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과 길손이 만든 여수 갯가길
주인과 길손이 만든 여수 갯가길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3.10.29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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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가는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의 물가를 말한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바닷가 주변 마을 사람들은 흔히 썰물 때가 되면 “갯가 갑시다.” 라고 했다. 집집이 아녀자들은 소쿠리, 칼, 호미 등을 들고 나와 삼삼오오 갯벌을 누비며 조개와 고둥, 미역 등을 캐고 따고 하는 모습이 정겨웠다.

바다로 나가려면 해감내 머금은 바람이 솔솔 불어오던 길. 겨우 사람 하나 지낼만한 갯가 길을 지나야 했다. 그때의 마을 사람들에겐 삶의 길이었다. 이제는 해변을 싸고도는 갯가 길은 삼림이 우거지고 군데군데 무너져 흔적은 어스름해 인적도 드문 길로 변했다. 이 길을 순수 민간단체인 「사단법인 여수 갯가」가 개발에 나서 현대인의 힐링 코스로 새 단장을 하고 있다. 여수지역에 전장 400km 넘는 25개의 친환경 갯가길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뜻을 같이하는 몇몇이 기본조사에 들어가 25개 코스를 확정하고 더 조직적인 활동을 위해 사단법인 여수 갯가를 창립했다. 지난 8월에는 자연환경 국민신탁 후원으로 갯가 길에 대한 워크숍을 가졌다.

제주대학 김경호 교수의 “갯가 길 현황과 전망에 대한” 발제를 시작으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김향자 박사가 “한려수도 연안관광 자원의 활용을 한국 법제연구원 전재경 본부장이 “사회적 자본을 활용한 지역 경제 활성화” 전주대학교 김미경 교수는 ”갯가길 스토리텔링의 의의와 과제“라는 발제하고 패널토론엔 윤여창(서울대), 황은주(자연환경국민신탁), 홍해광(갯가길 이사), 김유화 의원(여수시 의원) 등이 참석 열띤 토론을 벌였다.

우선 돌산 우두에서 무술 목에 이르는 제1코스 22.9km를 12개 구간으로 나누어 갯가 길 정비를 착수했다. 주말이면 임원과 뜻있는 시민과 주변의 마을 주민이 참여하여 도로의 요철을 바르게 하고 안내 간판을 세우고 리본을 매달고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끊어진 곳이나 위험한 곳은 친환경 매트와 친환경 밧줄을 이용하여 정비했다.

숲이 울창하여 비집고 갈 수 없는 곳은 가지치기하여 가꾸었다. 편의 시설은 물론 홈페이지(www.getga.kr)도 개설했다. 그러나 최대한 자연 상태 그대로를 보존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지나는 코스의 다양한 생활문화와 자연을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린 스토리텔링, 멸종 위기 생태 조사 등 갯가 길의 자연 생태를 알리려는 작업들도 진행했다.

거듭되는 갯가길 코스 개발과 정비에는 김동광 돌산 우두리 청년회장과 돌산 청년회, 와이즈맨 한려수도클럽을 비롯한 봉사단체와 많은 시민도 함께했다.

코스 관련 스토리텔링엔 우두리 상, 하동 이장은 물론 마을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섰다. 이동길 진남전력 대표는 재정 지원을 시추마을에서는 익명의 주민이 코스편입 지역의 사유지를 선 듯 내놓기도 했다. 여수시의 다양한 형태의 행정지원 등도 한몫 했다.

전국에서 재능기부도 이어졌다. 서명일 아이코스 대표(제주)는 홈페이지와 SNS 제작 및 운영을 맡았고 김홍구 자연 오름 본부장(제주)은 NFC 시스템 제작과 친환경 매트를 원가로 지원했다. 유화숙 갤러리 자작나무 관장(서울)은 갯가길 로고(거북이), 리플릿과 기념품, 지도 등 디자인 및 제작을 총괄했으며 레지나 박 일러스트 화가(서울)는 갯가길 로고, 리플릿과 기념품, 지도 등 디자인 및 제작 실무 맡았다.

우종영 나무의사(서울)는 갯가길 주변 보호수 지정 및 수목 관리를 위한 현장 답사 및 자문을 전재경 한국법제연구원 본부장(서울)은 '사회관계자본을 활용한 갯가길 조성'을 위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고 전주대 김미경 교수(전주)는 갯가길 관련 스토리텔링을 짜주었다.

전국 최초로 NFC(단거리통신) 시스템을 채택은 획기적인 발상이다. 스마트폰에 있는 NFC 애플리케이션을 열고 구간마다 안내판에 들어있는 NFC 표지판에 가까이 대면 여수 갯가의 홈페이지 화면이 떠오른다. 홈피에는 12개 코스에 대한 설명과 대중교통 정보가 떠올라 각종 정보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코스에 대한 모든 정보와 구간별 이야깃거리를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움직이는 안내소다. 앞으로 코스의 남은 거리, 운동량, 인근에 있는 휴게시설, 인근 교통정보 등을 제공하게 된다. 걷기의 재미가 소록소록하다.

여수의 갯가 길은 참여와 협동의 산물이다. 지역민들의 주인의식이 일궈낸 결과물이다. 대부분 행정당국이 많은 예산을 들여 개발하는 것이 상례이지만 시민 스스로 일궈내 걷기길 조성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고 전국적인 관심의 대상이 됐다. 이렇게 탄생한 갯가길이 지난 26일 첫 코스의 개장식을 시작으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새롭게 열렸다.

아직도 과제는 많다. 나머지 24개 코스 정비는 물론 NFC 정보 확대, 화장실, 도로보수, 안내 리본 달기 등 첩첩산중이다. 시민이 함께했으면 한다. 관광개발은 생태나 주민의 삶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난 개발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주민이 주인임을 인식하고 함께하는 것을 발전전략의 축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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