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포식자 불가사리 퇴치를
바다의 포식자 불가사리 퇴치를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6.06.29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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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민담에 괴승 신돈이 왕권을 농락하던 고려 말 송도에 나타난 불가사리가 숟가락, 젓가락은 물론 쇠라는 쇠는 모두 먹어치웠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고려의 멸망을 예견한 얘기였을 것 같다. 바다에도 불가사리가 있다. 바다의 불가사리는 쇠를 먹는 것이 아니라 고동 등 각종 조개류를 마구 잡아먹어 바다의 무법자, 바다의 포식자로 불린다. 바다를 황폐화 시키는 주범이다.

불가사리는 세계의 모든 해양에 1,800여 종이 분포하고 있다. 몸은 별 모양이며 중심에 있는 반(盤)을 완(腕)이 둘러싸고 있다. 흔히 5개인 완은 속이 비어 있고 짧은 가시와 차극(叉棘)으로 덮여 있는데, 완은 손상되더라도 다시 재생된다. 아랫면에는 관족(管足)들로 이루어진 홈이 있고, 관족 끝에는 흡반(吸盤)이 있다. 관족이 있어 어느 방향으로나 기어갈 수 있고 가파른 표면에 부착할 수 있다. 지름20~30cm 정도가 보통인데, 1cm부터 65cm에 달하는 것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약 100여 종이 분포하고 있지만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토착종 별불가사리, 캄차카와 홋카이도 등 추운 지역에서 건너온 아무르불가사리, 바다의 지렁이라 불리는 거미불가사리와 빨강불가사리 등의 4종이 흔하다. 이중 제법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아무르불가사리가 어민들의 시름을 깊게 만드는 바다의 포식자로 악명이 높다. 나머지는 죽은 고기의 사체를 먹어치우는 등 바다의 오염을 막아 주는 이로운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암수한몸인 불가사리는 마리당 200만-300만 개의 알을 낳고 매일 바지락 16개와 피조개 2개 정도로 먹어 치울 정도로 포식성이 높다. 멍게, 홍합, 전복 양식장은 물론 각종 패류가 서식하는 연안에는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어 어민들의 생활터전이 황폐화 되고 있다. 산란기인 5월∼7월에 극성을 부리고 있어 이 기간에 구제작업이 필수적이지만 고작 수협이나 지자체를 통해 ㎏ 800원에 사들이고 있는 수매 정책을 추진하고 있을 뿐 다른 대안이 없어 별무성과다.

천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던 불가사리가 나팔 고동이 천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2015년 8월, 홍도 인근에서 한려해상국립공원 팀이 불가사리를 나팔고둥이 잡아먹는 모습을 촬영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영상에는 나팔고둥이 패각을 들었다 내렸다 하면서 불가사리를 감싸 안아 서서히 촉수를 뻗어 잡아먹는 모습이 생생하게 촬영됐다.

이에 앞서 나팔 고동이 불가사리의 천적이라는 것이 밝혀져 2005년 전남 여수대 강경호(43·수산양식) 교수에 의해 나팔고둥 증식연구를 하고 있지만, 아직 대량 생산 체계는 아니다. 나팔고둥은 10여 년 전만 해도 여수 등 해안지역에 많이 서식했으나 최근에는 동해안 일부와 제주도 근해에서만 생존하고 있는 멸종 위기동물이다.

최근 불가사리가 최고급 친환경 비료로 재탄생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보령시 농업기술센터 아미노액비 생산 동에서 불가사리를 이용한 액비를 만들어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분쇄된 불가사리를 삶아 유수 분리기에서 뼈를 분리한 뒤 배양기에서 20일 정도 숙성시켜 액비로 만들어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불가사리가 칼슘과 무기질이 풍부한 비료로 재탄생하여 원예 농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한다. 친환경 자원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불가사리 퇴치를 어민들과 환경단체에만 맡겨 둘 일이 아니다. 정부의 관심 정책으로 대대적인 구제작업이 이루어져야겠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특성을 고려하여 불가사리 수집이 쉬운 지역에 거점을 마련하고 비료생산 공장을 만들어 어민들로부터 포획한 불가사리를 수매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현재 ㎏ 800원의 수매가도 인상하여 도리어 어민 소득에 도움이 되게 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것 같다.

바다 수온도 날로 높아져 생태계가 바뀌면서 어족 자원은 날로 줄어들고 있는데 한강 하구언과 연평도 근해에서는 중국어선이 마구 몰려와 우리 바다 고기를 싹쓸이하고 불가사리와 해파리로 연근해 어업조차 위협받고 있어 어민들은 어업을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의 먹을거리가 위협받고 있는데도 획기적인 수산 정책은 기대 할 수 없는 것 같아 암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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