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소비시대(政治 消費時代)와 지역 정치
정치 소비시대(政治 消費時代)와 지역 정치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1.09.21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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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가위 때 고향을 찾은 서울 모 대학 교수가 안철수 신드롬을 “이제 정치의 소비 시대로 들어 선 것입니다.”라고 한 말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정치 소비 시대란 평소 공익성을 위해 활동하는 양심 세력들, 또는, 맞춤형 정치인이 대거 등장하며 구태 정치에 젖어있던 기존 정치인이 대거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안풍(安風) 사태 이후 새롭게 등장한 이 말은 변하는 민심을 함축하는 것 같다.

안풍의 진원은 무상급식문제를 놓고 실시된 주민투표에서 패배한 오세훈 시장의 사퇴였다.
복지에 대한 철학적 논쟁이 정치권의 이슈가 됐고 정치는 온통 첨예한 대립으로 국민의 피곤이 누적되고 있는 시점에 서울대학교 융합대학 안철수 교수가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면서다.
국민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이를 지지하는 여론이 치솟았다. 정치권은 패닉상태에 이르고 말았다.

특히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50%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안철수 교수가 5% 인 시민운동가 박원순 변호사에게 양보한 극적인 상황은 독식, 극단주의가 판을 치는 기존 정치권에서는 상상치도 못할 일이었다. 한편의 신선한 드라마였다.

안철수 신드롬은 단순한 호기심이나 기대가 아니다. 경제는 어렵고 빈부격차는 더욱 늘고 젊은이들의 일자리는 찾기 힘들어지는데 정치는 정쟁뿐이라는 인식과 더불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접목되면서 파괴력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는 젊은 세대의 우상이다. 컴퓨터를 만지는 사람이면 누구나 무료백신의 안철수를 만나 친화력을 갖고 의사, CEO, 교수로의 성공신화는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공익성, 헌신으로 점철된 행보는 행동하는 양심 세력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에서 안풍은 어떤 영향을 기칠까? 지방정치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하는 것이 요즘의 화두다. 여수지역의 경우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모 신문사의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갑 지역 김성곤 국회의원에 대한 지지는 30.2%를 지역 주승용 국회의원에 대한 지지는 39.2%로 조사됐다.
새로운 인물에 대한 지지는 48.8%와 44.2%로 나타났다. 60대 이상의 연령대를 제외하고는 모든 연령대에서 새로운 인물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 이는 안철수 신드롬의 연장선이며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으로 봐야 할 것 같다.

국동 주민자치센터가 정치인을 철저히 배제하고 위원회를 구성한 것이 이런 변화를 웅변하고 있다.
지난 8월 주민자치위원회 공모를 통해 총 36명이 접수했고, 심사를 통해 총 22명을 위원으로 위촉을 했다.
선발 자격은 선거 출마자 및 예정자, 당적보유자, 기존 위원회 회의 3회 이상 불참자를 심사 과정에 배제한 것이다.
선거출마 경력이 있는 정치인들과 동 내 4개 유관기관단체장 등 총 14명을 탈락 시켰다.
몇몇 정치인들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위원회를 순수 봉사정신을 바탕으로 한 주민들에 의한, 주민들을 위한, 주민들의 자치위원회를 출범하게 한 것이다.
정치, 정치인을 배제하는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새로운 인물에 의한 물갈이 징후가 뚜렷하다.

여수는 내년 총선에서 국회의원뿐 아니라 결원이 예상되는 지방의원 선거가 함께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기성정치에 비판적 성향이 뚜렷한 유권자의 선택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신인 진출의 호기이기도 하고 여수 정치의 전망을 살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엑스포를 치루고 남해안권의 관광 중심도시를 꿈꾸는 여수에서는 이 같은 변화에 걸맞은 신진 양심 세력의 진출이 활발했으면 한다.
평소 공익성으로 무장하고 이웃의 삶에 짙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봉사의 달인이 대거 진출했으면 한다. 여수는 인물이 없다고 한다.
자탄이 능사는 아니다. 시민 스스로가 찾아 시민 공천으로 올 곧은 인물을 대거 진출 시키는 것이야 말로 시대 변화에 적응하는 정치 개혁이다.
유엔 미레보고서에 10년 후 한국의 정치는 개개인이 정책 결정에 참여고 국회의원은 단순 봉사자로 변할 것이란 예칙이 여운으로 남는다.
안풍(安風)은 대중 정치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인터넷 시대에 나타난 새로운 정치의 특징이다. 안풍 신드롬이 신기루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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