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관심만이 담배소송 승소의 열쇠”
“국민 관심만이 담배소송 승소의 열쇠”
  • 서선택 기자
  • 승인 2014.04.14 17: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첫 ‘담배소송’이 15년 만에 흡연 피해자들의 패소로 끝나자 건강보험공단이 14일 담배회사를 상대로 537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장을 제출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KT&G, 필립모리스코리아(주), BAT코리아(주)(제조사 포함)를 상대로 흡연피해 손해배상청구의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해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사실상 개인 피해자들의 패소에 국민건강의 수호자인 건보공단이 바통터치로 2라운드에 접어들어 조직적, 역학적, 과학적인 방법을 총 동원해 싸우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담배 판매 수입금은 연간 7조원으로 국가운영의 중차대한 문제인 만큼 정치적인 판단은 없을 것인지 의문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지난 패소 소송의 핵심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담배에 설계· 표시상 결함이 있는지, KT&G와 국가가 담배의 위해성을 은폐하는 등 불법을 저질렀을 가능성,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에 개별적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다.

대법원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쟁점에서 KT&G와 국가의 손을 들어줬다. 제조물로서의 결함을 인정할 수 없고 제조·판매 과정에도 불법행위가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부분은 세 번째 쟁점에 대한 판단이다. 대법원은 “흡연과 (상고심까지 온) 원고들의 암 발병 사이에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상고심 재판부가 판단 대상으로 삼은 것은 폐암 가운데 비소세포암과 세기관지 폐포세포암이다.

항소심에서 개별적 인과관계가 인정된 소세포암(폐암)과 편평세포암(후두암)에 대해서는 별도의 판단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대법원이 흡연과 암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전면적으로 부인했다고 봐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2라운드 전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30만명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한 흡연 남성은 비흡연자보다 후두암 위험이 6.5배, 폐암 위험이 4.6배나 높다는 것을 주 무기로 싸울 것이다.

공단은 소송규모를 결정하기 위해 흡연과 암 발생의 인과성이 높은 3개 암(폐암 중 소세포암과 편평상피세포암,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환자를 대상으로 일반검진자료와 국립암센터의 암환자 등록자료, 한국인 암예방연구(KCPS) 코호트 자료를 연계해 흡연력에 따라 지출된 10년간(2003~2012년)의 공단 부담금을 산출함으로써 상당한 증거력을 확보했다.

지난달 24일 임시이사회의 논의와 자문위원·내외부 변호사와 협의한 결과, 승소 가능성 및 소송비용 등을 고려해 흡연력이 20갑년 이상(20년 이상을 하루 한 갑씩 흡연)이고 흡연기간이 30년 이상인 환자의 공단부담 진료비 537억 원을 우선 청구하고 소송수행 과정에서 청구취지를 확장할 예정이라고 밝혀 사상초유의 재판임을 예고하고 있다.

공단은 흡연문제는 일반 국민은 물론, 청소년·여성들에게 심각한 폐해를 끼치고 있기 때문에 국가의 미래와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 반드시 목적을 이루어낼 것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또 빅데이터를 활용한 흡연폐해 연구결과, 국내외 전문가 자문, WHO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 등을 통해 흡연과 질병의 구체적인 인과성, 담배회사의 위법행위를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보험재정을 관리하는 공단이 수행해야 할 당연한 책무라고 말했다. 이번 건강보험공단의 소송은 현재 정치적 불신에 따른 국민적 실망감을 녹여주는 단비가 되고 있다.

또한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대한민국에 이런 기관이 정말 있는 것인가, 참으로 고맙고 반가운 소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