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역 명칭변경, 공론화해야
여수역 명칭변경, 공론화해야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1.03.3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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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뜨거운 감자

여수에 철도가 놓인 것은 일제 강점기인 1930년 12월 25일이다. 광주지역과 여수를 잇는 철도가 개통되었다. 같은 날 여수항에서 일본의 󰡐시모노세키󰡑간의 뱃길도 열렸다. 이는 당시 전라도 지역에서 생산된 쌀을 일본으로 실어 나를 목적으로 전라선을 개통하고, 일본과의 뱃길을 연 것이다. 여수역은 개통 당시 보통 역에서 1937년 여수항 역, 여수역으로 변천되면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시발역으로 인근의 순천 지역과 여수산업단지, 광양제철을 잇는 철도 수송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순천~여수 간 철도개량사업과 2011년 9월 예정인 KTX 운행으로 순천시 해룡면 성산역에서 전라남도 여수시 덕충동 여수 역 간의 단선 철로 40㎞가 복선화되고 선형이 직선으로 변경, 총 노선은 36.2㎞로 단축하게 된다. 이 때문에 기존의 만흥 역·미평역이 폐지되는 대신 순천 성산역이 신설되고 여수 역·여천역·덕양역·신풍역·율촌역은 위치를 옮겨 신설되고 있다. 1980년 12월 27일 새로 지었던 여수역 청사는 고속철도와 2012 여수세계박람회 개최 확정에 따라 박람회 단지 내로 이전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미 사라진 여수역은 70여 년의 역사 속에 숱한 애환을 갖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는 남편과 아들이 징용으로 끌려가고 수탈된 물자가 나가는 출구였고 일본 패전 후에는 일본인과 만주 관동군이 돌아가는 길목이었다. 6.25전쟁 전후에는 자식이나 남편을 전장 터로 보내는 석별의 장이었고 북한 괴뢰군의 남침통로였고 수복 후 15 육군병원으로 이송되는 국군 전상자의 비통한 신음이 점철됐으며 여수 신항의 외국 원조식량을 전국에 배분하는 창구였다. 60년대 여수지역에서 청운의 꿈을 품고 순천으로 향하는 통학생들의 만남의 장소였다.

오는 9월 이 고속전철이 개통되면 여수에서 서울까지 5-6시간의 지루한 여행이 3시간대로 단축된다. 서울과 경기 충청지역과의 접근성이 개선돼 관광 여수의 활성화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최근 이 같은 변화에 맞춰 여수역과 여천역에 대한 명칭 변경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각 동을 순회하는 시민과의 대화에서 여수역 명칭 변경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시의는 적절하다. 하지만, 주관적 의견을 공지하거나 교조적 형태여서 바람직하지 않다. 시민 공론에 부쳐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 여수역을 엑스포역으로 하고 여천역을 여수역으로 개칭하자는 의견과 현행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다. 또, 여수역을 그대로 두고 여천역을 서여수역으로 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 여수역을 엑스포역으로 변경하고 여천역을 여수역으로 개칭하자는 것은 여수세계박람회 개최를 영원히 기념하고 국제도시로서 위상을 높이자는데 있다 하겠다. 현행 그대로를 주장하는 것은 여수역 명칭은 70여 년간 불려 왔는데 역사성을 해치는 일이라고 반대하는 것이다. 여수역을 그대로 두고 여천역만 서여수역으로 바꾸자는 의견은 여수역에 대한 역사성을 살리고 도시 규모가 커지는 효과가 있어 국제도시로서 위상을 제고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모두가 나름대로 논리가 있다.

이처럼 다양한 의견이 분분한데 관 주도형으로 접근할 경우 많은 후유증을 낳게 된다. 역사성이 있는 역 명칭변경은 자칫 지역 이기주의에 따라 첨예한 대결로 지역분열을 일으킬 염려가 있다. 신중해야 한다. 우리는 삼려통합 이후 지역 이기주의에 의한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고 그 여진은 지금도 남아있다. 시 청사이전, 기관 신축문제와 단체통합 문제들이 대표적 사례로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는가.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하고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수역 명칭변경은 자칫 여수지역의 뜨거운 감자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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