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灣) 총회 정신 구현을 위해
만(灣) 총회 정신 구현을 위해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2.10.1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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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灣) 총회 취지 구현을 위해

만(灣) 클럽은 지난 1997년 3월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의 성찰과 교류활동을 위해 설립됐다. 회원은 세계적으로 바다 해안선이 가장 아름다운 지역으로 25개국 36개만, 국제 NGO 등으로 구성돼 있고 프랑스 반시(Vannes)에 사무국을 두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아르헨티나·브라질·캐나다·중국·미국·프랑스·포르투갈 등이 가입하고 있다. 9월 12일 터키 보드룸에서 열린 ‘제8차 만 총회에서 2014년 상반기 제10차 연차총회를 여수에서 열기로 했다. 회원 도시인 여수는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주제로 한 2012 여수세계박람회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고 만 클럽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제10차 연차총회를 여수에서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들어 총회 여수유치 신청서를 제출, 결실을 보았다. 연차총회는 오는 2014년 5월에서 9월 사이 7일 정도 개최될 예정이다.

이로써 여수시는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만(灣) 클럽' 총회, 국제행사를 열게 된 것이다. 이번 총회로 여수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만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의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됨으로써 명실상부한 국제도시로 위상이 높아짐은 물론, 국제 해양 관광 레저 스포츠 도시 건설에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만 총회 여수유치가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여수를 수준 높은 국제도시로 각인시키고 만 클럽 설립 취지에 맞는 총회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비록 세계박람회 개최 때문에 교통 인프라가 확충되어 접근성이 높아졌고 관광호텔 등 훌륭한 숙박시설이 늘었으며 한려수도와 다도해 국립공원, 청정해역 등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 있고 시민의 외국인 손님맞이 비법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더라도 만 클럽 정체성에 걸맞은 자연환경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수 인근 해역은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의 성찰과 교류활동을 위한 만 클럽의 설립 취지와는 너무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만(灣)은 바다가 육지 쪽으로 쑥 들어간 곳을 말한다. 곶이 없으면 만도 없고 만이 없으면 곶도 없다. 만은 대부분 길고 짧은 갯벌을 지니고 있다. 만은 배들이 드나들고 조개 미역이 진을 치고 어부의 귀거래로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생활의 터전이다. 잘 가꾸고 보존해야 한다. 여수는 가막만, 여자만 광양만 등 3개의 만(灣)을 갖고 있다. 365개의 크고 작은 섬, 905.87㎞에 이르는 리아스식 해안, 작고 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다.

여수 청정해역 지역이 난개발로 해양생태계가 심각히 훼손되어 연안에 분포된 멸종위기종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3개 만에 서식하고 있던 대추귀고둥, 붉은 발 말똥게, 갯게, 기수갈고둥, 흰발농게 등이 최근 들어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해양 전문가들에 의하면 해변의 건축물 신축, 해안도로, 방파제, 하천정비 공사, 농약 유입 등으로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기수역 즉 해양 동물의 최적 서식지가 점차 파묻히고 있기 때문이란다. 화양면 원포, 나진은 1만 미 이상의 멸종위기종이 최근 들어 겨우 수백 미로 많이 줄어들었다. 바다의 자연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난개발 탓이다. 이런 환경에서 만 총회는 무리다.

지금부터라도 바다·연안 가꾸기에 모두가 나서야 하겠다. 해안 지역의 각종 공사를 진행할 때 공사 규모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하고 통과의례의 평가가 아니라 현지 전문가의 참여가 의무화되어야 한다. 담수유입을 고려한 공사가 되도록 제도화돼 마구잡이식 난개발을 막아야 한다. 최근 지역의 이슈가 되고 있는 대형 화력발전소의 건설은 “발전소에서 냉각수로 사용된 후 배출되는 온배수는 주위 해수 온도보다 7~9℃가 높아 주변 바다의 해양생태계에 심각한 피해를 발생시킬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시민단체의 의견도 받아들여 체계적 역학조사 등을 통해 결정하는 신중함이 있어야 하겠다.

만 총회를 계기로 여수를 기후 후보도시, 청정해역도시로서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숨 쉬는 연안을 위한 보존 대책을 행정의 최우선에 두는 정책의 개발과 실천이 필요하다. 육지에서의 쓰레기 등 불순물 유입을 막는 시민정신과 제도가 함께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민간 감시제를 일상화해야 한다. 해양과 생태계를 잘 가꾸고 보존하고 환경파괴를 방지하기 위해선 육지 500m, 연안 500m의 연안통합관리가 이루어져야 하겠다. 만 총회의 개최지 여수가 만 총회의 목적과 의미를 솔선수범한 도시로 기록되었으면 한다. 만 총회에 임하는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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