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형식주의에 발목 잡혀 있을 것인가?
언제까지 형식주의에 발목 잡혀 있을 것인가?
  • 남해안신문
  • 승인 2015.06.0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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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정송호 편집국장

가끔 여수시민들은 여수시 공직자들의 행정형태를 인근 순천시와 비교하며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여수시 공직사회도 정확한 근도 없이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서운할 것이다.

시민들의 이런 비판은 분명 근거가 있어 보인다. 사례를 들면 지난 22일부터 주말이면 여수 원도심 10곳에서 ‘낭만버스커 여수밤바다’라며 버스커들이 시로부터 출연료를 받고 공연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현재 계획은 8주에 추가로 3개월을 더 공연을 할 예정이다.

‘버스커(거리공연연예인)’문화는 여수에는 없는 문화다. ‘여수밤바다’를 부른 버스커버스커 밴드 때문에 마치 여수에 버스커 문화가 있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이 사업은 시가 지난해 8월 문화체육부 공모에 선정돼 올해를 포함해 앞으로 5년 동안 지원받는 43억5000만원의 국비 중 일부로 진행된다.

그런데 준비과정을 보면 정말 형식주의 그 자체다. 지난해 8월 선정 된 후 지난 4월 중순에 이벤트업체에 용역을 주는 것으로 시장 결재를 받고, 4월 말 설명회를 갖고 이벤트 업체를 선정했다.

이 과정에 ‘여수’는 전혀 없었다. 지역의 문화예술단체와도 어떠한 상의도 없고, 창의적으로 여수가 전국적으로 선점할 수 있는 버스커 문화도 없이 이벤트 업체 배불리기만 있었다.

이런 행정의 뒤에는 행정편의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담당과 과장의 “그 많은 공연팀을 공무원들이 직접 관리할 수가 없다”는 말은 귀찮아서 이벤트업체에 용역으로 줘 관리키로 했다는 것처럼 들린다.

지역사회 문화예술단체와 거버넌스(Governance)를 통해 보다 창의적으로 이 사업을 만들어 갈 수 있고, 이런 모습은 ‘버스커문화’가 여수의 신문화로 잡아 갈 자양분이 되는 성과로 이어지게 할 수도 있다.

행정편의주의 때문에 지금의 모습은 주철현 시장이 결재를 하면서 우려했던 ‘이벤트업체의 먹튀’ 그 모습으로만 흘러가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화양면 이목초등학교(폐교) 매각결정 과정에서도 행정편의주의를 찾아 볼 수 있다. 농업기술센터가 이 폐교를 매입해 그동안 투자한 예산은 10억 원 가까이 된다. 박람회 준비과정에 폐교를 숙박시설로 구조 변경했고 이후 시설비와 관리비로 6억 원이 지출됐다. 폐교 매입비용이 3.5억 원.

농업기술센터는 마치 이 예산이 시설의 일부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도예작가의 잘못처럼 떠넘기며 막대한 예산을 투자했지만 타산이 맞지 않아 매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폐교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진지한 고민보다는 귀찮으니까 매각해서 일감이라도 덜어내겠다는 생각이 앞선 모습으로 비춰진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민선 지방자치가 벌써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뀔 만큼인 20년이란 시간이 흘렸다. 강산은 변해도 왜 여수시의 공직사회 행정편의주의는 사라지지 않을까?

갈피를 못 잡고 원칙이 없는 지도자들의 리더쉽이 공직사회의 변화 속도를 더 더디게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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