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올리는 제사, 무슨 사연 있기에
두 사람이 올리는 제사, 무슨 사연 있기에
  • 임현철 시민기자
  • 승인 2016.06.27 16: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섬에서 함께 놀자] 여수 거문도 노루섬 풍어제와 꼼장어
▲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 안노루섬과 밖노루섬입니다.

10여 년 만에 찾은 거문도-백도. 감회가 새롭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지요. 거문대교가 들어섰고, 아는 사람들 머리엔 흰머리가 늘었습니다. 잠시, 임호상 시인의 시(詩) <세월> 감상하며 야속하게 가는 세월 붙잡아 봅니다.

세월
                   임호상

잔디밭엔 틈만 나면
토끼풀이며 이름 모를 잡풀들이
앞다투어 자리 잡는데
아버지 머리 가운데
한 삽 빠진 곳
누구도 찾아오질 않네
그 흔한 새치 하나 오질 않네
- 임호상 시집 <조금새끼로 운다>에서

"막걸리하고, 과일, 과자, 육포 등 사서 두 개로 나눠."

여수시 삼산면 최윤규 부면장의 막걸리 소리에 귀가 번쩍였습니다. 대낮에 웬 막걸리? 알고 보니, 풍어제 지낼 제수용품이랍니다. 그것도 염동필 삼산면장과 최윤규 부면장 둘이서. 허허, 웃었지요. 암튼 '이 양반들이 미쳤나' 했지요. 올해 풍어제를 지냈는데 또 풍어제라니.

고두리 영감제, 어민들의 해상안전과 만선 기원

▲ 염동필 삼산면장과 최윤규 부면장 둘이 노루섬에 올라 조촐하게 풍어제를 지냅니다.

김준옥 교수(전남대)에 따르면 거문도 풍어제는 '고두리 영감제'라고도 부르며, 매년 음력 4월 15일에 지냅니다. 고두리 영감제행, 풍어제, 용왕제, 거북제 등 네 가지 행사를 하루에 같이 치른다고 합니다. '고두리'는 고등어를 말합니다. 다음은 고두리 영감제와 거북제 유래 및 용왕제 의미입니다.

"옛날 거문리에 흉어(凶漁)가 들었다. 마을 사람들이 정성스레 용왕제를 지냈다. 그 후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쳤다. 폭풍우 뒤 바위 하나가 마을 앞바다로 둥둥 떠올랐다. 사람들은 용왕이 보낸 바위로 믿고, 안노루섬 정상에 신체로 모시고 제사 지냈다. 그 해부터 고등어가 많이 잡혔다. 그래서 이 돌을 고두리 영감으로 부르게 되었다."

"해방 직후 거북이 한 마리가 상처를 입고 변촌 해안으로 올라왔다. 마을 사람들은 거북이가 가여웠지만 잡아먹었다. 그런 뒤 마을에 변고가 생겼다. 고기가 잡히지 않은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용왕의 사자인 거북이를 잡아먹었기 때문이라며, 거북이를 달래는 제사를 지냈다. 제사 후 갈치가 아주 잘 잡혔다."

"용왕제는 동해 청룡, 남해 적룡, 서해 백룡, 북해 흑룡, 그리고 중앙의 황룡으로 대표되면서 각 바다를 관장하는 용왕들께 어민들의 조업 중 안전과 만선을 기원하고, 어로작업 중 세상을 떠난 수중고혼을 달래는 제사다."

삼산면장 부면장, 둘이 풍어제 지내는 이유는?

▲ 삼산면장과 부면장, 밖노루섬에서 풍어제를 지냅니다. 뒤로 보이는 수월산이 이들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풍수로 보면 거문도는 해룡농주(海龍弄珠) 쌍룡희주(雙龍戱珠) 지세다. 동도는 숫룡, 서도는 암룡이다. 고도는 동서 쌍용 사이에 놓인 여의주다. 밖 노루섬과 안 노루섬은 작은 구슬과 방파제 역할을 한다."

염동필 면장의 설명입니다. 그들은 왜 풍어제를 지내려는 걸까요? 염 면장은 "올해 노루섬에서 풍어제 지낼 때, 출장이 겹쳐 참석 못했다, 이게 마음에 걸렸다, 그래 조촐하게 둘이서 지내려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백성을 위하는 '위민'의 현장입니다. 입만 열면 허튼 소리하는 정치인이 배워야 할 듯합니다.

안 노루섬. 섬에서 섬을 봐도 그림입니다. 고두리 영감 제단 앞에 섰습니다. 배, 바나나, 막걸리, 과자, 육포, 어포 등을 차립니다. 거문도 해풍쑥 막걸리를 따릅니다. 면장과 부면장, 나란히 섭니다. 진지합니다. 맞춰 절을 올립니다. 제단 가운데 놓인 물에 뜨는 돌, '부석'을 어루만지며 풍어를 기원합니다.

밖 노루섬으로 향합니다. 따개비와 해초 등이 천지입니다. 제를 지낼 용왕암으로 오를 길이 마땅찮습니다. 어렵게 용왕암에 오릅니다. 편평한 곳에 자리를 잡습니다. 사람이 용왕암 앞에 서니 고목나무와 매미 같습니다. 또 정성껏 제를 차립니다. 절을 올립니다. 그들은 절하며 무엇을 빌었을까요?

"용왕님께 우리 삼산면 어민들이 고기 많이 잡고 편안하게 살게 해달라고 빌었네."

꼼장어, 용왕님께서 우리에게 선물로 보낸 장어?

▲ 장어, 눈으로 먹는 맛도 성공입니다.

풍어를 기원해서일까요. 저녁은 장어. 일명 '꼼장어'로 불리는 '먹장어'입니다. 장어, 손질 중입니다. 머리부터 눌러 기선을 제압합니다. 껍질을 벗깁니다. 능수능란한 솜씨입니다. 생선 다듬는데 무슨 면허가 필요할까마는, 껍질이 질기고 질긴 장어 손질은 면허(?)가 있어야 합니다. 선수 아닌 생짜가 손질하기엔 그만큼 어렵다는 거죠.

밑반찬이 나왔습니다. 게무침, 낙지무침, 갈치무침, 홍합무침 등입니다. 피식 웃었습니다. 바닷가 거문도다운 반찬이라서. 여기에 미역, 가사리 등 해초가 하나쯤 섞였으면 더 좋았을 걸 싶습니다. 무슨 사정이 있겠죠. 뒤에 묵은 돌산갓김치와 배추김치가 등장했습니다. 푹 익은 김치가 감칠맛이 돌았습니다.

▲ '꼼장어'로도 불리는' 먹장어'입니다. 용왕님이 보냈을까?

"용왕님께서 우리에게 선물로 보낸 장어일까?"

장어 두루치기가 나왔습니다. 초벌로 익혀 낸 장어를 다시 불판에 올립니다. 지인, 입을 헤 벌립니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 쉰소리 말라는 거죠. 오호통재라. 이를 어이 할꼬? 장어를 먹지 못합니다. 알레르기 때문이죠. 장어 맛이 궁금합니다만 참습니다. 대신 눈으로만 먹습니다. 눈으로 먹어도 맛나다는. 품평을 부탁했지요.

"은근 땡기는 맛이다. 꼼장어는 삶아서 통째로 된장에 찍어 먹으면 더 맛있다."

▲ 먹음직스런 먹장어 두루치기입니다. 이 맛난 장어를 못 먹는다며 놀립니다. 덕분에 자기들이 많이 먹는 줄도 모르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