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사옥, 언제까지 방치해둘 것인가’
‘KBS사옥, 언제까지 방치해둘 것인가’
  • 남해안신문
  • 승인 2015.06.0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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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이상훈 여수YMCA사무총장

 2004년 KBS는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여수, 남원, 군산, 공주, 태백, 속초, 영월 등 7개 지역방송국을 폐쇄하였다. 지방화시대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이 조치에 대해 해당지역사회는 격렬히 반대하였고, 여수에서도 지역민 수백 명이 서울본사를 찾아가 항의시위를 하였다.

현저히 떨어지는 명분으로 궁색해진 사측은 지역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여수방송국 사옥을 지역을 위해 활용하겠다고 당시 폐쇄반대대책위에는 구두로, 노조와는 협약서로 약속을 하였다.

하지만 이듬해 KBS는 사옥을 매각하기로 하고 매각수입예산까지 편성한 것이 밝혀져 다시 한 번 지역의 공분을 자아냈다. 그러나 방송국시설의 특수성 때문이었는지 매각은 안 되었고 텅 빈 건물 유지관리비만 연간 2억 원이라는데도 10년 넘게 방치되고 있으니 참으로 알 수 없는 KBS 속셈이다.

지역민으로서 더욱 화가 나는 것은 폐쇄된 지 3년 후 여수세계박람회가 유치되었는바 이 건물을 박람회 유관시설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지역요구를 KBS가 무참히 외면한 사실이다. 2008년 발표된 여수박람회 기본계획은 여러 가지로 부실해 지역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당시 ‘여수EXPO시민포럼’ 등에서는 박람회주관방송사가 된 KBS가 비어있는 여수사옥을 박람회방송국으로 활용하거나 부족한 박람회 시설 부지를 보완하는 용도로 활용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나아가 박람회 폐막 후에는 KBS전남영상미디어센터 또는 미디어교육원으로 운영해 공영방송으로서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구 광주방송국사옥을 광주영상미디어센터로, 구 수원방송국사옥을 미디어교육원으로 활용하는 사례에 근거해 나름대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KBS로부터는 어떠한 화답은커녕 대꾸조차 없었다. 백보를 양보해 그럴 뜻이 없다면 여수시에 기부채납을 하거나 민간에 무료 임대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토록 해달라는 제안까지 했지만 역시 무응답이었다.

그런 가운데 여수박람회를 치르느라 지역의 관심에서 멀어진 채 KBS사옥은 10년 넘게 방치되어 있는 상황이다. 당시 수신료 인상이 안 되는 상황에서 적자를 메우기 위해 매각이 불가피하다고 강변했던 것은 이로서 거짓임이 드러났다. 수신료인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쇼가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연간 2억 원씩 관리비를 감수하면서까지 저렇게 방치해둘 리가 없지 않은가. 만일 불행히도 이것이 사실이라면 KBS는 국민을 상대로 거대한 사기를 저질렀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일개 사기업이 아닌 공영방송 KBS라면 비단 돈 문제뿐만이 아니다. 과도한 수도권집중과 피폐해져가는 지방으로 양극화된 대한민국의 불균형발전을 해소하고 대안여론을 만들어내야 할 공영방송이 이를 정면으로 역행해 지역방송국 폐쇄로 중앙 집중을 도모했다는 사실 자체가 더욱 큰 문제다. 실제로 여수방송국 폐쇄 후 KBS는 지역방송으로서의 기능이나 역할이 현저히 떨어진 현실이 이것을 방증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흉물이 되어가는 KBS사옥을 쳐다보고 있기가 괴롭다. 10년 전 그 뜨거웠던 여수시민들의 KBS사랑을 생각하면 민망하기까지 하다. 마침 세계박람회 후 여수는 해양관광 콘텐츠를 담아낼 시설과 부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교육환경 개선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구도심을 재생하기 위한 지역민들의 열망이 모아지고 있다. 이러한 여수에 저 사옥은 쓰임새가 매우 절실하다. 

국민의 공영방송 KBS에 정중히 요청한다. 이제 국민 곁으로, 여수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오라. 와서 지역방송의 참된 가치와 역할을 다시 일으켜보자. KBS미디어센터로 청소년과 방송인을 꿈꾸는 지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공간으로 만들자. 해양을 콘텐츠로 담아 남해안시대를 열어가는 깃발이 저 사옥의 옥상에서 펄럭이도록 하는 것은 또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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