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유출 사고에 ‘여수’ 두 글자를 빼자”
“기름유출 사고에 ‘여수’ 두 글자를 빼자”
  • 정송호 기자
  • 승인 2014.02.0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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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송호 기자

설날 터진 낙포동 GS칼텍스 원유2부두 기름유출사고로 피해를 입은 신덕마을 주민들만이 아닌 여수시민들도 충격과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

시민들은 시름에만 빠져 있지 않고 연일 사고 피해지역에서 역겨운 기름 냄새와 추위와 싸우며 복구 작업을 펼치고 있다.

더욱이 이런 상황을 언론과 방송에서는 연일 새로운 사고관련 소식을 앞 다퉈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사의 제목에는 ‘여수 기름유출’이라는 두 단어가 들어가 있다.

여수에서 기름이 유출된 것을 사실이다. 하지만 여수 바다 전체가 기름을 둘러쓴 것은 아니다.  저를 비롯한 모든 언론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마치 언론에서 쏟아내는 ‘여수 기름유출’이라는 두 단어 때문에 여수 수산인들을 비롯한 시민들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지는 않나 고민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수도권으로 올라가거나 예약이 돼 있던 새조개를 비롯한 어패류 등이 여수로 되돌아오고, 예약이 취소되고 있다.

심지어 어선들도 여수에서 위판을 하지 않고 다른 지역의 수협 위판장으로 뱃머리를 돌리고 있다. 여수에 위판을 하면 ‘기름을 둘러쓴 여수산 수산물’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통상적으로 해양오염사고의 정식명칭은 사고를 당한 선박이나 충돌한 양쪽 선박의 이름이 사건 명칭으로 불린다.

해양안전심판원은 1995년 7월 남면 소리도에서 발생한 ‘씨프린스호사고’ 등  각종 해양사고에 대한 기록을 정리할 때 최소한 양쪽 선박 모두의 명칭으로 적고 있다.

2007년 12월 국내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인 ‘허베이스피리트호’사고 때 충남도는 공식적으로 각 언론사에 ‘지역명을 빼달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태안을 중심으로 한 피해지역 전체 어민들의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이었다.

더욱이 이사고 후 피해주민들의 지원 및 해양환경 복원을 위해 제정된 특별법도 지역명을 명시하지 않고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라고 돼 있다.

이를 교훈삼아 이번 사고를 ‘GS칼텍스 원유부두 기름유출사고’ 또는 ‘우이산호-GS칼텍스 충돌사고’, ‘우이산호 충돌 기름유출사고’ 등으로 정정해 보도하는 것을 고민해 보자.

여수시민들을 비롯한 이번 사고 최대 피해자인 신덕마을 주민들은 시름에만 빠져 있지 않고 연일 사고 피해지역에서 역겨운 기름 냄새, 추위와 싸우며 복구 작업을 펼치고 있다.

다시 한 번 언론에서도 진지하게 이번 사고에 ‘여수’라는 두 글자 때문에 추가적으로 발생할 무형의 막대한 피해를 생각해 봐야 한다.

신덕마을 주민들과 여수시민들이 사고 수습 후 앞으로 입을 추가적인 피해를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여수’라는 두 글자를 빼는 것이 언론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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