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게만 책임이 있을까?
시장에게만 책임이 있을까?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2.11.2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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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가 온통 시끄럽고 어수선하다. 말단 공무원의 80억 횡령사건이 거의 날마다 신문과 방송,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누볐다. 부정과 부패가 판을 치는 여수라는 오명이 2012 여수 세계박람회 성공을 열정적으로 이끈 시민의 명예와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패닉상태에 이르게 했다. 부끄럽고 창피해서 여수사람이라 말할 수 없었다는 어느 시민의 독백에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참으로 슬프다.

2010년 7월 민선 5기 김충석 시장 출범 이후 여수는 크고 작은 사건과 이슈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전임 시장을 비롯한 시·도의원이 무더기로 비리사건에 연루돼 처벌되고 80억 공무원 공금횡령사건까지 발생해서다. 여수시청 회계과 김 모 씨는 2009년 7월부터 최근까지 소득세 납부과정에서 서류를 위조하거나 허위작성의 수법으로 공금 80여억 원이 넘는 돈을 빼돌렸다. 이 사건으로 비리를 척결하고 투명한 시정을 약속했던 김 시장의 공약은 물거품이 되었고 도리어 비난과 퇴진의 과녁이 되고 말았다. 특히 집집이 배포한 사과문에서 비리를 예견하는 엉뚱한 꿈 이야기를 내놓아 전국적으로 빈정거림을 촉발시켰다. 시민단체는 시장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어 여수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시는 사후약방문이지만 검찰 발표에 따라 환수 가능한 예상금액을 20∼30억 원 규모로 보고 대 시민 제보창구를 개설해 횡령자금의 은닉내용을 제보하거나 신고한 사람에게는 포상금까지 지급하기로 했지만, 전액환수는 불가능할 것 같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회수 가능한 금액이 사고를 친 본인과 처남, 장인 소유의 아파트 3채와 처형 아파트 전세보증금 4억 7천6백만 원과 차량 구매 등에 사용된 할부금 1억여 원, 사채놀이에 사용된 금액 중 미회수한 3억 원, 지인 최 모 씨에게 전달한 4억 원 등이다. 여기에 사채업자 채무변제에 사용한 51억 원 중 ‘이자제한법 및 최고이자율에 관한 규정’에서 정한 최고 이자율 초과 부분에 대한 민사소송을 통한 환수, 회계 관련 공무원들과 시 금고의 회계 관련사고 발생을 대비해 가입한 재정보증보험에 의한 보전 등으로 일정 부분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횡령금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시장 퇴진 촛불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사태가 나기까지는 겉치레 감사가 한몫했다. 시의 자체감사, 전남도의 정기 감사에도 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와 결산검사라는 집행부 견제 감시 기능을 갖고도 더 치밀하게 관찰하지 못했다. 회계사, 시민단체, 등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예산결산 위원회에서도 밝히지 못했다. 도대체 이들은 능력 부재인가 아니면 알고도 그냥 넘긴 것인가. 총체적 부실이다. 시장 퇴진만이 문제의 근본 해결은 아닌 것 같다. 의회의 책임론까지 대두되고있는 것을 곰씹어봐야 하겠다. 모 의원이 의회에서 시민의 혈세가 채워질 때까지 전 공직자와 전 의원이 십시일반 정신으로 급여에서 10%씩 모금해야 한다는 제안까지 대두하지 않았는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눈 뜬 봉사 격인 시 당국의 예산결산 위원회의 전면적 개편도 시급하다.

시장 퇴진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공금횡령사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닌듯하다. 평소 소통과 합의에 인색한 시장의 시정 스타일이 시민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시청 앞 로터리는 각종 민원으로 하루도 쉴 새 없이 집회가 열려 집회기록 전국 1위의 불명예까지 안고 있다. 이는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엑스포역 명칭변경, 보건소신축, 용기 공원, 현 청사 정문변경, 외국 나들이 등 찬·반 간 첨예한 대립을 보였던 문제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순신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 건립도 의회의 반대로 예산이 삭감되자 기부라는 형식을 빌려 건립했고 의회에서 수차례 반대한 하멜 박물관도 회기 때마다 예산안을 반복 제출, 기어코 성사시켰다. 한 번 하겠다 하면 끝을 봐야 하는 독단적인 시정 스타일로 시민이 피곤해한다.

엑스포를 앞두고 임시주차장, 시내 환경개선사업 등을 위해 여수 국가 산단 입주업체가 내놓은 25억에 대해서도 엑스포가 끝난 3개월이 지나도록 시민에게 정산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불투명한 처리가 직·간접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평행선은 수학에서 한 평면 위에 나란히 있어 서로 만나는 일이 없는 두 직선을 말한다. 대립하는 둘의 의견 등이 서로 양보하지 않고 같은 상태인 채로 있는 일이다. 평행선은 끝이 없다. 결국, 끝은 낭떠러지일 뿐이다. 독선과 아집을 버려야 한다. 중요 시정을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말고 의회와도 사전 조율을 하고 시민에게는 투명한 시정을 하는 것이야말로 지도자의 진정한 덕목이다. 소통을 통해 조화롭게 이루어지는 시정이 훨씬 능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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