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과 상리공생
다문화 가정과 상리공생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3.08.0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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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농촌청년 장가보내기로 시작된 다문화 가정이 해마다 급격히 늘었다. 대상 국가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 머물던 것이 다양한 국가로 넓어졌다. 현재 다문화가정 인구수는 약 32만 명에 달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74만 3천여 명, 2050년에는 216만 4천여 명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년 뒤엔 농어촌 결혼 이민 2세가 약 1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최근 통계에 의하면 국내 초중고교에 다니는 다문화가정 학생만도 5만 명을 훌쩍 넘겼다.

이들은 국적이 대한민국으로 엄연한 우리 국민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은 여전하여 사회적응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출생 배경과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가정을 꾸려 살기 때문에 적잖은 충돌이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서로가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배려하는 데 있다. 즉 다양성의 존중이다. 가정 내의 상호 간 이해와 신뢰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차별화를 두지 않는 변화가 필요하다. 기존의 문화를 넘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수 있는 주체로 인식하고 보듬어야 한다. 상리공생의 파트너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리공생은 상호 작용을 통해 모두 이익을 얻는 공생관계다. 세상에는 많은 천적이 있지만, 상리공생하는 생물도 많다. 개미는 진딧물의 분비물을 식량으로 쓰고 숨이 고기는 해삼 뱃속에 들어가 청소를 해주고 새우 집에 사는 고비 물고기는 적이 나타나면 새우를 건드려 집 속으로 피하도록 도와주며 흰동가리는 말미잘의 독우산 안에서 천적 걱정 없이 살며 말미잘은 흰동가리가 유도해주는 먹이로 먹고 산다. 악어새는 악어 이빨에 있는 기생충이나 고기 찌꺼기를 청소해주고 코뿔소와 찌르레기는 코뿔소의 몸에 붙은 해충을 쪼아 먹고 산다.

최근 농어촌 지역으로 시집온 이들이 농촌 경제에 새로운 활력으로 등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마치 상리공생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 같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전남 진도의 캄보디아 출신 포에우크씨(25)는 시집올 때 가져온 자색 마 몇 뿌리로 집안을 일으키는 주 농사를 만들었다. 유난히 자색 마를 좋아했던 그는 300여㎡ 집 앞 텃밭에 심어 수확했다. 이를 지켜보던 진도군 농업 기술센터가 자색 마가 항암효과와 빈혈, 시력보호에 좋은 안토시안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고 재배면적을 넓히도록 권고했다. 지금은 2만 100여㎡로 넓혀 본격적으로 대량생산에 나섰다. 제약회사, 식품업계에서 국내산 마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구매계약을 요청해와 마을 사람들과 영농조합을 만들어 마을 특산품으로 키울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고 한다.

해남의 필리핀 출신 마리로우씨는 시집온 지 14년째 된 주부다. 고향의 시금치가 먹고 싶어 어머니가 옷 속에 보내온 씨앗 300개를 심었다. 열대 시금치는 국내 시금치보다 칼슘이 45배가 더 들어있다. 특히 열을 내리는 식품이어서 가정상비약으로 좋다. 인디언 시금치, 암팔라야(여주), 줄 콩 등을 4년째 키우고 있다.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동남아 이주 노동자들로 인해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여름철이면 일주일 소득이 100만 원이 넘는다.

전남 도내 이주 여성들이 가져와 기르고 파는 아열대 작물은 35가지나 된다고 한다. 전남도는 오크라, 아떼모아 등 채소류가 14가지, 구아비, 용과 자배애플 등 과일류 11가지를 지역특화 작목으로 선정해 재배기술과 판매망 확대를 돕기로 했다. 매우 현실적 정책으로 이주여성들을 이용한 상리공생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자칫 무분별한 작물종 확대는 우리 생태계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경남 산청군 단성면 사월리는 한국 최초의 목화 재배지다. 1363년(고려 공민왕 12) 원나라의 사신으로 갔던 문익점이 귀국할 때 목화씨를 북통에 숨겨와 이곳에서 처음으로 목화를 재배하였다. 목화씨 하나가 우리나라 섬유 패션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였다. 이주 여성이 새로운 작물 씨앗을 가져와 우리나라에 재배하는 것도 마치 현대판 문익점을 방불케 한다. 특히 각종 작물의 재배지가 북상하는 현실을 고려하고 외국인 수가 늘고 다양한 지역에 분포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작물 종(種) 확대는 불가피하다. 농촌경제에 긍정적 측면에만 치우치지 말고 국가나 지방정부가 선별적 씨앗의 도입, 기술제공, 판매망 지원 등 적극적인 정책 개발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주여성들로 인한 국부창출은 우리와 함께하는 상리공생의 파트너임을 인식시키고 친화력을 북돋는데도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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