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마니 정치 이제 그만
똘마니 정치 이제 그만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3.04.1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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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의 정당공천제야말로 똘마니 정치다. 광역단체장과 시장 군수 광역의원, 기초의원 공천권을 가진 정당의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정치권은 아직도 똘마니 정치에 맛 들어 있는 것 같다. 아직도 기득권을 버릴 생각은 아예 없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똘마니는 주로 범죄 집단에서 부하나 하수인을 속되게 부르는 말이다. 똘마니 정치는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된 정치 풍토, 즉 상명하복(上命下服)의 떼거리 정치를 지칭한다.

광역단체장과 시장 군수를 비롯해 광역의원, 기초의원이 되려면 공천권을 가진 정당의 현역 국회의원이나 당협 위원장의 눈치를 봐야 하고 총선 때면 선거운동원으로 전락한다. 득표율에 따라 점수가 매겨져 죽기 살기로 운동해야 한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다지는 장점도 있지만, 돈과 시간이 드는 일이라 썩 내키지 않아도 애를 태워야 한다. 지방자치 단체장이나 의원들이 이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지만 잘못 눈 밖에 났다가 다음 공천에서 탈락, 아예 선거에 나가지도 못하는 낭패를 당할까 봐 속으론 끙끙거리며 결국, 윗선의 똘마니가 되고 만다.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이 되더라도 상명하복 관계는 여전하다.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선출, 의제 하나를 다루더라도 국회의원이나 당협 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한다. 기초단체장이 지역 국회의원과 소속 정당이 다르거나 계파가 다를 경우 서로 얼굴도 쳐다보지 않을 정도로 갈등이 심해 지방행정이 제대로 되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시민의 피부에 와 닿는 생활정치는 실종되고 중앙정치의 예속화가 존재한다. 직위에 따라 매월 차별화된 당비를 꼬박꼬박 내는 것도 부담스럽다. 특히 거대정당의 몰표 지역에선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도식 때문에 공천으로 말미암은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정당공천제를 버리지 못하는 것은 지방정치가 정당정치의 제도화를 이루는 기반이라는 명분 때문이다. 지방자치에 정당이 참여하고 정당공천이 허용됨으로써 선거에 관한 관심을 높여 투표율을 높일 수 있어 정당정치가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또한, 지방정부는 행정적, 재정적 측면에서 중앙정부에 의존해야 하므로 정당참여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다. 금권 선거를 막고 직능별 인재를 발굴한다는 긍정적 측면을 내세우고 있다. 당내 경선과정을 통해 자질 있는 후보자를 선별하여 양질의 지방정치를 끌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우수인재 발굴은커녕 도리어 전문가 집단의 길을 막고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의 예속화만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 탓에 중앙당 실세와 지역구 위원장들이 기초단체장. 기초의원은 정당 하부조직쯤으로 여겨 멋대로 후보를 낙점하는 비민주적 행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중앙정치에 의한 지방자치의 오염, 정당공천을 둘러싼 부패 등이 만연한다. 이런 풍토로 풀뿌리 정치를 직접 실현 하고자 하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전문가 집단은 발 디딜 곳이 없다. 최근 총선에서 대통령 후보들의 정당 공천제 폐지 공약이 속출하자 내년 지방선거에 나서겠다는 예비후보자 가운데 전문가 집단이 우후죽순 격으로 출사표를 내놓는 모습이 이를 잘 반증하고 있다. 큰 봉사를 하기 위해 정치에 참여하고 싶은 인물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는 풀뿌리 정치가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선거 때 대통령 후보들이 정당 개혁의 핵심은 공천개혁이라며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해 정당공천을 폐지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런데도 여․야 모두 대선 공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만 더 커지고 있다. 독립적이고 소신 있는 시정과 의정활동을 통해 주민의 뜻을 충실하게 실행할 수 있는 지방자치를 위해 기득권을 내 려놓는 용기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하루속히 폐지해야 한다.

아울러 기초의원선거는 가칭 예비당선자 제도를 새로 도입했으면 한다. 보궐선거가 없어 임기 중 한번 만 선거를 치룰 수 있다. 의원 정수의 20~30%를 예비당선자로 선출했다가 결원이 생기면 이 중에서 차례로 보충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지금의 선거구가 확대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 제도는 잦은 보궐선거 때문에 증폭되는 지역유권자 간의 갈등을 줄일 수 있고 보궐선거로 인한 국가 비용을 절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똘마니 정치 이제는 종식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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