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1300만 시대를 위하여
진정한 1300만 시대를 위하여
  • 남해안신문
  • 승인 2016.08.3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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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이상훈 여수YMCA사무총장

기록적인 폭염이 한 달 이상 여수를 쪄댔다. 30도가 넘는 날이 한여름 기껏해야 사나흘뿐이어서 여름이 시원한 곳이라고 자랑하는 것도 이제 머쓱하게 되었다. 그런데도 여수를 찾는 관광객은 넘쳐났다. 관광객 1,300만 시대가 열렸다는 들뜬 목소리가 이제는 호들갑으로 느껴질 정도로 여수의 여름밤은 북적거리고 있다.

‘밤바다’ 마케팅에 성공한 여수의 바닷가는 북새통이며 숙박과 음식이 동날 지경이라고 한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여수시는 다양한 거리공연과 낭만포차, 불꽃축제 등을 파상적으로 배치해 해양관광도시의 정체성을 굳힐 전략이다.

차별화된 전략의 도시정체성을 강화해간다는 데에는 기꺼이 동의하지만 한편으로 십 수 년 전 제주에서 겪었던 세태풍경이 떠올라 걱정이다. 당시 제주공항에서부터 식당, 숙박업소, 관광지 곳곳에 ‘잘못했습니다. 바가지를 없애겠습니다.’ ‘요금할인으로 반성하겠습니다.’ ‘불편하시면 꼭 신고해주십시오.’등 보기에 민망할 정도의 현수막들이 도배하듯 걸려있었다.

사정을 알고 보니 한때 우리나라 대표 신혼여행지로, 수학여행지로 자리하던 제주가 넘치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바가지요금에 불친절, 비위생적인 숙식업소가 기승을 부린지 불과 몇 년 만에 관광객 발걸음이 뚝 끊긴 것이 사달이었다. 급기야 지자체와 상인들이 자정결의대회를 열고 환골탈태의 몸부림을 시작한 것이다.

발 디딜 틈 없는 여수의 밤 바닷가를 보면서 당시 제주상인들의 현수막 문구가 오버랩 되는 것을 떨칠 수가 없다. 저 관광객들이 돌아가는 길에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혹여나 불편하거나 불쾌했던 나머지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 작정하고 돌아서는 것은 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관광객이 많이 오면 많이 올수록 여수의 미래는 더 어두워질 것인데 하는 걱정이 꼬리를 문다.

혹자는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에 가면 다소 불편하게 마련인데 좋은 구경 값이라 여기고 참아야지 한다.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참아야하는 그 선이 넘는 것은 순간이다. 기대에 못 미치지만 그런대로 좋아 할 때 부족하고 불편한 것을 채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당국은 당국대로 정책적 노력과 행정서비스를, 시민들은 시민들대로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 그야말로 명품 도시를 스스로 만들어 내야한다.

그런 지자체와 시민들의 노력이 ‘호미’라면 ‘가래’ 대책도 필요하다. 최근 국토부 ‘해안권 발전거점조성 지역계획 공모사업’에 전라남도와 경상남도가 공동으로 신청해 선정된 ‘남해안권 관광거점형 지역계획 시범사업’이 그것이다.

이 사업의 골자는 전남 여수·순천·광양·고흥, 경남 통영·거제·남해·하동 8개 시군이 동서통합권, 우주해양권, 한려수도권으로 나뉘어 각기 특성에 맞는 스토리텔링화한 ‘관광루트’계획, 이를 지원하기 위한 교통·관광 인프라 확충 등으로 되어있다.

이 계획대로 되면 전남도와 경남도는 행정구역이나 지역감정을 넘어서 하나의 관광거점으로 통합된다. 우주과학체험과 녹차와 정원, 해양레저스포츠, 밤바다, 섬의 문화와 전통, 예술이 이어지는 생태테마관광지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테마와 공간이 넓고 다양해져 여유롭고 쾌적한 관광환경이 만들어짐으로써 관광객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또 찾고 싶은 관광지가 되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서울 강원, 나아가 중국, 일본, 유럽에서까지 찾아오는 명실 공히 국제해양관광지 규모의 벨트가 갖춰지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구상은 여수를 비롯한 남해안지역들의 오랜 숙원이요 지향이었다. 역대정부마다 헛공약일지언정 남해안선벨트니, S프로젝트니, 동서통합지대니 하는 약속도 이러한 표심을 의식해서였던 것이다.

기왕 굴뚝산업을 사양하고 해양생태관광으로 지역사회 합의가 된 마당에 좁은 여수만 움켜쥐고서는 한계가 있다. 다리 이름 하나에 얽매일 일도 아니다. 진정한 1,300만 관광객시대를 넘어서는 또 다른 비움과 성찰이 지금 여수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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