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광장의 충무공동상은...
이순신광장의 충무공동상은...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2.04.3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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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자산공원엘 갔다. 이충무공 동상이 석양에도 환한 빛살을 품은 채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남해 바다를 지켜보는 모습이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를 실현했던 의지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동상 좌대를 둘러싸고 있는 이충무공 동상 건립기, 충무공찬가, 거북선 찬가, 이순신 장군 약력 등이 충무공의 탄생일을 기념 1967년 4월 28일 이곳에 동상이 건립된 배경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한다.

역사학자 김상기, 이병도, 이은상, 이홍직, 최순오, 노석경 등이 고증하고 탁성오가 설계 및 조각을 하고 서예가 소전 손재형이 전서한 비문에는 『여수는 옛날의 전라좌수영 충무공이 좌수사로 부임하여 앞날에 닥쳐올 전쟁을 위해 온갖 훈련과 방비를 갖추어 특히 세계 해전사상에 빛나는 거북선을 만든 곳이 여기요 또 공의 본영이 여기였으므로 여기는 가장 인연이 깊은 곳, 그의 계시던 곳임을 기념하고 또 구국 정신을 길이 받들고자 전국 국민의 성금을 거두어 여기에 이 동상을 세운 것이다.』라고 기술돼 있다.

시조작가, 사학자인 노산 이은상은 충무공찬가에서 『충무공 오! 충무공 영원히 꺼지지 않는 민족의 태양이여. 지금 우리는 앞에 나타나는 그의 모습, 거북선 거느리고 호령하는 그의 위풍, 일생을 정의에 살던 그이시다. 내 동포 살리려고 피를 뿌리신 그이시다. 그날 땅과 하늘을 울리시던 그의 맹서, 저 산 저 바다에 그대로 서려 있다. 외치는 저 목소리를 따라가자 살길은 오직 하나 저가 우리를 이끄신다. 충무공 오! 충무공 영원히 꺼지지 않는 민족의 태양이여.』라고 썼다. 이은상 지음, 손재형 씀이라는 글귀는 이미 고인이 된 이들의 혼백이 살아있는 듯하다.

동상 뒤편 모숭(慕崇)이라는 비석에는 당시 동상 건립을 위해 십시일반 격으로 성금을 낸 사람들의 이름이 촘촘히 적혀있다. 여수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 건립 위원회 위원장 이우헌을 비롯하여 부위원장 주봉래 정영배, 위원 황갑손, 윤성윤 김태삼 김남권 정기로 이선행 박두만 전석영 한명희 황규성 노우실 최기영 임영태 정주양 남병일 정철규 신준식 김상호 차동격 오영대 주영우는 물론 기관 단체, 재일동포, 경향 각지의 뜻있는 기부자, 학생들도 있다. 동상은 여수 시민만이 아니라 전 국민의 정성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동상을 건립 한지도 45년, 세월은 덧없이 흘러 건립을 위해 쌈지돈을 내놓았던 이들은 거의 이승을 등지고 말았지만, 당시 동상 건립은 국가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시대정신의 발로였음을 웅변한다. 시민은 이들의 유지를 받들고 이어가기 위해서 정성을 다해 기리고 가꾸고 다듬어가야 하는데도 무성의로 일관했다. 진입로조차 제대로 확장하지 않아 타지에서 동상을 찾는 이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무명 수군과 호국 영령의 충혼비가 함께 있는데도 성역화는커녕 그저 공원으로만 남아있다. 우리 자신이 스스로 이순신 동상의 건립 취지를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하고 만 것은 아닐까 회한이 남는다.

이런 가운데 여수시가 중앙동 이순신 광장에 새로운 동상 건립을 추진하는 통에 찬반 논란이 거세다. 여수시 의회는 새 동상 건립에 필요한 집행부의 예산을, 있는 동상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새로운 동상을 만드는 것은 부당하다며 전액 삭감하고 집행부는 이에 불복 성금을 모아 건립하겠다고 맞서면서 동상 건립은 강행되고 있다. 애초에 성금으로 건립할 계획이었다면 아예 예산 편성을 하지 않았어야 옳고 예산 삭감이 된 후 성금 모금으로 추진하겠다니 앞뒤가 맞지 않다. 특정인의 특혜의혹이 난무하고 변칙으로 건립되는 것은 도리어 공의 우국충정을 모독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하겠다.

시민이 선출한 의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되는 것은 지방자치 정신에도 어긋난다. 이순신 광장의 이순신 동상은 조형물이라는 측면에선 어울릴지는 몰라도 장식에 그칠 뿐 혼(魂)이 없다. 전 국민의 성금(誠金)과 시대정신(時代精神)에 의하여 건립된 자산공원의 이순신 동상에 버금도 될 수도 없다. 있는 것이라도 정성을 다해 가꾸는 후손들의 바른 모습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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