 겁니다. 그렇게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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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께서 두 번 출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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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법 스님에 따르면 "부처님께서는 두 번의 출가가 있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세속을 버린 출가'입니다. 붓다는 온 세상이 말렸음에도 출가합니다. 부모 형제, 아내와 아들, 친구와 이웃, 싯다르타에게 기대 걸었던 백성 등 온 나라가 만류했습니다. 그래도 안 되니까 나갈 수 없도록 성문을 지킵니다. 그렇지만 끝내 출가합니다. 이유는 온 백성뿐 아니라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가 진정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사는 길을 찾기 위해서였답니다.

두 번째, 수정주의와 고행주의라는 '전통적인 진리를 버리는 출가'입니다. 이때도 온 세상이 비난함에도 고행은 길이 아니라며 떠납니다. 자신이 몸소 경험했던 "6년 고행은 거룩한 길에 방해된다. 도움 되지 않는다. 그 길은 잘못된 길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고행은 깨달음 길이 아니니 절대 가지 말라고 했습니다. 수행자가 본받을 것은 깨달음 이전의 향락주의와 고행주의가 아닌, 깨달음 이후 깨달음을 실천한 붓다의 삶이랍니다.

"모든 걸 비우고 온 덕분에 마음이 무척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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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산 선암사 승선교와 강선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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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총림 선암사에는 일주문과 금강문 혹은 천왕문이 두 개씩 있습니다. 이는 선암사만의 특별함입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주차장에서 승선교에 이르는 흙길 산책로를 걷는 자체가 벌써 일주문을 통과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또한 승선교부터 일주문까지 걷는 길은 금강문 혹은 천왕문이라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하여튼 선암사는 입구부터 차분함을 선사합니다. 가람의 아기자기함은 선암사를 따를 데가 없습니다.

대웅전 앞 만세루에 자색 옷을 입은 행자들이 보입니다. 말로만 들었던 행자 교육 현장입니다. 60여명 되는 행자들의 얼굴로 가늠한 나이는 20대 초반부터 50대까지 다양합니다. 절을 하고, 염불을 외우는 등 사뭇 진지합니다. 행자는 앞으로 바른 생각, 바른 말, 바른 행동을 통해 부처님께 귀의하게 됩니다. 인연이 되었을까. 그 유명한 선암사 해우소에서 법명이 '법안'인 행자를 만났습니다. 오라고 손짓까지 합니다. 사진 조언입니다. 그와 잠깐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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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산 선암사 해우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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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암사 해우소 맨 안쪽 칸에 마련된 임시방편 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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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뭔데 사진 찍으라고 주문인가요?
"행자들은 재래식 화장실인 여기 해우소 이용만 가능합니다. 쪼그려 앉는 재래식 화장실 사용이 불편한 행자들을 위해 임시방편으로 의자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걸 찍어야지요."

- 교육은 언제부터 받고 있나요?
"4월부터 받고 있습니다. 교육은 10월에 끝납니다."

- 출가 후 변화가 있나요?
"만나는 사람들이 행자 된 이후 얼굴상 자체가 변했다고 합니다. 모든 걸 비우고 온 덕분에 가진 게 없으니 마음이 무척 편해졌습니다."

행자, 스님도 속인도 아닌 그 사이에 낀 '중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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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암사 일주문 앞에 선 원일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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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일 스님과 행자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 행자의 위치는 어디쯤입니까?
"스님도 아닌, 그렇다고 속인도 아닌 그 사이에 낀 '중간인'입니다. 행자 교육이 끝나야 비로소 스님이 됩니다."

- 스님이 되기 위해 출가한 행자들의 교육 기간은 어느 정돕니까?
"출가한 행자들은 각 사찰에서 일정한 교육을 받고, 선암사 합동 수계에 참여하게 됩니다. 기간은 3개월에서 6개월간 이뤄집니다. 이후, 사미계를 받고 정식 승려가 되며, 4년을 더 수련해야 구족계를 받아 상좌가 됩니다."

- 이왕이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스님 되면 좋다는데 이유가 무엇입니까?
"나이 들다 보면 나쁜 습관들이 몸에 뱁니다. 이걸 불교에선 '습'이라 하는데, 어릴 때 오면 세상의 나쁜 습관을 없앨 수 있어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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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암사 만세루에서 행자 교육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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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자 때 그만 두는 사람도 있습니까?
"행자 때 그만두는 사람은 10 내지 15% 정도 됩니다. 제보다 젯밥에 관심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부작용을 일으켜 나가게 됩니다. 또 사미계를 받은 사람들도 약 20% 정도가 그만둡니다. 왜냐면 부처님께 귀의하기보다 현실도피를 위해 들어온 사람들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행자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군대도 훈련병 생활이 제일 기억나는 것처럼, 목적이 있는 초발심이 가득한 행자 때가 가장 기억에 남고, 이 때 잘 배워야 오래갑니다. 목적이 분명해 부처님 가르침대로 공부하다보면 참된 가치가 생겨 보람 있습니다. 목적이 분명치 않으면 '내가 지금 뭐하나?' 싶을 때가 있습니다. 발심이 제대로면 길을 바르게 가고 또 이르고자 하는 곳에 빨리 도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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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산 선암사 대웅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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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암사에는 그윽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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