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산단과 맞춤형 교육을
여수 산단과 맞춤형 교육을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3.07.0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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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용 났다.” 라는 말이 쓰이던 시절이 있었다.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나 그야말로 형설지공(螢雪之功)으로 판 · 검사나 행정고시에 합격했을 때 흔히 쓰이던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공부에도 빈익빈(貧益貧) 부익부(富益富)가 적용되면서 이런 말은 어느덧 기억의 뒤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비싼 과외가 필요하고 소위 일류대학을 나와야 높은 소득이 보장되는 일류 직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취업전선에서 지방대학 출신은 찬밥 신세가 되는 통에 서울로, 서울로 진입하기 위하여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시골에서는 대학만 진학해도 다행이고 소위 서울의 삼류대학을 갔더라도 서울로 간 것이어서 “서울대학”을 갔다는 우스개로 자위하고 있는 모습도 흔하다.

이처럼 모두가 대학 진학에 목을 매는 이유는 대학을 나와야 성공의 지름길을 들어 설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미래 소득에 대한 보장, 나은 결혼 조건, 사회적 지위를 확보하는 투자행위로 보는 것이다. 특히 고졸 출신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회적 구조가 대학진학에 더욱 목을 매는 이유다. 어떤 통계에 의하면 지난 10년간 상장사 고졸출신 임원은 7, 2%에서 2, 6%로 크게 떨어졌고 임금은 4년제 대졸자의 77, 5%에서 79, 4% 머물러있다. 직종도 판매 및 서비스직, 기능공, 단순 노무직에 머물고 있다 한다. 상용직 비중도 전문대졸 이상 72, 4%에 비해 47, 3%에 불과하다고 한다. 과거 산업 일꾼의 중심에 있던 고졸출신 전문 기능인들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형편에 누가 고졸로만 머물 수 있겠는가.

대학에 가지 않아도 성공하는 시대를 만들지 않는 한 이런 악순환은 지속할 수밖에 없다. 고졸출신도 어깨를 펴고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고학력 위주의 현상을 잠재우기 위해서 기업은 고졸자의 능력에 맞는 다양한 업무를 발굴하고 고졸자 공채를 시행해야 한다. 대졸자에게 맞추었던 채용기준을 고졸자도 응시할 수 있도록 하고, 성과 중심의 승진, 교육의 공정한 기회도 주어야 한다. 교육은 일자리에 들어맞고 실무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맞춤형에 주력해야 한다. 정부는 정책의 우선순위로 정하고 정책개발과 지원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고루 잘 사는 사회를 위해서는 과잉학력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개천에서 용 났다는 흙냄새 물씬 풍기는 복고풍의 얘기가 다시 등장하는 사회 말이다.

취업전선이 가중되면서 작년 이어 올해에도 전문대, 고졸출신 영역인 여수 국가 산단 생산직 모집에 4년제 대학 졸업을 포기하고 응시하는 젊은이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회사에서 필요한 자격증 소지자로 전문대 이하 출신으로 한정된 인턴사원 모집에 대학 졸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자격증을 취득하여 응시하고 있는 것이다. 여수 국가 산단 내 B사는 2012 인턴사원 제1기 모집에 464명이 응시, 그중 19명이 합격했으나 합격자 가운데 대학 중퇴자는 11명에 이르렀으며 2013 제2기 모집에는 592명이 응시, 25명이 합격했으나 이중 대학 중퇴자는 13명에 이르렀다. 약 50% 이상이 대학 중퇴자이다. 이중 고장 출신이 80%에 이르고 있다. 오늘날 젊은이들의 현실적 고민을 잘 대변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고교나 전문대 출신으로 한정됐던 산단 근로자의 자격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직장의 분위기가 상당한 변화가 올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고학력 소지자가 고졸출신 영역에 뛰어들면서 신진대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대나 고졸출신 취업 문호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 대부분은 아직도 대학을 다닌 전력이 있는 자는 배제하고 있다.

흔히 울산 산단 내의 각 공장은 울산 사람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기업과 지역사회가 “윈윈” 하고 있다. 울산 출신이 많아서다. 그러기까지는 오랜 세월 맞춤형 교육에 전력을 다한 시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제를 대학에 보낼 때 일류대학에만 치우치지 않고 산단 입주회사에 적합한 인재로 양성하는 대학에 보내 산단 기업에 사무직과 생산직에 집중했기 때문에 얻은 결과다. 오랜 기간 맞춤형 교육의 결과로 보면 된다. 여수 국가 산단의 각 공장은 우리 고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장 중 하나다. 이 고장의 시민도 울산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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