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과 갈등의 사회 - 어른이 필요하다
분열과 갈등의 사회 - 어른이 필요하다
  • 남해안신문
  • 승인 2015.05.09 08: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예치과 대표원장 / 초록우산 전남지역본부 여수후원회장 / 본지 논설위원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고령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고령화’가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0년에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하였으며, 2018년에는 고령사회에,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우리사회에 ‘어른’이 없다는 극단적 표현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왜 일까? 이것은 대립과 갈등, 사회 저변의 총체적 위기를 추스르고 화합을 이끌어내는 대안을 제시해줄 균형자, 조정자로서의 어른이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사회는 빠른 경제성장과 사회구조의 변화를 거치면서 다양하고 심각한 사회적 갈등에 직면해 왔다. 특히 권위주의적 정치체제 하에서 잠재적으로 심화되어 오던 계층 간의 갈등은 민주화와 세계화를 거쳐 지식기반사회로 들어서면서 갈등의 양상도 복잡하고 그 규모도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갈등의 심화는 많은 사회적비용을 수반한다. 가시적인 비용으로는 첨예한 갈등으로 인한 정책의 지연이나 생산의 중단 등에 따른 경제적 비용, 재산 및 인명 손실 등을 들 수 있고, 비가시적인 비용으로는 갈등 당사자 간의 상호불신으로 인한 공동체 사회자본의 잠식, 복지부동과 같은 소극적 정책태도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 갈등관리의 중요성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를 효율적으로 다루기 위한 사회구성원의 요구도 증가하고 있다.

효율적인 갈등관리를 통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사회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원로’라 불리는 어른들이 필요하다.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은 ‘갈등조정, 노인이 적격’이라면서 오스트리아의 유능한 갈등조정자는 80세쯤 된 전직 변호사였고, 워싱턴 환경청(EPA)이 소개한 가장 유능한 갈등조정자도 고령의 할머니였다는 예를 들어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노인들의 지혜와 경륜을 활용해 자치체계를 운용하는 호장제도가 수백 년 유지해 내려온 마을이 있다. 마을의 최고 연장자를 호장으로 추대, 마을의 중요한 문제를 자문하고, 또 웬만한 송사(訟事)는 민․형사(民․刑事)를 막론하고 호장이 판결 중재시킨다. 

노인을 단순히 봉양해야할 대상을 넘어 세월의 지혜를 터득한 원로임을 인정하고 그 말에 귀를 기울였다. 노인들은 젊은이들에게 구전되는 관습과 교훈을 전승하고 가르쳐야 할 책무를 갖고 있었고, 공동체의 갈등을 중재했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고도성장․민주화․복지 등에 따른 복합․복잡․압축된 갈등심화를 보이는 지금 어른의 역할은 뒷전으로 밀려났고 어른의 자리도 사라졌다.

우리 지역사회는 어떠한가? 대동소이할 것이다. 

최근 전국 최초 해상케이블카 운행을 둘러싸고 우리지역 시민사회에서 갈등이 빚어졌다. 도립미술관 유치나 세계박람회장 사후 활성화 방안으로 예상되는 핌피(PIMFY)현상도 마찬가지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상생(win-win)하는 합의점을 찾기 위해 지역원로들이 중재에 나서야 함에도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가시적인 사회적비용 투입이 불가피한 현실이다. 이제 우리지역사회도 분열과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민간차원의 갈등관리 프로그램으로 은퇴노인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단위 사회갈등조정기구의 설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장유유서의 전통이 깊은 지역사회일수록 연세 지긋하신 어른의 잠재력을 활용해야 한다. ‘가정의 가장으로, 지역의 어른으로, 국가의 원로’로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후대에게 가르치고 잘못된 것에 대해선 준엄한 꾸짖음을 내리는 어른이 그립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