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麗水)의 경관 그리고 도시브랜드
여수(麗水)의 경관 그리고 도시브랜드
  • 남해안신문
  • 승인 2016.08.3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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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전남대 최석 교수<시각디자인학과>

도시의 특성을 나타내는 도시정체성은 어떤 도시의 다른 도시와 차별화 되는 그 도시다움이며, 이것이 확립되어야 비로소 강력한 도시정체성이 구축된다.

도시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기준으로 여수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여수(麗水)라는 이름을 단순하게 글자대로 해석하면 ‘물이 아름다운 곳’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도시 이름에 나타나듯이 ‘여수(麗水)’는 물(水)과 분리해서는 생각할 수 없는 지리적 환경적 요인을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다.

근래에 접어들어 여수를 세계적인 ‘아름다운 해양도시’로 각인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진행 하고 있다. 해양도시가 지니는 아름다움은 그것이 지니는 속성인 다채로움, 반사효과 등 미묘한 시각적, 환경적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여수의 아름다운 바다는 도시경관을 향상시키고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는 등 그 역할을 매우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특히 야간의 경우 빛에 의하여 형태나 색을 부각시키고 반사하고 투영하며 실체와 또 다른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와 같은 환경적 특성을 갖는 여수시가 무엇으로 정체성을 구축하고 도시브랜드이미지를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공유된 지향점이 필요하다.

현재 여수시는 시정목표와 도시비전을 ‘국제해양관광의중심 여수’로 설정하고 도시기본계획, 중장기 종합발전계획, 여수시민이 바라는 미래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2012여수세계박람회 준비과정에서부터 박람회개최 이후 그 맥을 같이하고 있는 ‘국제해양관광도시’에 대한 방향성은 도시 정체성과 도시브랜드 경쟁력 구축 관점에서 가장 적합한 방향설정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리 적합한 방향설정이라 할지라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세계적으로 인지도 있는 유명 도시들과 같은 미래를 담보할 수는 없다.

근래에 접어들어 아름다웠던 풍경과 경관들이 어느 날 갑자기 들어선 이상한 건축물들로 인하여 흉물스럽게 변해있는 것들을 보게 된다.

일부에서는 아름다웠던 풍경이 흉물스럽게 변해있는 것을 보게 되면 안타까워하거나 심지어 일부에서는 분노를 느끼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렇게 일반적인 시각에서의 생각과 달리 이상한 건축물을 물리적으로 강제할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도시가 팽창하고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이와 더불어 다양한 형태의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있으나, 그것은 항상 후발적으로 따라오는 속성과 형태를 취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왜 하필 그곳이냐고? 라고 반문 할 수도 있다. 그러면 그곳에 건축물을 지은 건물주는 ‘침체된 도시경제 활성화를 위하여!’, ‘그곳이 돈이 되니까!’ 혹은 ‘내 땅에 내 돈으로 건물을 짓는데 무슨 말씀!’ 이라는 답을 할 수도 있다.

경관쯤이야 어찌되든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윤추구라는 자본의 기본적인속성에 충실했을 뿐 다른 억하심정은 없다. 라고 대부분 이야기 할 것이다. 투자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것이 다수가 공유해야할 공공재로서의 경관을 파괴하면서까지 개발을 하려는 것이 문제가 된다.

여수의 경우 투자자의 입장에서 ‘그곳’에 건축물을 짓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아름다운 경관과 조망을 가지고 있어 사람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경관을 파괴하면서까지 개발을 하여 주변경관이 점증적으로 파괴되면 과연 그 곳이 돈이 될까? 아름다운 경관이 사라지면 그것을 향유하기 위해 찾아오던 사람도 오지 않게 된다.

경관의 정체성은 그곳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이 사라졌을 때 매력을 잃게 되고 매력을 잃게 되면 관심에서 사라지게 된다.

건축물이 주변경관을 반드시 해치는 것만은 아니다. 주변과의 조화를 위한 보다 많은 노력을 하게 되면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수많은 건축물들의 하나로 인지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발생되지 않는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조망 지점에 건축을 할 경우나 주변경관에 영향을 많이 줄 수 있는 곳에서는 보다 많은 세심함이 필요한 것이다.

여수시의 도시 비전인 ‘국제해양관광의중심’에 대한 적합한 방향설정이후의 ‘질적인 관리’에 대한 문제를 언급하고 싶다.

여수시는 2012여수세계박람회 개최 이후 도시에 많은 변화들이 생겨나고 있다. 또한 박람회 개최 이후 인지도향상, 개선된 접근성, 다양한 문화관광 시설과 콘텐츠를 바탕으로 2015년에 1380만 명의 관광객이 여수를 찾았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여수를 찾는 것은 관광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고 있는 여수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삶은 풍요로워지고 만족도가 높아졌으며, 지향하는 미래의 도시모습이라고 생각할까? 자본을 유치했다고 홍보하고 개발만 서두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보다 긴 호흡으로 속도조절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는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나무와 숲을 동시에 조율하는 안목과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이제는 양적인 팽창보다는 질적인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여수의 매력은 아름다운 경관에 철저히 기반하고 있다.

도시경관의 질적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속성에 의해 경관은 순식간에 파괴되고 흉물스러운 풍경으로 변하는 것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도시경관의 질적인 관리는 제도와 법률로는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은 효율적인 경관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운영함과 동시에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수가 여러 가지 풍성한 먹거리와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구축하고 있고 훌륭한 역사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근원에 자리하고 있는 매력의 원천은 아름다운 ‘여수의 바다’이다. 이에 대한 경관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하다.

지금 세계의 도시들은 도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도시경관 경쟁이 매우 치열하고, 관리 또한 매우 엄격하고 체계적이다. 경관이 도시의 매력도를 높이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또한 도시공간을 안전하고 아름답고 편안하게 재편하는 인간적인 가치복원을 위한 성격과 역할을 포함하고 있는 도시경관디자인에 대한 철학이 내재되어야 경관의 체계적 관리가 가능하다.

이러한 철학이 부재할 경우 세계적인 도시로의 자리매김은 지속적인 관점에서 불가능하다.

여수시의 경우 글로벌 도시경쟁력과 도시브랜드를 구축하고 이를 통하여 장기적인 도시발전과 도시비전인 ‘국제해양관광의중심’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도시경관의 질적 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향후 다양한 곳에서 여수시가 ‘세계3대 미항’으로 회자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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