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만 낭만 찾나, 우리도 낭만 찾고 싶다’
설렘과 자부심으로 내린 할머니 손맛의 커피
‘청춘만 낭만 찾나, 우리도 낭만 찾고 싶다’
설렘과 자부심으로 내린 할머니 손맛의 커피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5.05.20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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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카페 ‘여수밤바다’를 찾아서]
‘누들누드’ 양영순 작가의 단골카페, 여수밤바다

▲ 주팔엽(78)어르신이 손님에게 직접 내린 커피를 건네고 있다.
“어서 오세요. 카페 여수밤바다입니다”

젊은이들의 낭만여행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는 여수 해양공원에 진짜 낭만으로 가득한 카페가 화제다.‘청춘만 낭만 찾나, 우리도 낭만 찾고 싶다’를 외치기라도 하듯 화려한 커피전문 매장들 사이에 당당히 개업한 여수시니어클럽 할머니들의 ‘카페 여수밤바다’이야기다.

카페에 들어서자 할머니 바리스타들이 자식 대하듯 다정하게 반긴다. 일반카페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색적인 풍경이다.

어디서 이처럼 할머니가 손자들에게 내어주는 간식처럼 따듯함과 푸근한 커피 한 잔을 느낄 수 있을까?.

종화동 해양공원 중앙무대 한편에 자리 잡은 카페 여수밤바다는 ‘여수시니어클럽’이 2012~3년 보건복지부 평가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받은 인센티브와 자체 수익금으로 지난 3월 개업했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9시까지 연중무휴다.

여수시니어클럽은 카페 여수밤바다 개업을 위해 지난 5년여간 바리스타 과정을 개설하고 어르신 바리스타를 선발해 교육했다. 개업을 앞둔 올 초부터는 본격적인 현장실습과 시음회 등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카페의 꽃은 커피. 여수밤바다에서 원두는 케냐AA, 예가체프, 과테말라 등 선호도가 높은 콩을 경주시니어클럽 실버카페에서 매일 로스팅 한 신선한 커피를 공급받아 쓴다.

특히 일정한 커피 맛을 위해 기계 세팅은 어르신 바리스타들이 촉을 곤두세우는 일 중에 하나다.

카페 여수밤바다 팀장 이자승(69·바리스타2급)할머니는 “10명이 교대로 근무하는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커피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을 가장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커피를 내리는 기본에 충실한 덕에 이 카페는 벌써 ‘커피 맛을 알고’ 찾아오는 손님이 부쩍 늘었다.

▲ 바리스타2급 자격증을 소유한 이자승(69) 어르신이 가장 자신있어하는 핸드드립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이 어르신이 근무하는 월, 화 토요일에는 제대로 된 드립커피를 저렴한 가격에 맛 볼 수 있다.
그 중 누들누드 작가 양영순 씨도 이 카페 단골이다. 취재하고 있을 때 마침 커피를 주문하러 온 그는 “작품 활동 하면서 커피를 즐기는 편이다.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카페라 큰 기대는 안하고 왔는데 맛이 제대로다. 한 번 맛본 후로는 줄 곧 이곳만 오게 됐다”며 단골이 된 사연을 전했다.

어르신들이 공을 들이는 것은 비단 커피만은 아니다.

제철 과일주스, 디저트 등의 재료는 시장에서 직접 구입하거나 여수시니어클럽 타 사업팀과 연계해 국산이면서 신선한 재료로 손님에 내놓는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지만 가격이 시중 카페보다 30%~50% 저렴한 것이 사람들이 이 카페를 또 찾는 이유다.

분식집을 15년간 운영하다가 바리스타로 전업한 주팔엽(78·선원동) 할머니는 “무엇보다 진실 되고 건강한 식재료로 손님을 맞는다”며 “신선한 재료를 바탕으로 위생과 친절로 카페를 성공시키고 싶다”며 한껏 상기된 듯 포부를 말했다.

곽기모(76·여서동) 할머니도 “바리스타 일이 단순한 소일거리가 아니라 어엿한 직업”이라며 “여기서 일하는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40여 년 간 전업주부로 일해 오면서 처음으로 출퇴근을 할 수 있는 첫 직장”이라고 소개했다. 그래서일까 이들의 표정에는 새 삶의 시작이라는 설렘과 자부심이 충만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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