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만의 경상북도 성주군수는 청와대경호대장, 경찰서장을 역임한 경찰 출신이다. 그런데다 뼛속까지 TK인 그는 군수선거운동 때 세월호 책임을 왜 대통령이 져야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정부에 저항해 혈서에 삭발단식투쟁의 선봉에 섰다.
광우병괴담, 세월호 시체장사, 사드괴담 운운하며 민중을 ‘개돼지’로 취급하던 (기득권)부류의 그가 왜 정반대편에 서서 ‘종북좌빨들이나 하는 짓’을 벌이고 있을까. 두말할 것 없이 그가 지방자치단체장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표를 준 군민들이 화가 나있기 때문이다. 화난 군민들을 대변해야하기 때문이다.
여름이면 즐겨 먹는 참외의 70%가 성주라는 그곳에서 오는 것인지 미처 몰랐다. 그만큼 소박하고 조용한 전형적인 시골이었다는 게다. 그런 곳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아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고고도 미사일방어포대를 사전 상의 한마디 없이 배치하겠다니 지역이 발칵 뒤집어지지 않을 수가 없다. 군수가 과격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사드문제가 전자파로 인한 참외농사피해나 성주군민 찬반시위의 문제로 대체되는 것은 본질을 희석하는 왜곡이다. 이 문제의 본질은 한반도 평화와 외교안보에 직결되어있다. 사드의 한반도배치는 미국의 중국, 러시아 견제 수단으로 짜진 MD(미사일방어체계)에 한반도가 편입되는 것이며, 미국의 아시아전략 최전방에서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전쟁의 화약고가 될 것임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사드 전자파피해가 얼마나 크느냐, 그래서 적격지가 성주냐 청와대 앞이냐가 아닌 강대국 사이의 힘겨루기 싸움에 우리나라가 희생양이 되었던 뼈아픈 역사를 되풀이할 수도 있다는 것이 사드배치문제의 본질이다.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우려 말고도 경제외교적인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도 닥쳐온다. 우리나라 최대의 경제교역국인 중국이 사드배치에 대해 항의해 강력한 경제보복을 경고하고 있다. 민간 차원의 반한감정도 커져 회복하기 어려운 경제적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신열강의 동북아갈등은 곧바로 우리사회의 정치, 외교, 군사 등 전 분야의 불안정과 위험을 초래해 경제적 불안으로 이어진다. 한반도 평화와 국민의 안전, 경제적 안정이 국민여망인데도 이를 무시하고 미국의 입장만을 고려한 사드배치 강행을 고집하는 이 정부는 도대체 누구의 정부인지 헷갈린다.
그러므로 사드배치 반대운동은 성주군민들만의 몫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드전자파가 참외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현혹과 보상적 지역발전책 몇 가지로 성주군민들이 수그러들기만 하면 괜찮을 사드배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일을 계기로 우리 안보와 북핵문제대응에 대한 박근혜정부 정책에 대해 국민적인 토론과 재평가가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구호로는 한반도평화와 통일대박을 외치면서 실제 정책은 호전적 반북압박을 거듭해 극도의 남북긴장을 조성하는 정부가 정상적인지 냉철히 짚어볼 일이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문제인 북 핵실험을 진정으로 바라지 않는다면, 반드시 한반도비핵화를 이뤄야겠다면 답은 평화협정 뿐이라는 것은 장삼이사의 상식이다.
정권초기부터 그랬거니와 북한을 과감하게 두들기니 함부로 못하더라는 자신감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이슬람국가의 막장 테러도 벼랑 끝에서 나온 것이듯 저렇듯 북한을 벼랑으로 몰아 뭔 득을 보려는 것인지 정말 아슬아슬하기까지 하다.
평화는 결코 무기력하거나 나약한 가치가 아니다. 강대국의 일방적인 구도에 끌려 다니지 않는 독자적인 노선과 균형감각을 가지고 평화적 수단을 최대한 견인하는 것은 무력시위보다 더 용감하고 강력한 정책이다.
임기막바지의 박근혜정부가 지금 할 일은 5만 성주군민 달래기가 아니라 5천만 대한민국국민, 20억 동북아인들을 안심시키고 평화로 이끄는 원대하고 용감한 평화정책이다. 사드배치 철회부터 시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