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묵언 수행, 침묵과 차이는?
진정한 묵언 수행, 침묵과 차이는?
  • 임현철 시민기자
  • 승인 2016.08.2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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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답 여행] 순천 조계산 송광사 묵언 수행과 공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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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 조계산 송광사 공양간입니다. 끝물이라 한산합니다. 공양에도 예절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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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沈默)은 금이다."

언제부터인가 말 많은 사람은 피하게 되더군요. 자기 말만 하고 남 말은 듣지 않는 부류니까. 이런 사람은 대개 자기 과시욕을 주체하지 못한 욕망덩어리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절대적으로 인격 수양이 뒤따라야 합니다. 이런 필요성 때문일까. 불교에 침묵보다 수가 높은 수행법이 있더군요.

'묵언(默言) 수행'

사람에게 귀가 두 개고, 입이 하나인 이유가 있다지요? 흔히들,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네요. 그러니까 "말은 적게 하되 신중하게 하고, 들을 때는 진심으로 두 배는 더 들어라"는 의미랍니다. 또한 "귀가 입보다 위에 있는 건 내 말보다 남의 말을 더 존중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라"는 거죠. 이런 의미에서 묵언 수행 곰곰이 생각해 볼 일입니다.

공양 시 감사하는 마음으로 음식 먹는 '식당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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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산 송광사 공양간 앞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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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광사 점심 공양, 반찬이 6가지입니다. 뷔페식으로 덜어 비빔밥으로 먹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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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공양 송광사에서 할까요."
 

 

송광사에 동행했던 종문 스님 제안입니다. 내심 그럴 생각이었지요. 절집 공양시간에 맞춰야 하니 마음이 급합니다. 왜냐? 절밥 먹는 것도 수행이니까. 절집에서는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은 모든 것들이 수행의 한 방편입니다. 벌써부터 공양 마친 일반 수련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두릅니다. 공양간에 사람이 줄지어 있습니다. 시간 겨우 맞췄습니다. 어째 이런 일이. 어, 밥이 떨어졌답니다. 럴수 럴수 이럴 수가!

"스님, 이리 오십시오. 스님 공양은 따로 갖다 드리겠습니다."

공양간 스님, 종문 스님을 챙깁니다. 스님끼리 통하나 봅니다. 그리고 줄 섰던 사람들에게 잠시 기다리라 합니다. 큰 절집이라 비교적 여유가 있어 설까. 훑어보니 밥과 국외에 반찬만 여섯 가지. 발우공양 시 반찬 세 가지인 것에 비하면 진수성찬입니다. 보통 오감을 자극하고 음욕과 화기를 불러일으켜 절집에서 피하는 오신체(파, 달래, 마늘, 부추, 홍거)와 고기는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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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광사 점심 공양에서 스님과 동행한 관계로 스님들 자리에 앉았습니다. 스님들 드시는 반찬은 일반인들과 달리 희멀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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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 공양하는 자리에 반찬이 놓여 있습니다. 정갈한 밥상차림입니다. 이에 반해 일반인들은 그릇에 밥과 반찬을 덜어 비벼 먹게 되어 있습니다. 절간에선 일손을 덜기 위해 비빔밥 또는 뷔페식으로 식판에 담아 먹는 형식입니다. 송광사도 뷔페 비빔밥이라 보면 무방하겠습니다. 참고로, "주말에는 약 200인분의 공양을 일반인들에게 제공한다"니 때로 이용하심이. 또한 자기가 먹은 그릇은 자신이 직접 닦아야 한다는 거 아시길.

사찰 음식에서 기대했던, 한 듯 안한 듯 희멀건 양념과는 거리가 좀 멉니다. 얻어먹는 주제에 밤 놔라 배 놔라 했나요. 공양 기다리는 사이 주위를 둘러봅니다. 눈에 띄는 게 벽에 붙은 "묵언" 글귀입니다. 그 아래로 "공양 중에는 조용히 해주세요!"라는 요청입니다. 이 외에도 공양 시 감사하는 마음으로 음식 먹는 '식당작법(공양때 행하는 의식) 오관게'에 대해 적고 있습니다. 먹는 자체에 수행의 도가 있다는 겁니다. 송광사 공양, 집에서 먹는 것 같습니다. 단지, 짜거나 맵지 않다는 거만 다를 뿐.

"진정한 묵언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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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광사 공양간에 묵언 글귀가 군데군데 붙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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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얼마나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는지, 묵언 직접 해보면 압니다."

덕해 스님 묵언 권유입니다. 저도 대학 4년간 매년 여름방학 동안 약 30일 정도 묵언했었습니다. 주위에 "앞으로 말 안할 테니 되도록 말 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양해를 구했는데 일방적 통고였습니다. 이도 진정한 의미에선 말을 전혀 하지 않는 '묵언'보다 때로 말할 수 있는 '침묵'이라 봄이 맞겠네요. 덕해 스님에게 묵언 수행의 의미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 묵언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사람들이 얼마나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는지 보시면 아실 겁니다. 묵언 수행은 쓸데없는 말을 줄이고, 자기 내면의 세계를 보기 위함입니다. 또한 묵언 수행을 통해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묵언은 남이 묻는 말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는 겁니다. 묵언 수행은 자기가 직접 체험해 의미를 아는 게 제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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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광사 공양간을 살펴보던 중 칠판에 적힌 내용이 흥미로웠습니다. 공양간은 행자와 자원봉사자들이 움직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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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언은 언제 가능합니까?
"묵언하고 싶을 때에는 반드시 단체 허락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냥 말하기 싫다고 안하는 건, 혼자 살아야지 단체 생활이 아닙니다. 묵언 수행은 여러 사람이 함께 사는 관계로 대중회의에서 허락 여부를 다룹니다. 또 법랍이 높으면 수행 단계로 많이 합니다. 묵언은 종종 징계의 벌로도 이용됩니다."

- 묵언 징계는 언제 내립니까?
"말을 해 분란을 일으키는 경우에 해당됩니다. 묵언 징계는 3일, 1주일, 15일, 30일 등 다양합니다. 묵언 징계도 대중회의에서 결정합니다. 학인 스님의 경우, 비교적 덜 심각할 땐 1학년 내에서만 결정합니다. 하지만 심각할 땐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전체 혹은 스님까지 모여 정하기도 합니다."

- 묵언 후유증도 있습니까?
"묵언 수행 오래하다 보면 성대가 굳어 말을 잃어버릴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직접 보았습니다. 10년 정도 성대를 쓰지 않으면 성대가 어찌 되겠어요. 팔 골절로 깁스 후 깁스를 풀었는데 재활을 하지 않으면 관절이 굳어 팔을 쓸 수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묵언도 그냥 하는 게 아니라 단단히 각오하고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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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양이 끝난 후, 이렇게 직접 그릇을 깨끗이 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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