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빨리 생기 돌았으면”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빨리 생기 돌았으면”
  • 강성훈 기자
  • 승인 2013.01.23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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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폐막 5개월 박람회장을 가다>
빅오 등 특화시설․국제관 등 일부 남기고 모두 철거
▲ 최고의 인기 전시물로 각광받았던 빅오 시설은 지난해 9월 태풍 피해를 입어 현재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바다가 기억하는 얘기... 파도가 나에게 들려주는 얘기...멀고 먼 미래의 꿈...이제 가만히 두눈을 감고 그 소리 듣는다....”

불과 5개월전 여수를 걸어다니면 어디서나 들을 수 있었던 2012여수세계박람회 주제곡 ‘바다가 기억하는 얘기’다.

2012년 5월 12일 막을 막을 올려 3개월간 여수를 아니 전세계를 들썩거리게 했던 지구촌의 축제 ‘2012여수세계박람회’

5개월여가 지난 여수에서는 이제 더 이상 바다가 들려주는 어떤 이야기도 들을 수 없게 됐다.

800만명의 인파가 몰렸던 박람회장은 모든 문을 걸어 잠근 채 언제 열겠다는 기약도 없다.
이미 철거 대상 건물을 모두 철거한 채 영구 보존 건물들만 휑하니 놓인 박람회장을 찾았다.

관람객들을 반기던 모든 출입문은 굳게 닫혔다. 다만 엑스포역 앞의 3문만 조직위 직원들과 보수 작업에 나선 현장 출입 근로자들을 위해 개방돼 있다.

간단한 신분 확인 등 출입 절차를 밟고 들어 선 엑스포장에는 겨울바닷 바람만 을씨년스럽게 반긴다.

“주로 조직위 직원들과 빅오쇼 현장 보수 근로자 등 하루 평균 30여대의 차량이 출입하고 있어요” 현장 출입을 통제하는 안전요원의 말에서 길게는 수십분 줄을 서야 했던 박람회장의 북적거림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음을 이내 깨닫는다.

▲ 조직위원회는 이달말 해체될 계획으로 사무실도 이미 철거돼 국제관 일부를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조직위, 국제관으로 사무실 옮겨...1월말 해산
하루 수십만명, 3개월간 800여만명이 몰려 북적이던 5개월전의 축제장은 어디서고 찾아 볼 수 없다.

현재 박람회장은 국제관과, 한국관, 주제관, 빅오쇼 등 4대 특화시설, 국제 여객터미널 등 만이 남아 있다.
박람회장 밖에 자리잡았던 조직위원회 건물도 모두 철거됐다. 조직위원회는 현재 80여명의 인력이 남아 청산 관련 업무와 일부 시설에 대한 유지 보수 업무를 진행 중이다.

이마져도 오는 30일이면 해산 총회를 거쳐 완전히 정리하게 된다.

사무실을 철거한 조직위는 현재 국제관 A동과 C동에서 마무리 업무를 진행중이다.

24일 재단 출범, 오는 30일 해산총회 외에 결정된 바는 아무것도 없다. 다만, 빅오쇼를 비롯한 스카이타워 등 여수박람회의 최고 인기시설들이 오는 4월 공개를 목표로 시설의 정상 유지에 나서고 있다.

▲ 세계박람회 4대 특화시설인 엑스포디지털갤러리는 이틀에 한차례 시설 점검에 나서며 재개장 준비에 나서고 있다.
빅오쇼 등 특화시설 4월 재개장 목표
출입문을 통과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비행기 타지 않고 떠나는 세계여행’이란 대형 현수막이 내걸린 엑스포디지털갤러리다.

세계 최고의 화질을 자랑하는 대형 LED 스크린으로 정문과 3문을 연결하며 관람객들에게 이색 볼거리를 제공했고, 무더위를 식힐 휴식공간이 되어 주던 곳이다.

하지만, 더 이상 눈이 휘둥그레질 영상도 몸이 잠시 쉴 휴식공간도 허락하지 않았다.
다만, 엑스포디지털갤러리는 박람회 4대 특화시설로 재개장이 이뤄지면 언제든지 재가동을 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영상프로그램을 보강하고, 전력소모량을 고려해 이틀에 한번씩 일부분씩 점검에 나서고 있다.

여수찾은 배낭족, 울타리 밖에서 서성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1월 중순에 찾은 박람회장은 곳곳에 보수 공사를 위한 인부들만 바쁜 손놀림을 하고 있을 뿐 기업관, 유엔관 등 주요 전시관이 모두 철거된 채 넓은 광장만이 허허벌판에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고 있다.

허허벌판에서도 낯익은 소리가 들려 온다. 스카이타워에서 들려오는 세계 최대 규모의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 연주소리다.

800만명의 관람객들에게 30분마다 즐거운 소리를 들려주던 특별한 연주회가 아닌 2명의 직원이 매일 파이프오르간의 상태를 점검하며 내는 소리다.

박람회 기간 오르간을 연주했던 임단비씨는 “매일 오르간을 점검하고 있지만, 아직도 소리를 들으며 멀리서 발길을 옮기던 관람객들의 모습이 눈에 펼쳐지는 것 같다”며 “빨리 새로운 모습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박람회장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철조망 울타리 밖 KTX역 앞에서 파이프 오르간 점검시 들려주는 연주 소리에 맞춰 신기한 듯 사진을 찍어대며 5개월전의 아쉬움을 달랜다.

▲ 폐막 5개월을 맞은 박람회장은 대부분의 전시시설이 철거된 가운데 일부 도로보수 공사 등이 진행중이다.
정적 속에 4월 재개장 준비 구슬땀
사람한명 찾아볼 수 없던 박람회장에서 여기저기 발길을 옮기는 사이 ‘쿵쾅쿵쾅’ 거친 쇳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인기척이 들린다.

지난한해 세계 최고의 쇼로 각광받던 ‘빅오쇼’ 보수 현장이다. 지난해 9월 태풍 ‘산바’의 영향으로 시설물이 상당한 피해를 입어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뒤늦게 복구작업에 나선 빅오시설은 매일 20여명의 근로자들이 투입돼 오는 4월 다른 특화시설과 함께 재개장에 나선다는 목표를 세우고 연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박람회장 내 유일하게 운영중인 아쿠아리움. 평일에도 1천여명의 관람객이 몰리면서 여수지역 또다른 관광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유일한 생존자 아쿠아리움...연일 북적
박람회장에서 유일하게 정상적인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 ‘아쿠아리움’이다.

박람회 폐막 직후부터 정상 가동중인 아쿠아리움은 박람회 기간 200여만명이 몰려 들었을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전시관이다.

이런 인기를 반영하듯 휑한 박람회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만나게 된다. 하루 평균 1,500여명의 관람객이 꾸준히 찾고 있다. 주말에는 3천명 가까이 이어지면서 여수 관광의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제주를 제외하고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여수 아쿠아리움은 수도권에서 일부러 KTX를 타고 찾을 정도로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

물밀 듯 밀려드는 관람객들 때문에 입구부터 출구까지 빠져 나가기 바빴던 박람회 개최 기간의 모습은 오간데 없고, 가족과 여인들끼리 찾아 수중 생태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대구에서 왔다는 김모씨는 “처음에는 비싼 가격 때문에 불만이었는데 전시관을 둘러 보고는 전혀 비싸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3월중 민간사업자 재공모 계획
이처럼 폐막 5개월가 지난 박람회장은 양극화를 보이며 올 한해 새로운 재단 출범과 함께 사후활용문제가 탄력을 받기를 기대하고 있다.

24일 재단설립 창립총회가 열리면 곧장 박람회 재단 설립등기가 이뤄지고, 조직위 해산 및 자산승계, 인력 채용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지난해 1차 공모에 실패했던 민간투자자 재공모는 박람회재단 주관으로 오는 3월중 재실시된다. 스카이타워, 빅오시설, 엑스포디지털갤러리는 4월 순천만정원박람회 개막에 맞춰 재개장에 들어간다.

아쿠아리움에서 만난 이모(18)양은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이라는 주제처럼 박람회장이 하루 빨리 생기가 돌아 여수의 새로운 희망이 되었으면 해요”라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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