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여수관광 호황 견인...섬사람들은 몸살
겨울 여수관광 호황 견인...섬사람들은 몸살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6.01.08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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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 개통 2주일 화태대교를 가다
사람들 몰리지만 이들에 내놓을 밥상 마땅찮아
▲ 지난해말 개통된 화태대교가 겨울철 여수관광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태대교(1,345m)는 주 탑 높이 130m에 이르는 사장교다. 총 길이 3.82㎞(교량 1.34㎞, 접속도로 2.48㎞)고 강재(특수철강) 주 탑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주 탑과 주 탑 사이 주경 간장도 500m나 돼 국내 사장교 중 인천 대교 (800m), 부산항 대교(540m)에 이어 3번째다.

지난해 12월 22일 여수 돌산- 화태 간 연도교가 개통했다. 총 사업비 1천506억 원을 들여 2004년 12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11년여 만에 완공한 것이다.

개통 이후 화태 대교의 위용을 보려고 전국에서 관광객이 모여들고 있다. 특히 주말이면 수천의 인파와 차량 물결로 비수기에도 여수의 겨울 관광 호황의 끈을 이어가게 하고 있다. 화태대교가 여수관광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그러나 화태도 주민들의 명암이 교차한다. 엉뚱하게 섬 전체가 관광객 때문에 몸살을 앓는다.

개통 15일째인 6일 화태 대교가 있는 화태 월전(달밭꾸미)마을을 찾았다. 섬 교통의 요충지로 가장 큰 포구지만 지나가는 사람도 별로 없어 적막이 흐른다.

하지만 포구의 선착장에는 자동차가 빽빽이 들어 서 있다. 낚시꾼들의 차들이다. 다리 개통 이후 낚시꾼이 많이 늘었다.

지나는 마을 사람을 붙잡고 대교 개통 이전과 이후의 변화에 관해 물었다.

“동네 사람 모두가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다”고 말한다. 평소 안마당처럼 삼삼오오 서로 손을 잡고 주절대며 걸었던 길에 자동차 질주와 경적 소리에 놀라기도 하며 차량으로 돌리느라 밭두렁이 무너지게 하고 아무 데나 대소변을 보고 농작물이 없어지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기 때문이란다.

▲ 화태대교 개통으로 화태도를 찾는 낚시객들이 크게 늘었지만, 즐거운 변화를 기대하기는 요원한 듯 하다.
이런 모습에 익숙하지 않은 주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간이 공동화장실이라도 이곳 저곳에 설치해 흉한 모습이라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친다.

늘어난 낚시꾼들로 바다엔 쓰레기가 지천으로 떠다니고 특히 밑밥을 마구 뿌리고 남은 것은 아무데나 버려 수질오염을 부추기기도 한다.

갯바위에 사는 따개비, 성게, 거북손 등을 마구 채취하고 심지어 어린것까지 손을 대는 바람에 자연 생태계 훼손은 물론 삶의 터전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소 조용하기만 했던 섬마을에 많은 차량과 사람들이 몰려드는 급변한 모습에 아직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백야 대교 개통 이후 백야 섬마을에서 보였던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화태는 여수를 오가기 위해서는 하루 4차례 있는 여객선(돌산-화태)을 이용하는 불편이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차량으로 언제든지 오갈 수 있게 됐다.

대교 개통에 앞서 여수시가 서둘러 사유지 일부를 확보하여 버스 회차지를 조성하고 시내버스 노선을 개설하는 등 발 빠른 조치를 취했지만, 교통 편의가 나아진 것 외에는 아무런 혜택이나 나이질 기미는 없고 생활 불편만 가중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변화에 대응하여 갖가지 소득사업을 개발하려 해도 엄두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마을을 중심으로 북쪽에는 삼각산, 남쪽으로 우마산, 동쪽으로 요막산이 둘러 있고 산 능선이 서로 이어져 있어 기존 마을을 제외하고는 평지가 없어 근린지역 조성이 불가능하다.

포구 개발이나 공유수면 매립이 아니면 소규모 점포나 숙박시설 하나 만들기 어려운 것이 현실적인 고민이다.

이 마을 주민 황정수(전 이장) 씨는 여수농협 화태 지소가 폐쇄 예정이어서 이 청사를 마을이 인수하여 관광 소득 사업을 고려해보았으나 일손이 없어 불가능하단다.

마을은 346가구 722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섬에는 60여 개의 가두리 양식장이 있다. 우럭, 농어, 감성돔, 참돔 등 고급어종을 기르는데 여수지역 생산량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가두리는 주민 모두의 일터다. 특히 5월부터 11월까지는 가두리 양식장 막사에서 수상생활로 마을엔 노인들만 남게 돼 일손이 없다.

마을마다 있는 청년, 부녀회, 새마을회 등도 있지만, 젊은이가 없어 유명무실해 마을 공동사업 계획도 공염불로 끝났다고 한다. 화태 대교가 남해안권의 랜드 마크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다리박물관이라 하지만 주민들에겐 화중지병이다.

도리어 주민들은 화태 월전 항에서 횡간, 월호, 대두라, 나발도 등 4개 섬을 왕래하는 도선 운항을 바랐다. 월전 항을 중심으로 이곳 섬들의 사람과 화물을 육로를 이용하여 여수까지 오가게 하는 것이 주변의 섬들과 공동발전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고 있었다.

화태도는 물 흐름이 좋아 한때 해태 주산지로 영화를 누렸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가두리 양식장이 주업으로 전환되었다. 해안 둘레가 천혜의 낚시터로 깨끗하고 풍요로운 어촌이었지만 화태대교 개통 이후에도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기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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