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권도 투표장에서 하자.
기권도 투표장에서 하자.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6.04.0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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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13일은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날이다. 이날은 공휴일이며 아침 6시부터 시작된 투표는 오후 6시에 종료된다. 19세 이상 (1997년 4월 14일 이전 출생자)이 유권자로 1인 2표제로 국회의원과 지지정당에 투표하게 된다. 여수를 비롯한 일부 지역은 기초의원과 자치단체장의 보궐선거를 겸하는 곳도 있어 추가 투표를 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우여곡절 끝에 지각(遲刻) 선거가 되는 바람에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국민이 많아 투표율이 저조할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이 많다. 2014년 10월 30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482일 만에야 선거구 획정 안이 타결됐고 야당의 필리버스터 정국을 거치면서 총선 42일을 앞두고서야 의결됨으로써 지각 총선을 맞게 된 것이다. 특히 각 정당의 공천과정에서 갖가지 추문들이 꼬리를 물어 정치에 대한 혐오와 불신을 더욱 키웠다.

결국, 선거가 개시되면서 각 정당이나 후보들은 역대 선거 중 실현 가능성이 검증 되지 않은 수준 미달의 공약이 쏟아져 나왔고 후보의 경륜이나 능력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취합 활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불법 부정선거로 난무하고 유권자의 표심을 훔쳐가기 위한 갖가지 퍼포먼스가 유권자들의 혼란만 가증시켜 도리어 정치가 코미디가 되는 지경에 이르렀고 매니페스토는 실종되어 투표율 제고는 더욱 멀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좋은 정치를 하려면 지역주의, 계파정치, 흑백논리, 부정부패, 비도덕성, 근시안적 정책, 공약 불이행 등이 철저히 배제된 참다운 일꾼이 정치의 전면에 나서야 하는데 현실의 장벽은 높기만 한 것 같다. 기득권에 안주하며 자신의 생존만 도모하는 낡은, 정치인 대신 새롭고 유능하고 헌신적이며 용기 있는 새로운 인물을 대거 등장시키려면 민주 국가에서는 투표에 참여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우리 헌법 제1조 1항에는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제2항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이런 헌법 정신을 지키는 주권 행동의 실천이다.

결국, 투표를 하지 않고 기권하는 것은 신성한 권리와 국민이 되기를 포기한 것과 진배없는 일이다.

며칠 전 인터넷에서 영국 ‘에밀리 와이딩 데이비슨’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한 편을 보았다. 그는 영국 여성들의 참정권 운동에 불을 지핀 인물이다. 1913년 6월 4일, 런던의 한 경마장에서 달려오는 말 앞에 뛰어들었다. 말발굽에 밟혀 머리를 크게 다쳤고 결국 나흘 만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당시 영국의 귀족 남성들은 그녀의 사고를 경마대회를 방해한 골칫거리 정도로 치부했으나 그녀의 장례식장에는 수많은 여성들이 모여들었고 여성 참정권 운동이 거세게 타오르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이후 투표권을 쟁취하기 위하여 여성들은 곳곳에 불을 지르고, 하원을 습격하기도 했고 경찰에 끌려간 여성들은 단식 투쟁으로 맞섰다. 이런 큰 희생과 오랜 고난의 투쟁으로 1928년에야 영국의 여성들은 투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영향으로 1920년 미국 여성들이 투표권을 갖게 됐고 1971년 스위스 여성들이, 2015년 사우디 여성들이 참정권을 갖게 된 것이다. 우리가 갖은 투표권은 민주주의를 확립한 희생의 산물로 매우 신성한 권리임을 다시 한 번 되새겼으면 하는 마음이다.

부패한 정치를 바꾸려면 혁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혁명은 많은 국민의 희생과 사회적 충격이 뒤따른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의 기본권인 투표가 있다. 국민이 모두 주어진 권리를 포기하지 않고 투표하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특히 젊은이들의 투표 참여야말로 국가의 정치 변화의 에너지가 된다. 일자리가 없다고 불평하고 좌절하기에 앞서 겸허한 마음으로 올곧은 일꾼을 선출하는 일이 자신의 장래를 담보하는 일이기도 하다.

20대 4·13 총선 사전 투표가 8일부터 이틀간 실시되고 있다. 투표율을 제고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지만 기대에 미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청년들의 투표 참여로 선거 사상 가장 많은 투표율로 기록되는 새로운 역사에 도전했으면 한다. 기권도 투표장에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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