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주고 억지로 읽는 ‘북 콘서트’
책 사주고 억지로 읽는 ‘북 콘서트’
  • 박태환 기자
  • 승인 2016.07.18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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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박태환 기자

최근 서점가에 부는 열풍 중에 하나는 ‘북 콘서트’다. 가수들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콘서트가 음악과 대화를 섞으면서 ‘북 콘서트’로 발전했다.

독자는 이 콘서트를 통해 작가의 의도를 좀 더 알 수 있게 되고 작가도 독자와의 교감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다.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판로가 마땅치 않은 출판사의 영업의도도 깔려 있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여하튼 ‘북 콘서트’는 출판계의 새로운 마케팅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북 콘서트는 참가하는 독자들이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콘서트 현장에서 책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게 관례로 적용돼 왔다. 대부분의 북 콘서트는 이렇게 진행된다.

여수시가 오는 8월 5일 직원 정례조회에 맞춰 ‘이순신의 7년’이라는 소설을 전남도 홈페이지에 연재중인 정찬주 작가를 초청해 ‘북 콘서트’를 갖는다. ‘이순신의 7년’은 현재 3권까지 출판됐고 향후 7권까지 나올 예정이다.

이 책의 내용은 그동안 이순신 관련 소설이 이순신의 영웅적인 행동에 맞춰져 있다면 이 책은 민초들의 삶에 맞춰져 있다는 점. 그래서 극 초반 여수의 모습이 보인다는 점 등은 그동안의 이순신 소설과는 다른 점이다.

시는 이 ‘북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12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 예산 중 1000만원을 들여 ‘이순신의 7년’ 1권과 2권 각 500권씩 총 1000권을 매입했다. 그리고 이 책을 공무원들에게 돌려 읽게 하고 있다.

무슨 ‘북 콘서트’를 시비를 들여 책을 구입하고 또 공무원들에게 억지로 읽히게 하는지 모르겠다. 또 이 사업이 고위 공직자의 지시에 의해 진행됐다고 하니 더 어이가 없다.

현재 시는 이순신 선양사업을 추진중이다. 시 관계자의 “공무원들이 이순신과 지역의 역사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도록 준비했다”는 답변에는 이해가 간다. 또 인정도 한다.

이순신 선양사업을 하는데 이순신과 당시 우리의 선조들에 대해서 모른다면 그 것도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무원이라면 자신들이 먼서 솔선수범해 이순신에 대한 연구를 하고 그 내용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이렇게 시비로 돈을 들여 책을 사서 억지로 읽은 후 1~2시간 북 콘서트한다고 새로운 시각의 이순신 선양사업이 나올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발적인 참여가 아닌 억지로 참여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책 1권의 정가는 1만5000원이다. 그런데 1000권을 사면서 1000만원을 들였다. 권당 1만원에 구입한거다. 도서정가제 위반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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