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도 자랑과 직무유기
청렴도 자랑과 직무유기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5.06.0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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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 과전불납리는 오이 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라는 뜻이고 이하부정관은 오얏(자두) 나무 아래서 관을 고쳐 쓰지 말라는 얘기다. 오이밭에서 신을 고쳐 신으면 오이를 몰래 따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고 오얏나무 아래서 관을 고쳐 쓰는 것도 마치 오얏을 몰래 따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열녀전에 나오는 얘기로 제나라 후궁 우희가 정사를 어지럽히는 간신을 제거하기 위하여 위 왕에게 한 말이다. 공직자의 몸가짐을 이르는 말이다.

여수시 공무원의 민원 처리에 대한 시민 평가가 크게 높아졌다고 자랑이다. 시는 지난 3월과 4월 두 달여 동안 시청과 각 읍면동사무소 주민 센터 등을 방문해 접수한 민원 및 즉결 민원을 처리한 민원인 2,777명을 대상으로 전화 모니터링을 통한 추출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시민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평가는 친절성, 책임·성실성, 신속·정확성, 공정성, 청렴성 등 5개 항목이었는데 청렴성은 100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친절성 94점, 신속성 93.7점, 공정성 93.3점, 적극성 93.3점 순으로 나타났다. 행정 내부망인 “세올”에 접수·처리된 민원과 즉결민원 등 총 1만4464개 처리 민원 가운데 표본으로 추출된 5,463개의 처리 민원에 대한 전체 만족도는 94.8점으로 집계됐다. 응답률은 50.8%이다.

시는 이번 ‘시민 공무원 평가’ 조사 결과 만족도가 높게 나타난 데 대해 민선 6기 출범 이후 ‘시민이 시장’이라는 시민 중심 철학을 바탕으로 소통시정을 펼치려는 노력이 결과를 맺고 있으며 고강도 청렴 시책을 편 것이 크게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하는 등 희색이 만연하다. 시민을 위한 바른 시정을 펴는 것이 당연한 공무원의 직분인데 이를 잘 한다. 또는 못한다 로 평가되는 것은 어쩐지 우울하기까지 하다.

여수시는 2010년 전임 시장을 비롯하여 시·도의원이 무더기로 비리 사건에 연류 되었고 80여억 원을 빼돌린 회계 공무원 공금 횡령사건까지 발생하는 통에 모든 공무원에 대한 평가는 바닥을 쳤고 시민의 민원 만족도는 상승할 이유가 없었다. 도리어 공무원 대부분은 오비이락(烏飛梨落)이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바람에 민원 개선은 뒷전이고 적당히 보신하기에만 여념 없었다.

2014년 여수는 부정·비리 도시라는 오명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검찰 출신 주철현 시장의 등장만으로도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시민들은 부정부패가 없는 시정을 기대했고 시장으로 지지했다. 차츰 공무원의 사고와 의식에도 변화가 오고 시민의 부정·비리 척결에 대한 기대도 급상승한 것이다.

水之淸者 常無魚. 너무 물이 맑으면 항상 고기가 없다는 말이 사실일까? 시의 민원 처리 시민 만족도에서 청렴성이 100%라니 바람직한 변화임은 분명한데 맑은 물에 고기가 없다는 말과 같이 시의 각종 현안 개발 사업에는 상당한 부정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들 간에 국·도비 확보를 위한 노력, 예산 심의에 대한 소극적 태도가 잦다는 분석이 나온다. 종전에는 공무원들이 자기 소속 부서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경주했다. 개인 연고는 물론 협력체계를 구축 자진해서 로비활동을 전개하고 고위층을 동원하는 등 적극적이었으며 확보된 예산의 의회 심의 과정에서도 통과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나 이제는 예산 성립 여부에 대한 관심마저도 대폭 줄었다는 것이다. 사실상 직무유기 행위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변화는 종전 업자와의 관계가 상호 상생의 관계였다면 이제는 부패가 청산되면서 직접 적인 이해관계 성립이 어렵게 되자 나타나는 변화라고 한다. 그렇다고 地之穢者 多生物, 더러운 땅에서는 초목이 무성하다는 뜻과 같이 군자는 때가 묻고 더러움도 용납할 도량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열심히 한 만큼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인센티브를 통 크게 주는 것이 상책이다. 잘하는 사람이 크게 성장하는 토양이 바른 공무원을 만든다. 아울러 직무를 유기하는 행위도 비리 행위와 같이 엄벌해야 한다. 시민과 공직자 간 상호 신뢰가 두터운 지역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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