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장에 나무를 심는 시민은...
엑스포장에 나무를 심는 시민은...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5.07.22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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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2015년 7월. 타임머신을 타고 기억을 3년 전으로 되돌려 보자. 2012년 7월 말께면 여수는 2012 여수세계박람회를 관람하기 위하여 무더위를 무릅쓰고 찾아드는 관람객으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을 때였다. 그해 5월 12일부터 시작된 여수 세계박람회는 입장객 800만 명을 목표로 했지만, 공식 집계 820만 3,956명으로 목표를 훌쩍 넘겼다. 여기에 운영인력까지 보태면 1천만 명의 대잔치로 성공한 엑스포라는 찬사의 여운이 길었다. 박람회가 끝난 지 3년. 지금 박람회장은 사후 활용 대책이 표류하고 있어 시민의 마음을 애태우고 있다. 시민 스스로가 여수세계박람회 사후활용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지만, 진전이 없다. 박람회장 용지를 팔아 정산하려던 기존의 원칙을 고수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만 가시지 않고 있을 뿐이다. 대전 박람회의 실패 사례로 트라우마 현상을 보이는 여수시민은 조바심, 실망과 분노로 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도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박람회장 내 헌수(獻樹) 운동이 눈길을 끈다. 가로수는 먼나무, 후박나무 대형 목으로 주당 7만 원, 동산 조성 등에 필요한 다양한 나무는 주당 1만 원으로 수량은 스스로 선택하여 기증하면 된다. 기증받은 나무는 가로와 동산에 심고 가로수는 기증자의 명패를 달고 주당 1만 원씩의 기증은 나무 동산 석재 벽에 이름을 촘촘히 새겨 남겨두기로 했다. 그동안 위원회는 헌수 운동을 통해 『열망과 실천의 동산』 등 2개의 동산을 조성하고 한국공원과 주 도로변 2km 가운데 약 600m에 8m 간격으로 먼나무, 후박나무 대형 목(大形 木) 가로수를 심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정신과 같다. 이 운동의 기저에는 박람회장의 사후 활용을 촉구하며 무성의한 정부나 정치권엔 경종을 주는 의미가 담겨있고 우리 손으로라도 가꾸겠다는 당찬 시민의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우리는 박람회 유치 때 국제 사회에 여수선언과 여수프로젝트를 공언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여수선언의 전략적 의미는 박람회 주제인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 지니고 있는 해양환경 보존 및 지속 가능한 발전에 관하여 국제사회에 의지를 천명, 박람회의 유산으로서 자리매김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한 박람회 주제와 그 정신에 관한 국제적 공감대 형성과 지지 기반 확대를 이뤄냈다. 여수프로젝트는 개발도상국의 해양환경문제에 대처능력 향상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협력 프로그램. 시범사업 추진을 위해 총 100억 원을 지원, 국제기구 또는 사업 수혜 대상국 등과의 협의 체제 구축을 통해 지역별, 국가별 해양 및 환경 관련 현안 과제를 발굴, 분석하고 사업 필요성의 우선순위에 따라 대상사업을 선정하여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박람회 유치를 위해 세계를 향해 던졌던 여수 선언을 제대로 이행하고 여수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최우선 추진되어야 한다. 특히 여수세계박람회 사후활용에는 정부가 더욱 당당하게 국제사회와 약속을 지키는 것이 전제되면서 추진되어야 한다. 박람회장의 사후 활용은 젖과 꿀이 넘치는 가나안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일궈내야 한다. 여수 세계박람회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역사고 기록이다. 이를 알뜰하게 보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기에 비록 박람회가 끝났더라도 박람회 정신이 구현되는 다양한 콘텐츠와 시설이 우선되고 해양관광도시로의 다양한 시설을 유치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선 민간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국가가 더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세워야 할 것이다. 사후 활용 대책은 최고의 선이며 원칙이다. 사후 활용을 포기하는 것은 역사의 흔적을 지우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역사를 지우는 것은 문화재 도굴꾼과 진배없고 역사 앞에선 죄인과 다를 바 없다. 박람회 이후 여수는 관광객 1천만 시대를 여는 등 변화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도시 인지도 상승, 서울∼여수 간 KTX 3시간 미만, SOC의 확충, 호텔 및 각종 숙박시설 증가 및 고급화, 엑스포 해양공원과 아쿠아리움, 레일 바이클, 자산 공원∼돌산 공원 간 해상케이블카, 야간 크루즈, 제주∼여수 간 여객선, 여수 밤바다 등 관광 환경의 다양한 변화로 해양관광도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시민이 만족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여수 하면 과거 여순사건의 치욕적인 역사 이미지를 털고 세계박람회를 성공리에 치룬 역사적 기록과 유산이 남는 도시로 이미지가 바뀌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 시민이 스스로 박람회장에 나무를 심는 까닭을 제대로 살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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