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을 잇는 카페 만들고 싶어요”
“사람과 사람을 잇는 카페 만들고 싶어요”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5.06.03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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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쟁이에서 문화쟁이가 된 카페 코쿤 정호영사장

▲ 건축쟁이에서 문화쟁이가 된 카페 코쿤 정호영 사장
다소 수줍은 내용의 엽서와 평소 즐겨마시던 음료쿠폰을 받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조금은 쑥스러워질지 모르지만 분명 그 느낌은 행복일 것이다.
스마트폰과 더불어 SNS가 소통의 주된 장이 된 요즘 엽서로 마음을 전하는 이벤트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다.
이 문화아이템의 주인공은 카페 코쿤 정호영 사장(36). 코쿤은 여서동 중심상권 거리에서 살짝 벗어난 골목 카페이다.
카페 외벽을 멋들어지게 덮고 있는 아이비나무는 5년간 대형 커피체인점 상권에서 꿋꿋하게 버틴 정 사장과 닮았다.

헌책 두 권 기부하면 엽서.음료 공짜
“이 엽서와 음료를 **님이 **님 이름으로 맡겨 두신겁니다”
카페 주인 정호영씨가 손님에게 엽서와 음료를 전달하자. 엽서와 음료를 받아든 손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정 사장에게도 미소가 전염됐다.
코쿤 엽서이벤트는 누구나 헌책 두 권만 가져오면 참여할 수 있다. 헌책 두 권을 엽서와 음료와 교환하고 카페에 보관하거나 우편으로 보낼 수도 있다.
손님들로부터 기부 받은 책은 정 사장이 다시 되팔아 새로운 엽서를 만드는 비용으로 사용한다.
엽서 제작에는 지역작가 최병수의 솟대 작품사진이나 포토그래퍼의 사진이 기부되고, 엽서에 쓰인 글이나 포토샵 작업등도 다 재능기부로 이뤄진다.

사람과 사람 잇는 코쿤엽서 13번째
호주의 해안 풍경을 담은 코쿤엽서는 이번이 벌써 13번째다.
정 사장인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는 인터넷 사진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사진 몇 장이 눈에 들어왔고, 당돌하게 그 사진의 주인인 이정민 포토그래퍼에게 엽서제작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사진 기부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다.
이정민 포토그래퍼는 흔쾌히 호주에서 찍은 사진 7장을 보내줬다.
코쿤엽서는 정 사장이 호주 유학시절 일하던 시장 옆, 대학 등 사람이 많이 다닌 곳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다양한 장르의 엽서(환경캠페인.기업홍보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정 사장은 앞으로 이 엽서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보겠다는 따뜻한 포부도 갖고 있다.
“지금은 손쉽게 사진으로 엽서를 제작하고 있지만 캠페인 등 다양한 장르의 엽서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이처럼 사람과 사람을 잇는 코쿤엽서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만들어 지고 있다.

이정민 포토그래퍼가 무료로 기부한 사진으로 제작된 코쿤 13번째 엽서.  이 엽서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역할을 소리없이 하고 있다.
커피 리필 비용으로 기부문화 확산
정 사장은 카페 계산대에는 손님들이 직접 삼혜원에 기부할 수 있는 기부함을 마련해뒀다.
보통 다른 카페가 커피리필 비용으로 500원에서 1000원을 받는다면 그는 커피리필은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그 비용을 삼혜원으로 직접 기부하도록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부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것 같다. 몇 십 만원 또는 몇 백 만원을 기부해야 기부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일상에서 부담 없이 기부를 하다보면 기부문화가 바뀌겠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손님들도 딱 커피리필 값만 넣기보다는 대부분 호의적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교량 설계 건축가에서 카페사장까지
토목건축을 전공하고 서울에서 회사생활을 하던 정 사장은 지난 2010년 4월 여서동 인적드문 골목에 카페를 차렸다.
중앙여고 도로 확장을 감리했고, 거문대교, 군장대교, 화양~적금 교량 등을 설계한 토목쟁이가 갑자기 카페를 차린 이유는 의외였다.
‘근로자가 즐거운 회사’를 만드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는 그는 카페를 통해 그 초석을 다질 요량이었던 것.
“비정규직이 없고 매출의 30%를 직원들 복지를 위해 쓸 수 있는 그런 경영이념을 가진 회사를 만들고 싶다. 어떤 업태의 회사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카페를 시작했다”
정 사장은 자신의 꿈과 계획을 조용하고 나지막하며 섬세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의 의지만큼은 그가 설계한 교량처럼 크고 웅장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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