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遲刻) 총선의 유권자 대응
지각(遲刻) 총선의 유권자 대응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6.03.22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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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3 지각 총선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점점 다가오고 있다. 정치권에서 회자하고 있는 용어를 살펴보면 정치의 기상도를 살필 수 있다. 필리버스터, 분당, 창당, 주류, 비주류, 비박, 진박, 출당, 공천탈락, 낙천, 셀프비례대표, 운동권 출신, 회의장 난입, 불법운동, 흑색선전 등등 온통 시끄럽고 어지럽기 짝이 없다. 지각총선으로 인해 참신한 신인진출의 기회가 박탈되고 이번 총선에서는 제대로 후보자의 정견과 적성을 살펴 바른 일꾼을 선출하겠다는 유권자의 기대도 물거품이 되어 능률과 생산성을 갖춘 국회를 만드는 것은 이미 물 건너간 것 같다.

여수의 정치 풍향도 순조롭지는 않은 것 같다. 예비 후보 등록 이후부터 혼탁한 선거를 예상하는 갖가지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호남 지지를 기반으로 하는 더불어 민주당이 쪼개져 국민의당이 출현하면서 입지 자들은 유·불리를 따지면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소속 정당을 선택하여 예비후보 등록 후 공천 경합에 뛰어들었고 공약을 남발하면서 자신을 알리기에 힘을 쏟았다. 이 과정에서 공천 경합자 간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참기름 동영상, 여론조사 조작, 내연녀 협박사건 등이 발생 2010년 지방선거 당시의 가장 혼탁한 선거판을 방불케 하고 있다.

2010년 전남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방선거 선거일 30일 후인 7월 2일 기준으로 선거 공명성 측정 결과 발표에서 도내 22개 시·군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수가 가장 혼탁한 선거를 치른 것으로 발표했었다. 정당과 후보자, 유권자, 직능·시민단체에 대한 공명성 수준을 측정한 결과 100점 만점에 평균 70.5점을 기록한 것이다. 측정결과 종합지수는 장흥군이 83.6점을 받아 가장 공명한 선거를 치른 것으로 조사됐고, 여수가 52.9로 최하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여수 지역의 선거판 불명예가 꼭짓점에 도달했던 아픈 기억이 되살아난다. 2010년 시·도의원 11명이 무더기로 금전수수 및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사건이다. 결국, 보궐선거로 국고를 낭비했고 시민에게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하게 했으며 여수인으로서 수치심마저 안겨 줬다. 이번 선거에서는 공명선거를 이루어 여수의 불명예를 씻어야 하는데 이마저 만만찮은 것 같다. 여수를 선관위가 또다시 혼탁선거 지역으로 꼽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15일 전라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 13 총선과 관련해 여수시 갑, 목포시, 해남군, 완도군, 진도군 선거구를 혼탁지역으로 지정하고 집중 예방, 단속활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혼탁선거지수는 중점 단속대상 선거범죄 등을 유형별로 구분하고, 객관화할 수 있는 단위지표를 선정해 조사한 후 수치화시켜 선거구별 혼탁 정도를 측정하는 지수이다. 여수갑 지역구는 100점 만점에 87점을 기록해 가장 혼탁한 선거를 치르고 있는 지역이라고 했다. 다행히 여수 을 지역은 7.33점으로 우수한 지역으로 선정돼 위로가 된다.

선거범죄 유형별로는 선거구민에 대한 매수, 기부행위가 평균 86.1점으로 가장 높고, 불법여론조사행위 58.9점, 지역 언론의 허위, 왜곡보도행위 41.4점, 흑색선전행위 37.3점 순이었다. 여수 갑은 다른 선거구에 비해 6가지 선거범죄유형 모두 월등히 높은 혼탁양상을 기록했다.

오는 30일부터는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선거에서 잃은 여수의 명예를 선거에서 되찾아야겠다. 비록 짧은 선거기간이지만 후보들은 백화점식 공약을 제시하지 말고 실천 가능한 공약으로 매니페스토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금권이나 불법, 탈법 선거를 하지 않아야 한다. 유권자는 금권, 연고 등을 배제하고 국가와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바른 일꾼을 뽑아야 한다. 특히 청년들은 그동안 무관심했던 정치권이 선거 때가 되어서야 청년 문제를 이슈로 들고 나오는 파렴치한 정치에 혐오만 하지 말고 정치 개혁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투표에 참여하기를 바란다. 정치가 변해야만 지역과 국가가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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